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재명에 강한가…與 잠룡들의 대선 경쟁력과 숙제
김문수·안철수·오세훈·유승민·한동훈·홍준표 ‘SWOT 분석’
현재권력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으로 조기 대선은 한층 가시화됐지만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다. 대결의 한 축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사법적 변수가 없는 한 사실상 이재명 대표로 후보가 고정된 상태다. 반면 그 대척점에 설 국민의힘은 일찍이 주자들이 난립해 본선 못지않은 치열한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있지만 이들의 정치 성향과 방향성, 그간 걸어온 정치 궤적은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정국의 분기점이 된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윤 대통령의 구속 및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기 다르다. 자연히 이들이 가진 경쟁력과 풀어야 할 숙제 또한 극명하게 갈린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차기 여권 주자로 주요하게 꼽히는 인물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가나다순) 등 6명이다. 당장 찐윤(진짜 친윤)에서 친윤, 비윤, 멀윤(윤 대통령과 멀어짐) 그리고 반윤(反윤석열)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정치 계파에서도 스펙트럼이 제각각이다. 마치 저울 양끝 무게추처럼 누군가의 강점은 또 다른 누군가의 약점으로, 누군가의 기회는 또 다른 누군가의 위협으로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누가 이 팽팽한 저울질 끝에서 최후에 웃는 자가 될까. 여권 주자 6인 각각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기(Threat)를 ‘SWOT 분석’을 활용해 짚어봤다.
김문수, 선명한 색깔…넓게 퍼질지는 물음표
시대의 부름일까, 지나가는 바람일까. 계엄 정국 이전만 해도 주요 대권주자 반열과 멀었던 김문수 장관이 빠르게 부상해 최근 각종 지표에서 여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그의 강점은 단연 정치적 ‘선명성’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탄핵소추 및 구속을 거치는 동안 김 장관은 다른 주자들과 비교해 가장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윤 대통령을 엄호해 왔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라는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유일하게 거부하던 김 장관의 모습은 강성 지지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갈 곳 잃은 분노를 김문수 지지로 분출하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분노가 동력인 이 결집이 이어지는 한, 김 장관에겐 계속 정치적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가 단단히 뭉칠수록 확장성은 취약해진다. 선거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에서 김 장관의 이 같은 선명성은 반감을 살 공산이 크다. 중도층과 정치적 거리가 멀다는 건 곧 대선 본선 경쟁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김문수 현상’을 두고 ‘대선이 본격화하면 사라질 신기루’라고 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탄핵심판과 구속 수사를 거치며 윤 대통령이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경우,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인 그를 향한 심판론도 함께 거세질 수 있다.
안철수, 당내 경선만 뚫으면 해볼 만?
높은 인지도는 안 의원이 가진 최대 자산이자 무기다. 특히 여당의 참패 속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구를 사수해 어엿한 중진 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10년가량 ‘제3지대’를 지켜왔기에, 보수진영에 몸담으면서도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과 중도보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또 한번의 51대 49의 팽팽한 승부가 예상되는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력한 경쟁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최대 숙제인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확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단, 이는 안 의원이 당내 치열한 경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했을 때의 얘기다. 안 의원에게 경선은 본선보다 더 높은 벽일 수 있다. 경선의 경우 민심보다는 당심과 당내 세력(조직력)이 크게 좌우하는 만큼, 선수(選數) 대비 허약한 당내 기반을 가진 안 의원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을 비롯해 반복적인 단일화 결단에 따른 이른바 ‘철수 이미지’도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채 상병 특검법에 홀로 찬성표를 던지는 등 끝까지 당론과 다른 소신 행보를 보이면서 이 같은 이미지를 일부 희석해 냈다는 평가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차기 대선에서도 ‘혹시 또다시 주요한 순간에 단일화 결단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불씨는 살아있다. 여기에 더해 합리적 중도보수 진영에서 사실상 유일했던 과거 입지와 달리, 오세훈·한동훈 등 포지션이 겹치는 경쟁자가 다수 등장했다는 점도 그를 크게 위협하는 요소다.
오세훈, 풍부한 행정 경험…부족한 원내 경험
오세훈 시장은 유력 주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쌓아온 인물이다. 최초의 4선 서울시장으로서 서울 등 수도권 민심에 줄곧 예민한 안테나를 세워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초반, 탄핵 반대를 주장하던 오 시장은 빠르게 찬성 입장으로 선회해 국민의힘 안팎의 강성 친윤(親윤석열)과 스스로를 차별화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탄핵과 관련해 격한 정쟁이 오간 원내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치적으로 소모되지 않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수도를 책임지는 ‘소통령’으로서 누적한 행정 경험도 그의 안정감을 더해 주는 지점이다.
그러나 정치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다는 점은 오 시장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그는 16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국회를 오랜 시간 떠나 있었다. 따라서 당내 세력을 구축할 기회가 없어 지지 기반이 약하다. 또 윤 대통령 탄핵과 수사, 그에 앞서 여권을 동요시켰던 이른바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과 관련해 자주 ‘양비론’을 취하는 모습이 그의 정치적 모호함을 키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권의 ‘태풍의 눈’으로 언급되는 ‘명태균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점도 향후 대권 레이스에서 그의 잠재적 리스크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오 시장의 경우 후원자 A씨가 명씨의 미래한국연구소에 약 다섯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의뢰하며 3300만원 상당을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관련 계좌 내역을 확보하고 돈 거래의 성격을 확인하고 있다. 오 시장은 명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했지만, 향후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의혹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불씨가 당 내에서 꺼지지 않고 있다.
