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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무너지니 이재명도 타격…“尹 구속됐는데, 그럼 이재명은?”
조기 대선의 부메랑 “비호감도 낮출 시간이 없다”…사법 리스크도 관건

‘이재명의 시간’은 올까.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권력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별의 순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지금, 그 효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양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어게인 2017년’이다. 2017년의 박근혜 탄핵 정국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로, ‘문재인 모델’을 이 대표가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60일 만에 치러진 대선에서 야권의 유력 주자였던 문재인 당시 후보가 당선됐듯 이 대표가 역시 같은 탄핵 정국에서 무난하게 대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 측이 기대하는 부분은 더 있다. 2017년과 2025년의 결정적 차이는 ‘계엄’이다. 탄핵심판뿐만이 아니라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 초유의 구속이 되는 등 여권에 최악의 악재가 겹친 현재 분위기를 봤을 때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조어는 단순한 주관적 희망사항이 아닌 객관적 예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기록했던 성적표도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단 0.73%포인트 격차로 패배했다. 그에 대한 열광적 지지도 여전하다. 지난 대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의 대권주자 다자 대결에서 선두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이 대표 측엔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시간’에 대해 점점 물음표가 크게 찍히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2017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단순히 사법 리스크 때문에 몰려오는 위기감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도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입법권력을 가진 이 대표가 행정권력까지 가지게 됐을 때를 상상해 보는 이들이 늘어났는데, ‘대통령 이재명’의 예고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중이다. 열광적 지지만큼의 강한 안티 여론이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간 수면 아래 잠복하던 비명(非이재명)계의 공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고비를 넘지 못하면 이재명의 시간은 당초 계획했던 ‘골인 지점’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1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1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尹-李 ‘적대적 공생’ 붕괴가 가져온 아이러니

무엇이 정치의 시간을 지배하던 이재명의 시간을 멈춰세우려는 걸까.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로 ‘이재명의 고비’를 정리했다. 이 대표가 답해야 하는 세 개의 질문이기도 하다. 바로 ①적대적 공생 관계 붕괴의 후폭풍(윤석열은 구속됐는데, 그럼 이재명에 대한 사법적 심판은 지금 공정한가?) ②짧은 시간(높은 비호감도를 낮출 수 있을까?) ③사법 리스크(지금 같은 혼란을 또 맞이해야 하는 걸까?) 등이다. 이 대표는 다가오는 자신의 시간을 꽉 붙잡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봤을 때 현직 대통령의 붕괴가 차기 권력 후보 중 압도적 강자인 이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추락 이후 ‘어대명’ 분위기가 형성된 건 사실이지만, ‘윤석열과 이재명’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이 앞으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어대명’의 기본 전제 조건이면서도 이재명의 첫 번째 고비다.

진흙탕 싸움에 가까웠던 지난 대선 때는 물론 윤석열 정부 들어 형성된 둘의 관계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평가돼 왔다. 두 사람에 대한 평가에는 늘 꼬리말처럼 따라붙은 질문이 있다. ‘이재명이 더 문제 아닌가’ ‘윤석열이 더 문제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자력보다는 상대방의 실책이 또 다른 상대방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둘의 적대적 공생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역대급 여야 관계의 파탄을 가져왔다. 양측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매 순간 상대를 부정했고, 이는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이라는 출구 없는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극단적 대립의 반복이 급기야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윤 대통령이 먼저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윤석열 붕괴의 역설이 일어난다. 윤 대통령의 위기가 적대적 공생 관계의 붕괴로 이어지며 이제는 민주당의 독주 등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고, 결국 이 대표에게 타격이 가해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크로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데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18일과 19일 양일간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응답률 6.7%, 무선 ARS 방식,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5.9%의 지지를 얻으며 36.7%를 기록한 민주당을 9.2%포인트 차로 앞섰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체적으로 계엄 사태 이전보다도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국민의힘은 올라간 수치의 결과들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의 연쇄탄핵, 탄핵심판 내란 철회 무리수 등 일방 독주가 부각되며 보수가 결집하고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 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 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은 이재명에 비호감도 표시

이 대표의 두 번째 고비는 높은 비호감도다.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선 이 대표에 대한 호감도를 따로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 여론은 56.1%로 31.2%의 호감 여론보다 무려 24.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10.6%를 기록됐다.

높은 비호감도 문제는 첫 번째 고비인 적대적 공생 관계의 붕괴와도 연결돼 있다. 비호감도가 모두 강했던 양자 대결에서 한 명이 사라질 경우 나머지 한 명에 대한 비호감도 내지는 반감이 더욱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커진 만큼 그에 대한 견제도, 검증도, 평가의 잣대도 강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조기 대선이라는 특성 때문에 비호감도는 낮추고, 호감도는 높일 시간적 여유도 넉넉하지 않은 게 객관적 현실이다.

높은 비호감도는 확장성의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비호감 중에서도 ‘매우 비호감’이 49.7%로 나타난 것이다. ‘약간 비호감’은 6.5%로 집계됐다. 이 대표에 대한 강한 반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반감은 중도층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감도 조사에서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답한 지지층의 52.4%가 이 대표에 대해 비호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호감 여론은 31.4%로 중도층만 놓고 봤을 때도 비호감도가 21%포인트 격차로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중도층에서 보통이라는 답변은 13.9%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계엄 전부터 금융투자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외연 확장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라는 갑작스러운 기회가 오히려 이 대표로선 비호감도를 낮추고 외연을 넓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졌다는 약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빨라진 재판 시계, 대선이 빠를까 선고가 빠를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대표에겐 최대 난관이자 마지막 고비다. 이 대표는 현재 12개 범죄 혐의로 5개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중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중형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선거법 위반은 원칙적으로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내에 끝내게 돼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2월에 2심, 5월 내에 최종심 결과가 나오게 된다. 만일 1심 수준의 형이 확정되거나 벌금 100만원 이상만 확정돼도 이 대표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3~4월 중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탄핵이 인용되면 이르면 5월에서 6월 조기 대선이 유력한 만큼 이 대표 출마의 최대 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선거법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2개월이 소요됐던 만큼 2·3심 선고 역시 기한 내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선거법 외에도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위증교사 혐의는 2심 재판, 대장동·백현동 특혜,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관련 혐의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권에선 사법부가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을 빠르게 진행시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에 대해 탄핵심판뿐 아니라 내란 혐의 수사까지 고강도로 진행되면서 이 대표 수사에도 사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이 대표 선거법 2심 재판부가 두 달간 새 사건 배당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2심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 몇몇 고비는 이 대표를 덮친 모습이다. 당 지지율은 물론 실제 이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대표가 여권 주자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결과들이 나타났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대결에선 46.4% 대 41.8%로 4.6%포인트 뒤처졌고,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대결에선 43.7% 대 43.0%로 초접전 결과가 나왔다. ‘어대명’ 분위기에도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는 결과로 풀이된다.

당 내부적으로도 비명(非이재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동요가 일어나는 모습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SNS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직격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역시 SNS에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거론하며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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