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골쇄신 없으면 보수 큰 위기…임기 ‘3년 단축’ 개헌 통해 시대 교체”
“한덕수, 상식과 먼 결정 안 할 것…오세훈 비전과 제 공약 일맥상통”
“서태지처럼 시대를 바꾸겠습니다! 시대 교체는 한순간 폭발하듯 일어납니다!”
4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분수대 앞에 선 한동훈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이같이 외쳤다. 1990년대 파격적인 음악과 춤, 패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문화 대통령’이라 불렸던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대한민국에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약속이다. 시사저널은 4월17일 정치 교체, 세대 교체, 시대 교체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한 후보를 인터뷰했다.
한 후보는 “시대 교체를 통해 극단적인 대립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이 먼저인 나라,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줄탄핵과 계엄의 한복판에서 극단적 대립의 정치로 인한 국민 불안을 절실히 경험했다는 그는 87체제에 종지부를 찍을 방법으로 임기 단축·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최근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한덕수 출마론에 대해선 “상식과 거리가 먼 선택은 하지 않을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수진영 후보들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오세훈 시장의 정책과 자신의 공약이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에 출마하는 포부는.
“시대 교체를 약속드리면서 대선에 출마했다. 8명의 헌법재판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만 탄핵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의 줄탄핵과 같은 전횡도 한목소리로 준엄하게 꾸짖었다. 계엄을 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고 해서 30번의 줄탄핵을 한 야당 대표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야구의 ‘공수 교대’ 같은 것일 뿐이다. ‘공수 교대’를 할 게 아니라, 줄탄핵과 계엄으로 절제가 무너진 87체제를 끝내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왜 ‘한동훈’이어야 하는가.
“시대 교체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히 느꼈다. 그 실천 의지가 가장 강한 사람이 저, 한동훈이다. 저는 87체제 모순의 정점인 줄탄핵과 계엄의 한복판에서 집권여당 대표를 했다. 저만큼 시대 교체의 필요성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희생정신으로 개헌을 통한 시대 교체를 이루겠다는 실천 의지가 가장 강하다. 이제 극단적 대립을 끝내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는 제가 가장 적임자다.”
지금 국민의힘은 위기다. 핵심 원인은 무엇으로 보나.
“우리 당은 문재인 정부의 수많은 실책을 개혁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선택받았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된 뒤엔 현실에 안주하며 구시대적 정치에 매몰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저는 비대위원장과 당대표 시절부터 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제가 떠난 뒤 당은 다시 개혁에서 멀어지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인만 좋은 정당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분골쇄신의 결기가 없다면 우리 당은, 우리 보수는, 우리 대한민국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보수 재건을 위해선 무엇이 가장 절실할까.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회복하는 것이 반성과 변화의 첫걸음이다. 줄 세우고, 연판장 돌리고, 거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고 따돌림하는 그런 정치를 하면서 우리가 국민을 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실제로는 힘 있는 사람이 먼저이면서 어떻게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나. 그래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국민 눈높이를 두려워하고 국민 눈높이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경주할 때, 낡은 보수와 단절하는 새로운 보수의 길도 열리고, 우리 당이 이기는 길도 열릴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전 대통령께서는 이미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내세우는 일종의 ‘그림자 정치’ 같은 것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 보수는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당당한 모습을 회복하는 길과 ‘그림자 정치’는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덕수 대망론’이 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일각에서 한덕수 대행의 무소속 출마 후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구상을 말하는데,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국민의힘 경선을 건너뛰고 마치 부전승처럼 기다리고 있겠다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에서 막중한 책무를 뒤로하고 출마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실 분도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 3분의 2 정도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제가 장관 시절 경험한 한 대행은 합리적인 분이었다. 상식과 거리가 있는 결정을 하시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일화 가능성도 고려하나.
“오세훈 시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처럼 경선 과정에서 당의 지평을 함께 넓혀 나갈 수 있는 분들께서 불출마하거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게 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특히 오 시장께서 우리가 지킬 대상은 특정 개인도, 세력도, 진영도 아닌 국가 공동체여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제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오 시장께서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당부한 ‘다시 성장’은 제가 출마선언에서 말씀드린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와 일맥상통하고 ‘약자와의 동행’은 당대표 시절부터 일관해온 ‘격차 해소’와도 다르지 않다. 제가 그분들 몫까지 더 열심히 뛰겠다.”
현재 지지율 추세는 어떻다고 보고 있나.
