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때 ‘탄핵 찬성’ 보수층, ‘탄핵 반대’ 후보에 강한 거부감
여전히 높은 尹 탄핵 찬성 여론…여당에서 탄핵 반대 후보 내면 ‘野 수혜’
현직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리고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이후 대통령 탄핵, 현직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이 이뤄졌다. 그리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을 습격했다. 더 놀라운 점은 ‘계엄 옹호당’ 스탠스를 취하는 국민의힘이 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도대체 여론조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가 들쭉날쭉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현재 정국 자체가 ‘초유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초유의’ 상황과 ‘초유의’ 여론 흐름을 접할 때는 오히려 다시 ‘역사와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8년 전 보수층이 지지 후보를 계속 바꾼 이유
2016~17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역시도 ‘초유의’ 사건이었다. 당시 여론조사 흐름을 분석해 보고, 현재적 시사점을 정리해 보자. 역사가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지만, 분명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당시 주요 사건이 있었던 날짜를 환기해 보면, 2016년 10월24일 JTBC 태블릿PC 보도가 있었다.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 인용이 나왔다. 5월9일 대선이 치러졌고,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시작됐다.
당시 국면은 크게 네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 ①태블릿PC 보도 이전 ②태블릿PC 보도 이후~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③대선후보 구도 결정(대선 전반기) ④대선 캠페인 국면(대선 후반기). 국면 변화에서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탄핵을 찬성한’ 보수 유권자의 지지율 이동이다. 둘째,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 패턴이다. 셋째, 대선 캠페인 이후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과 급추락, 홍준표 후보의 부상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탄핵을 찬성한’ 보수(중도 일부)의 지지율 이동이다.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은 매우 흥미롭게도 반기문(1국면)→안희정(2국면)→안철수(3국면)→유승민(4국면)의 형태로 계속 변동했다. 탄핵을 찬성한 보수는 1국면에서는 반기문을 지지했다. 반기문이 낙마하자 2국면에서는 ‘대연정 발언’을 매개로 안희정으로 이동했다. 국면마다의 지지율은 한국갤럽을 기준으로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이 탈락하고 문재인 후보가 확정되자 3국면에서는 안철수로 이동했다. 3월23일 안철수 지지율은 10%였다. 4월14일에는 최고점인 37%를 찍으며, 문재인 후보에 3%포인트 격차까지 추격한다. 대선 기간이 본격화되고 TV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는 미숙한 대응을 한다.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자 4국면에서는 지지층 일부가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로 이동한다.
두 번째로 봐야 할 추세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 패턴이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후보 지지율 패턴을 보면 3단계로 변동했다. 1국면이었던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전에는 16%에 불과했다(2016년 6월9일 조사). 반기문 후보는 26%로 약 10%포인트 더 높았다. 12월9일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자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31~33% 수준까지 오른다. 즉, 2국면이 되자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경선을 거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3국면이 되자 지지율은 40% 초반까지 오른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재명과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도 흡수한 것이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역시 유사한 경로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한 번, 경선을 통한 선출 이후 또 한 번, 지지율이 ‘계단식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국면은 안철수 후보의 급부상과 급추락, 그리고 홍준표 후보의 부상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3월23일 조사에서 지지율 10%였던 안철수 후보는 3국면이 되자 37%까지 오른다(4월14일 조사). 그러나 일장춘몽에 그친다. 캠페인 미숙으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다시 급추락해 17%까지 떨어진다. 이탈한 지지층 중 일부는 유승민 후보에게, 일부는 홍준표 후보에게 이동한다.
반기문→안희정→안철수→유승민으로 이동했던 여론은 모두 ‘탄핵을 찬성한’ 보수였다. 이들은 ‘탄핵을 반대한’ 보수 후보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들에게 ‘탄핵 찬반’은 그만큼 강력한 이슈였다. 2025년 조기 대선에서도 ‘탄핵 찬성’ 보수 지지층은 ‘탄핵 반대’ 후보가 나올 경우 강한 거부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이후 이재명 지지율 추가 상승 가능성
정리해 보자. 2016~17년 상황에서 정치적 균열의 최대 축은 탄핵 찬성·반대였다. 보수는 둘로 쪼개졌다. 바로 ‘탄핵을 찬성한’ 보수 유권자와 ‘탄핵을 반대한’ 보수 유권자였다. ‘탄핵을 찬성한’ 보수 유권자층은 반기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순서로 이동할 정도였다. 2025년 대선에서도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여론은 60~65% 수준이다. 만일 국민의힘에서 ‘탄핵을 반대한’ 후보가 선출될 경우, 민주당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게도 지지층 일부가 이동할 것이다.
향후 이재명 대표 지지율의 상승 여부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진보층 유권자는 ‘친명(親이재명) 진보’와 ‘비명(非이재명) 진보’로 구분 가능하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 인용과 경선을 통한 선출이 완료되면, ‘비명 진보’의 다수도 이재명 지지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 상승의 추가 여력이 있는 셈이다.
정당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최근 여론은 ‘걸러서’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39%, 민주당 36%가 나왔다(한국갤럽 1월 3주 차). 그러나 탄핵 찬성·반대를 물으면 여전히 찬성이 압도적이다. 탄핵 찬성 57%, 탄핵 반대 36%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부정평가’가 압도적이다. 부정평가 63%, 긍정평가 33%(NBS 1월 3주 차). 정권 교체 여론도 더 높다. 정권 교체 48%, 정권 재창출 40%다(한국갤럽 1월 3주 차). 종합해 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불호 구도는 팽팽하지만 정권 교체 여론은 10%포인트 정도, 탄핵 찬성 여론은 60~65% 수준으로 더 높다.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관건은 ‘탄핵을 찬성하는’ 정치인이 후보로 선출되는지, ‘탄핵을 반대하는’ 정치인이 후보로 선출되는지다. 만일 ‘탄핵 반대’ 후보가 나올 경우, 민주당의 낙승이 예상된다. 이때는 이준석 의원도 일정한 지지율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