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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하향곡선’ 손흥민, 팀내 입지 좁아져…최대 변수는 ‘감독 교체’ 
‘혹사 논란’ 김민재, 이적 가능성 높아…‘주전’ 필요한 이강인, 팀은 붙잡아

근래 한국 축구는 선수 구성 면에서 역대 최고, 당대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꿈처럼 여겨지던 유럽 명문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는 대한민국 국적 선수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의 손흥민(33),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29),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의 이강인(24)이 대표적이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 파리 생제르맹 이강인, 바이에른 뮌헨 김민재 ⓒAP연합·EPA연합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 파리 생제르맹 이강인, 바이에른 뮌헨 김민재 ⓒAP연합·EPA연합

토트넘, 1년 계약 연장…‘손흥민 기량 불신’ 해석

하지만 2024~25 시즌이 끝을 향해 가는 지금 시점에 이들 유럽파 3대장의 상황은 복잡다난하다. 고령화, 부상, 포지션 경쟁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소속팀 내 입지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각종 이적설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지난 10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이자 월드클래스로 평가받은 손흥민은 올 시즌 하향곡선을 보이고 있다. 시즌 전체 기록은 43경기 11골 12도움으로 올 시즌도 이미 골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예년보다 떨어진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2023~24 시즌 손흥민은 리그에서만 17골 10도움을 올렸다. 올 시즌은 팀 전체의 부진(리그 5위→16위) 영향도 크지만, 결정력과 순간 스피드가 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엔 부상으로 신음 중이다. 4월11일 홈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상대 선수의 태클에 발을 다쳤다. 이후 울버햄튼과의 프리미어리그(EPL) 원정 경기,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EPL 홈경기까지 잇달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사이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에서 극적으로 프랑크푸르트를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시즌 중에는 계약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팀의 주장이자, ‘예비 레전드’인 손흥민에게 토트넘이 소극적인 연장 옵션 발동을 선택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계약 기간을 2026년 여름까지 1년만 연장하는 토트넘의 모습은 손흥민의 기량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그에 맞춰 무수한 유럽 내 클럽으로의 이적설, 그리고 최근 유럽 유명 선수들의 황혼기 종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행이 언급됐다.

토트넘은 리그 성적만 놓고 보면 근래 최악의 시즌이다. 그런데 클럽대항전인 유로파리그에서는 4강에 진출, 17년 만의 우승 도전이라는 기회를 잡았다. 유로파리그 준결승 상대는 돌풍을 일으키며 올라온 노르웨이의 작은 클럽 FK보되/클림트여서 결승 진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승을 해도 변화의 폭풍이 불 것은 자명하다. 일단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충격적인 EPL 성적 탓에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해도 결별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영국 주요 일간지인 ‘텔레그래프’는 “유로파리그 결과와 상관없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을 떠날 것이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의견 표출에 신중한 분위기다. 계약이 1년 남은 만큼 원칙적으로 다른 팀으로 옮길 때 이적료가 발생한다. 그럴 경우 선택지는 좁아진다. 손흥민의 연봉이 EPL 기준으로는 30위권이지만 라리가(스페인),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A(이탈리아) 등 타 빅리그에선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높은 연봉에 별도 이적료까지 지불하며 영입하기엔 매력도가 떨어진다. 게다가 토트넘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선수라 EPL 내 다른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은 낮다.

토트넘 잔류 여부의 최대 변수는 감독 교체다. 작별이 유력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후임이 손흥민의 필요성을 구단 수뇌부에 얼마나 표출하느냐가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다. 경기력 외적으로 손흥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아예 새로운 연장 계약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토트넘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작별을 강행할 수도 있다.

 

뮌헨 “김민재 판매 가능”…이강인은 팀에서 재계약 논의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수비수 김민재는 갑작스레 이적설에 휩싸였다. 고질적인 부상과 연결된 잦은 실수가 원인이다. 뮌헨은 4월17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인터밀란과 2대2로 비기며 준결승 진출이 불발됐다. 이날 김민재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최근 리그 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 그의 실수가 실점의 원인이 됐다. 2024~25 시즌 유럽 5대 빅리그에서 뛰는 수비수 중 치명적인 실점 위기로 이어진 실수를 가장 많이 한 선수가 김민재(6회)다. 

뮌헨은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서는 김민재를 옹호해 왔다. 지난해부터 아킬레스건염을 앓고 있지만 이토 히로키, 다요 우파메카노가 차례로 큰 부상을 입고 이탈하며 김민재는 휴식 없이 출전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는 김민재의 혹사를 공식적으로 우려했을 정도다. 올 시즌 김민재는 총 42경기에 출전해 3548분을 소화했다. 경기당 84분으로 거의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셈이다.

이런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뮌헨이지만 최근 김민재의 실수가 팀의 성과와 직결되고, 비판적 여론이 우세해지자 입장을 바꾸고 있다. 독일의 유력지 ‘빌트’는 4월21일 뮌헨의 막스 에벌 스포츠 디렉터의 발언을 인용해 “뮌헨이 올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김민재를 판매 가능한 선수로 분류했다”고 보도했다. 뮌헨은 김민재 영입 당시 투자한 이적료(500만 유로, 약 819억원)를 회수할 수 있다면 이적을 막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외부의 평가는 뮌헨을 둘러싼 여론과는 다르다. 실수가 있지만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 상대 공격수와의 경합 성공률, 뛰어난 주력 등 여러 지표에서 유럽 최상위 레벨이기 때문이다. 센터백 보강이 필요한 EPL의 첼시와 뉴캐슬, 그리고 나폴리 시절의 뛰어난 퍼포먼스 때문에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 등이 김민재 영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이강인은 포지션 경쟁 면에서 입지가 애매해졌다. 제로톱, 측면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지만 모든 위치에서 팀의 첫 번째 옵션이 아니다. 특히 겨울 이적시장에서 PSG가 측면 공격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를 영입하며 이강인은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최근에는 리그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되기도 했다.

국내 언론과 팬들은 이강인이 확실한 주전 입지를 누릴 수 있는 팀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위해 빅클럽의 일원임을 포기하고 눈높이를 낮추라는 의견도 많다. 한창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연령대임을 고려할 때는 일견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PSG가 이강인을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PSG와 2028년까지 계약돼 있지만 팀은 이미 재계약 논의를 시작했다. 일단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루이스 캄포스 단장의 이강인 선호도가 높다. 엔리케 감독은 테크닉이 뛰어나고 여러 포지션을 묵묵히 소화하는 이강인을 늘 높게 평가했다. 당장 주전으로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선수 선발과 기용에 절대 권한이 있는 감독과 단장이 믿음을 보낸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외부에서 보는 이강인의 입지와 내부에서 평가하는 이강인의 가치에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PSG는 현재 트레블(3관왕)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 리그 우승은 이미 확정했고, 챔피언스리그는 4강에 올랐다. 프랑스컵도 결승전에 진출한 상태다. 주전으로 뛰는 것만큼 선수 커리어에서 중요한 것은 메이저 트로피다. 이강인은 PSG 합류 후 벌써 5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역사적인 트레블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 거기에 팀 내부의 고평가를 고려하면 이강인은 이적이 아닌 재계약을 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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