“지난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선호도 20%를 돌파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던 당원과 지지층이 의사결정에 나서면서, ‘이재명 민주당’의 계엄 관련 공세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 저에게 본격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조기 대선이어서 후보를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만큼 지지세 결집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일각에선 탄핵 찬성 등을 이유로 ‘배신자 프레임’을 제기하는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기는 선택은 저 한동훈이고, 저를 선택하면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릴 것이다. 당원이나 국민들 중 저에 대한 마음이 열리지 않은 분들과 말씀을 나눠보면, 그분들이야말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위험한 사람이 나라를 망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열망이 가장 강한 분들이다. 이 지점이 제 마음과 정확히 같다. 그분들께 ‘제가 계엄을 막으러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이재명 전 대표는 숲에 숨어있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는 저야말로 이 대표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계엄의 밤에 국민의힘 당대표 자격으로 계엄을 즉각 반대했고, 앞장서서 국회로 달려가 우리 당 동료의원들과 함께 계엄을 막았다. 제가 후보가 되면 우리 당은 계엄에 관한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대선의 균형추를 맞춰 승부를 겨루는 것은 여기서부터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다. 이재명 전 대표는 경제를 모르고, 심지어 경제관이 위험하기까지 하다. 경제라고는 빚내서 돈이나 지역화폐를 뿌려 나눠주는 것, 그리고 엔비디아 같은 기업은 키울 줄은 모르면서 ‘K-엔비디아’ 운운하면서 기업을 뜯어낼 궁리만 하는 것, 이 두 가지밖에 모른다. 한국형 챗GPT를 전 국민이 무료로 쓰도록 하겠다는데, AI가 무슨 경기도 배달앱 같은 건 줄 안다. 이런 이재명식 ‘가짜 경제’는 AI 시대에 맞는 성장 전략으로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저의 ‘진짜 경제’는 분명히 다르다. 국민들께서 진짜를 가려내는 혜안을 보여주실 것이라 믿는다.”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시대 교체는 정치가 본래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가 국민을 보듬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극단적 대립에 빠진 정치를 걱정하게 만들어왔다. 시대 교체를 통해 그런 정치를 끝내고 국민이 먼저인 나라,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국민의 70%가 중산층이고, 서민도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누구나 중산층이 되는 시대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사회가 안정되고, 민주주의도 중산층이 튼튼할 때 건강해진다. 궁극적으로는 정치가 국민 한 분 한 분의 평화로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켜드릴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임기 단축·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는데.
“정치학계 석학인 후안 린츠 예일대 명예교수가 1990년에 쓴 논문 ‘대통령제의 위험성’은 남미의 대통령제를 연구한 것인데, 대한민국의 최근 상황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여소야대에서 대통령과 의회가 각자 부여받은 정통성을 내세우면서 대립하다가 극단화되면 의회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통령은 군을 동원하려는 위험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은 30번의 줄탄핵과 계엄으로 수명을 다한 87체제의 문을 닫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시작과 끝을 맞춰 대통령과 국회의 ‘서로 다른 이원적 정통성’으로 인한 극단적 대립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임기를 줄일 리는 없으니, 대통령이 줄여서 맞추는 수밖에 없다. 2028년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제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과 시대 교체를 완성하겠다고 약속드렸다. 반드시 할 것이다.”
정치 입문 후 가장 보람된 순간은.
“여러 가지인데 하나만 꼽자면,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보수의 가치인 안보와 보훈의 핵심인 ‘제복 입은 영웅’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한 것이다. 군인이 순국하면 계급을 추서해 주는데, 정작 유족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추서 전 계급에 의하게 되어 있더라. 제2연평해전의 영웅인 고(故) 한상국 상사의 배우자 김한나님을 만나 불합리한 군인재해보상법의 개정을 약속드렸다. 또 유신헌법 때 만들어진 헌법상 이중배상 금지조항 때문에 순직한 군인 등의 본인에 관한 위자료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유족의 고유한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가능한데도 그동안 국가배상법에 근거 조항이 없었다. 군복무 중 사망한 고(故) 홍정기 일병의 어머님 박미숙님은 법무부 장관 때부터 직접 뵙고 국가배상법 개정을 약속드렸다. 두 법안 모두 작년 1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돼 큰 보람을 느꼈다.”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꼽는다면.
“후회되는 순간을 묻는 분들은 계엄이나 탄핵에 관한 답을 기대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저는 제 정치적 유불리를 생각하지 않고 대한민국과 국민만 생각하고 결정했다. 다시 돌아가도, 설령 제 아버지가 계엄을 했어도 똑같이 계엄을 막을 것이다. 그게 진짜 보수의 정신, 진짜 국민의힘의 정신이다. 탄핵은 물론 저에게도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상처받은 분들의 마음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그 길만이 보수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