유승민, 중도층 호감도 높아…‘反尹’은 與에서 한계
몰락한 현재권력 윤 대통령의 가장 대척점에 서있는 보수 인사는 누구일까. 단연 비윤(非윤석열)을 넘어 반윤(反윤석열) 기조를 유지해온 유승민 전 의원일 것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했던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왔다. 그는 일찍이 윤 대통령이 이념적으로 편향됐으며 ‘제2의 전두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고, 계엄 후엔 윤 대통령을 버려야 당이 산다고 줄기차게 강조했다. 당 주류인 친윤을 중심으로 당이 우경화되는 데 대해 연일 강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눈치 보지 않는 ‘소신 발언’의 영향으로 여권 주자 가운데 중도층을 넘어 합리적 진보층에서까지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당심에선 다소 밀려도 전체 민심에서 종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꺾이지 않은 소신이 당 밖 민심엔 소구력이 있을지 몰라도 당내에선 상당한 불편과 반감을 키운 건 분명했다. 당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유승민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당내 반대 여론은 상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배신자 프레임’도 여전히 유효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강성 보수가 결집하는 분위기에선 진영 내 그가 설 자리는 더 좁아들 수 있다. ‘친윤’이 주류인 정당에 소속돼 ‘반윤’의 타이틀을 걸고 대선 대표주자로 나선다는 건 그로선 커다란 난관이며 난제일 수밖에 없다.
한동훈, 유일하게 팬덤 보유…여전한 尹의 그림자
한동훈 전 대표는 꽤 오랜 기간 여권 내에서 이재명 대표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였다. 그 입지는 꽤 단단해 한동안 당내 어느 경쟁자도 범접하지 못했다. 그 근간엔 막강한 인지도가 있고 국내 정치인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의 팬덤이 있다. 기존 여의도 정치와 다른 보법과 이미지를 가진 그에게 압도적 당심이 쏠렸고 정치 입문 약 반년 만에 그는 집권여당의 얼굴이 되었다.
이재명 대표와 1~2위를 다투던 유력 주자 한 전 대표가 다른 경쟁자들 사이에서 그저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럿 중 하나)’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총선 전후부터 지난하게 이어진 ‘윤-한 갈등’으로 조금씩 당내 의원들의 견제를 받던 그는 계엄 정국에서 윤 대통령의 탈당과 제명, 질서 있는 퇴진을 외치며 당 주류와 크게 반목했다. 그 과정에서 지도부는 붕괴했고 결국 윤 대통령보다도 먼저 쫓겨나듯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안팎의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어찌 됐든 그가 정치적 리더십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었다. 친윤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한껏 날을 세우고 떠난 한 전 대표를 유승민 전 의원과 비슷한 ‘배신자’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강성 지지자도 대거 그에게서 마음을 돌렸다. 이는 이후 무서운 속도로 빠진 지지율에서도 입증됐다. 한 친윤 의원은 “한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민심이 싸늘해 그가 다시 등판해도 당에 뿌리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물러난 한 전 대표지만, 동시에 윤 대통령과 묘하게 닮은 지점들이 대권주자로서 그의 입지를 계속 위협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당내에 번지고 있는 이른바 ‘용병 불가론’이 있다. 두 번 다시 윤 대통령과 같은 외부 영입 인사를 당의 대표주자로 내세워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중도층에선 ‘검사 출신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한때 한 전 대표를 정치 중심으로 이끌어준 빛이었던 윤 대통령은 이제 짙은 그림자가 돼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와 벌여야 할 중도 쟁탈전에서 여전히 소구력이 있다는 점은 김문수 장관 등 확장성이 약한 주자들과 대조되는 플러스 요인이다. 또한 여권의 ‘아킬레스건’일 수 있는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 역시 그가 지금도 꾸준히 여의도로 소환되는 기대 포인트다.
홍준표, 한동훈 물러나니 김문수라는 새 위협이
홍준표 시장의 말과 글은 항상 이슈가 되고 널리 회자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감각이 살아있다”며 “한동훈 등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홍 시장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이유”란 평가를 내놓았다. ‘홍카콜라’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그의 메시지는 과거 박근혜 탄핵 직후 치러진 불리한 대선에서도 선전할 수 있던 이유이자 그의 대표적 강점이다. 당에 가장 오래 몸담았던 전통 보수라는 점도 ‘용병 불가론’이 퍼지고 있는 지금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가 계엄 직전까지 매일같이 저격하며 가장 견제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힘을 잃었다는 점과 자신이 주로 ‘타기팅’해온 강성 보수층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점 또한 홍 시장으로선 반가울 수 있다.
그를 빛나게 하는 강점과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그를 위협하기도 한다. 강하고 선명한 메시지는 그만큼 자주 뜨거운 논란을 양산한다. 다소 거칠고 과격한 그의 행보가 한 진영의 대선주자로선 매력일지 몰라도 국가 지도자로서의 기대와 신뢰를 깎아먹을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최대 경쟁자로 의식해온 한 전 대표가 물러난 동시에 그의 앞에 또 한 명의 복병이 등장했다. 정치 성향과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김문수 장관의 부상은 홍 시장을 다시금 긴장케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찐윤 김 장관이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빨아들이면서 친윤 홍 시장의 입지가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홍 시장은 오세훈 시장과 더불어 명태균씨 관련 의혹에도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홍 시장이 명씨에게 과거 여러 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홍 시장 측근이 대구 지역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의 개인정보를 명씨에게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홍 시장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 안팎에선 그를 대선주자로 등판시키는 데 이 부분을 주요한 불안 요소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