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합병증과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여
저혈당지수 식품과 운동 권장
과거에는 주로 고혈당의 위험성만 강조해 왔으나 최근에는 추가로 혈당 변동을 독립적인 관리 지표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혈당 수치가 단순히 높은 것뿐 아니라 상하로 크게 파도처럼 출렁이는 상황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을 관리할 때 흔히 사용하는 지표 중 하나가 당화혈색소다. 이는 2~3개월간 평균 혈당을 반영하기 때문에 혈당이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손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평균 혈당을 가진 환자라도 혈당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느냐에 따라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급격한 혈당 변동이 자주 일어나는 환자일수록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더 크게 유발되어 혈관 합병증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선 당화혈색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혈당 변동성이 독립적인 심혈관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혈당이 갑작스럽게 오르내리는 것도 매우 중요한 ‘숨은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혈당 변동이 크면 인슐린 저항성이 더 심해질 수 있으며, 이때 인슐린 저항성은 단백질 합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당뇨병 환자의 근육량과 근력이 일반 성인보다 더욱 빠르게 감소한다는 점을 지적한 연구가 있다. 이는 혈당 조절이 잘 안될수록 그리고 혈당 변동 폭이 커질수록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로 실시간 혈당 변동 점검
특히 고령의 당뇨병 환자는 근육량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평균 혈당 수치가 높아서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혈당을 유지하고 있는지, 즉 혈당의 변동 폭이 작은지 여부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듯 혈당 변동이 크게 일어나면 근육에 대한 영양 공급 및 단백질 대사가 흔들리고 염증 반응은 커지면서 고령 환자의 근감소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근육량 감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체중 변화는 적어 보여도 근육과 지방 분포가 바뀌면서 건강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 내장지방이 축적되고 이것이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혈당 변동이 큰 환자는 근육량 유지와 체성분 관리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근육량이 건강하게 유지되면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된다. 이는 다시 혈당 변동을 줄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혈당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일상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이다. 실시간 혈당 변동 패턴을 파악하면 어떤 식사나 활동이 혈당의 급등락을 일으키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식사나 약물 투여, 운동 시점을 조절해 혈당 변동 폭을 줄일 수 있다. 빠른 혈당 상승을 막기 위해 저혈당지수 식품이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며 충분한 단백질 섭취도 필수적이다.
근력운동은 근육 형성을 촉진하고, 유산소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 변동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금연, 절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항산화 음식 섭취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몸속 만성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 변동은 단순히 당화혈색소 수치와 같은 평균 혈당 지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 중요도가 큰 건강 문제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혈관 합병증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그뿐만 아니라 근감소증과 체성분 악화 등 전반적인 신체 기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출렁이는 혈당 변동의 파고를 가라앉히는 것이 건강한 일상을 누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