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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운전직원이 홍원식 母 위해 ‘운전 업무’도
홍원식 母, 남양 법인카드 지급받아 개인 용도 사용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모친 지아무개씨의 부양을 목적으로 회사 소유 차량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홍 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모친 지씨의 요청에 따라 중간업체를 끼워넣기로 한 수사 결과도 공소장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0여년 간 남양유업 직원 등과 공모해 리베이트 등의 방식으로 회삿돈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32페이지 공소장서 모친 부분 10% 차지 

6일 시사저널이 입수한 홍원식 전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지난 12월16일 홍 전 회장을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홍 전 회장이 벤츠 S600 차량을 모친에게 제공해 배타적으로 사용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홍 전 회장의 모친 지아무개씨와 관련한 부분은 32페이지 분량의 공소장 속 범죄 사실(범죄일람표 제외) 중 약 10%에 해당했다. “홍 전 회장이 지씨의 요청에 따라 부자재 구매거래에 특별한 역할이 없는 중간업체를 끼워넣는 방법으로 여동생 부부 등 친인척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는 대목이다. 지씨의 요청에서 비롯된 홍 전 회장의 범행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지씨를 위해 주유비와 세차비, 통행료, 수리비, 보험료 등도 회삿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약 3억8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회사 측에 가하고,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회사 소유 차량은 회사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법인 업무와 관련 없는 자가 사용하도록 제공해서는 안 된다. 법인 명의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면, 관련 비용은 모두 법인세에서 비용으로 쓰면 안 된다. 다시 말해, 홍 전 회장 모친이 사적으로 유용한 차량 사용 부분은 회사 측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의미다. 공소장 내용대로라면 홍 전 회장 측이 이를 되갚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측 시각이다. 

남양유업 운전직원들은 지씨의 개인 비서 역할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008년경 남양유업 물류팀 직원 A씨에게 지씨를 위한 전속 수행 및 운전업무를 하도록 했다. 그 무렵부터 2021년 7월경까지 A씨에게 급여 명목으로 약 7억7000만원 가량을 지급하게 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

회사 명의의 법인카드 역시 ‘사적 금고’로 활용됐다. 지씨는 남양유업 명의 법인카드도 지급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씨가 약 2000만원 상당의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하고, 이 대금을 회사가 지급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씨의 호텔휘트니스클럽 회원권과 관련한 연회비 약 2300만원도 회사 측이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결국 남양유업 측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남양유업 ⓒ연합뉴스
남양유업 ⓒ연합뉴스

사촌동생 납품업체 취업, 거래업체에서 리베이트 43억원 수수

이번 사건의 전모는 남양유업 측의 고소 이후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20여년 전부터 범행을 저지른 홍원식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홍 전 회장은 모친 지아무개씨의 요청에 따라 중간에 업체를 끼워넣거나 법인 소유 별장·차량 등을 사적으로 유용해 회사에 201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급여를 가장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16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남양유업의 거래업체 4곳으로부터 거래대가로 일부 현금을 되돌려 받는, 이른바 리베이트 명목의 43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자기 사촌 동생을 납품업체에 취업시켜 급여 6억원을 받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2000년경부터 지난해 4월까지 친인척의 생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업체를 끼워 넣은 뒤 그 업체에 이른바 ‘통행세’를 지급해 남양유업에 유통마진 17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봤다. 

홍 전 회장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양유업의 납품업체 운영자를 사내감사로 취임시킨 뒤 광고수수료 및 감사 급여를 지급한 뒤 돌려받은 혐의도 있다.

이 밖에 검찰은 2021년 4월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 감염 예방이 된다’고 허위 광고한 사건과 관련해 홍 전 회장이 홍보와 증거인멸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홍 전 회장은 특히 수사 관련 문자메시지를 지우도록 하는 등 직원들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배임수재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은 회사를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한편 홍 전 회장의 일가 또한 회삿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차량·직원을 사적으로 유용해 상장기업을 사(私)금고화했다”고 지적했다. “회사 전반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만연해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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