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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단축 개헌’ 거국내각 카드 던지면 ‘정권 교체’ 대신 ‘시대 교체’ 구도 작동
‘한덕수 지지율’이 단일화의 관건…계엄 책임·행정 공백·선거 개입 논란은 걸림돌

선거는 크게 보면 ‘다자대결의 지지층 결집’ ‘양자대결의 중도층 공략’이 기본 공식이다. 1987년 이후 여덟 번의 대선 중 두 번의 예외가 있었다. 막판 후보 단일화로 다자대결을 양자대결로 전환시키며 판세를 뒤집은 2002년 16대 대선, 시종일관 독주하며 530만 표 역대 최다 득표 차로 끝난 2007년 17대 대선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프레임 전환’을 통해 막판 역전을 이뤄낸 16대 대선 모델을 만들고 싶어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시종일관 독주’로 끝난 17대 대선 재현을 자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번 대선은 17대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포비아’와 ‘정책 이슈’ 같은 방법으로 판세를 뒤집기 힘든 선거다. 이재명을 이미 알 만큼 알고, 강력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는 선거에서 정책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만 프레임을 전환할 변수는 아직 남아있다. 4월8~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 67%로 나타났다. 단일화와 빅텐트로 판을 흔들고 개헌론에 불을 지펴 ‘정권 교체’를 ‘시대 교체’나 ‘정치 교체’ 프레임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선거 준비를 끝낸 민주당은 이대로 가면 되지만 국민의힘에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하나는 ‘이재명 포비아’에 기대 자당 후보로 일정에 맞춰 선거를 치르는 것, 하나는 후보 단일화나 빅텐트 등 판을 흔드는 이슈파이팅을 통해 역전을 시도하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앞의 선택은 무난하게 지는 방법이고, 뒤의 선택은 어렵지만 성사만 되면 새로운 국면을 만들 수 있다. 정치적 도의나 후보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 실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변수 4가지를 오직 선거공학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4월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시찰하고 있다. ⓒ총리실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4월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시찰하고 있다. ⓒ총리실제공

한덕수가 7공화국 개헌 던지면 시너지 효과

첫째, 국민의힘 경선이다. 한덕수 출마설, 오세훈 사퇴 등으로 흥행 요소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경선 결과에 따라 향후 한덕수와의 단일화, 더 나아가 반명(反明) 빅텐트 등 반전 카드를 쓸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선을 통해 후보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이후 펼쳐질 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여론 지표상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가 4강에 들 가능성이 크고, 안철수보다 당내 기반이 큰 나경원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요인은 한덕수 지지율이다. 

비주류가 된 이후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늘 이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해온 것을 감안하면, 한덕수 지지율이 높아지면 한덕수와 단일화를 표방한 후보로 지지가 집결될 수 있다.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후보 단일화도 변수가 생기겠지만, 한덕수의 출마가 현실화되고 지지율도 올라가면 단일화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김문수는 ‘한덕수가 무소속으로 나오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겠다’고 밝힌 반면, 한동훈과 홍준표는 반발하고 있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개헌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이다. 이재명은 심판론이 덮일 우려 때문에 개헌론을 매우 경계한다. 더구나 대통령 임기 단축은 받을 수가 없다. 권력에 대한 야망이 컸던 이재명 입장에서 천신만고 끝에 잡은 권력을 3년으로 끝낼 수 없을 것이고,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를 무마할 시간도 충분히 벌어야 한다. 실제 민주당 의원들은 허위사실 공표죄 삭제, 제3자 뇌물죄 축소 같은 법안을 발의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법 개정을 통해 해소하려 했다. 행정과 입법에 사법 권력까지 가지면 모든 걸 다 할 것이다. 대통령 임기 단축 후 개헌은 이재명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70%에 가까운 개헌 찬성 여론에도 개헌과 대통령 3년 임기 단축을 공약한 후보는 한동훈이 유일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발화되지 않고 있다. 한덕수가 하면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명분이 강하기 때문이다. 6공화국 중심 인물의 마지막 소임으로 극단적 갈등을 양산하는 수명이 다한 1987년 체제를 종식시키고, 7공화국 개헌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물려주고 떠나겠다고 하면 경륜과 임팩트가 시너지를 일으켜 개헌론을 점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게 아니더라도 향후 후보 단일화, 빅텐트의 명분을 개헌과 대통령 임기 단축으로 가져가면 충분히 프레임화할 수 있다.

셋째, 한덕수 변수다. 지지율이 무섭게 상승하며 보수진영 1위까지 오른 한덕수 출마에 주목하는 건 ‘정권 교체’에서 ‘시대 교체’로 프레임을 전환시킬 파괴력 때문이다. 이재명이 받기 힘든 임기 단축 개헌을 매개로 제 세력들의 빅텐트를 이끌어낼 경륜과 중량감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대한민국을 ‘리빌딩’할 과도정부 거국내각을 꾸려 통상 문제 등 위기 대응으로 나라를 안정시키고, 개헌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열게 한 뒤 옷을 벗겠다고 하면 중도층에 만만찮은 소구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전북 출신이다. 전북과 전남은 같은 호남이지만 정서가 좀 다르다. 설사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지더라도 향후 반이재명 빅텐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실패했던 반기문 카드…韓은 검증 견뎌낼까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의 도의적 책임, 계엄을 막지 못한 탄핵 정권의 총리, 대선 관리 중립 심판의 선거 개입이란 비판, 무엇보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문제다. 과거 고건과 반기문 사례에서 보듯 노회한 관료 특유의 뚝심 부재가 과연 앞으로 펼쳐질 검증 과정을 어떻게 견뎌낼지가 변수다. 관건은 향후 지지율이다. 한덕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해 보수의 강력한 대안으로 굳어지면 경선을 통과한 국민의힘 후보도 어쩔 수 없이 단일화에 응할 수밖에 없고, 향후 빅텐트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넷째, 반명 빅텐트다. 이재명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하는 ‘반명 빅텐트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빅텐트에 관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들도 크게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제3지대다. 4월10~1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준석은 이재명, 김문수와의 3자 대결에서 14%의 지지를 받았다. 양당 당락을 좌우하고 향후 정치적 입지도 다질 수 있는 수치다. 다만 오세훈과의 3자 대결에선 9%로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변동된다. 이준석은 낡은 정치공학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한덕수 지지가 급부상해 지지율 변동이 생기면 변할 여지도 있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이 허물어져 자신이 접수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세력 없이 독자적으로 더 큰 뜻을 펼치기 힘들다. 지지율에 따라 조건과 셈법이 맞으면 빅텐트에 충분히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설사 빅텐트가 아니더라도 국민의힘 후보, 한덕수, 이준석 간 후보 단일화를 하지 말란 법도 없다. 빅텐트가 파괴력을 가지려면 현 민주당 거물급 인사의 결합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단지 ‘반이재명’만으로는 힘들다. 개헌을 중심으로 과도정부 거국내각 같은 국가 전환기 위기 극복 비전을 제시해 ‘심판선거’를 ‘전망선거’로 바꿔낼 수 있어야 가능하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박동원 폴리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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