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빅4’ 안착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탄핵 반대한 김문수·홍준표, 검사 출신 한동훈으로는 이재명 못 이겨”
“한덕수 출마 안 돼…대행으로 국정 돌보고 민생·외교협상에 집중해야”
“이재명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는 사람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네 명 중에서 저 ‘안철수’뿐입니다. 탄핵에 반대한 김문수·홍준표 후보는 이길 수 없고, 한동훈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검사 출신입니다. 이미지가 겹쳐서 안 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제게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살아있는 정치인 중에서 ‘38석’ 거대 3당을 만들어본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컷오프에서 깜짝 이변이 발생했다. 당내 기반이 부족해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던 안철수 후보가 ‘윤심(尹心·윤석열 전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4강에 진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안 후보가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38석’을 이뤄냈던 때처럼 ‘안철수 신드롬’을 재현해 낼지 정치권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안 후보도 1차 컷오프 결과 발표 이튿날인 4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 인터뷰를 통해 지금의 기세를 대선까지 이어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2차 경선의 관전 포인트로 ‘이재명을 누가 이길 수 있느냐’ 여부에 방점을 찍으며 “이번 대선은 탄핵 찬성 후보가 당선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자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와 비교해 ‘도덕성’과 ‘외연 확장성’ 강점은 물론, IT(정보기술)·의료·경영·교육 등 수많은 분야를 경험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을 거론하며 “국가기밀을 전부 보고받아 110개 국정과제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취임하면 바로 일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 후보는 그 과정을 파악하는 데만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표 AI(인공지능) 공약’에 대해서도 질타를 쏟아냈다. 그는 “이 후보가 ‘한국형 챗GPT’를 무료로 뿌린다고 했는데 이는 엉터리 공약”이라며 “민간과 공공 영역에 대한 구분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AI 혁신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인재 양성’을 꼽으며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스톡옵션 인센티브’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3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일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쪽은 범죄 혐의자(이 후보)였고 한쪽은 정치 초보 검사(윤 전 대통령)였다”며 매번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사슬에서 벗어나려면 ‘정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상을 뒤엎고 1차 경선을 통과했다. 4강에 든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원래 제 지지자들이 ‘샤이’(소극적 지지)층이니만큼 여론조사에 참여를 잘 안 한다. 그럼에도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제가 나경원 후보에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민주당 지지자를 뺀다고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원래 (컷오프 통과에) 자신이 있었다.”
당내 분위기는 어떤가.
“당내에서 이미 이번 대선을 패배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일부 후보들은 이번 경선 출마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서 다음 전당대회 때 당대표 당선되는 것을 노리고 있는데, 이건 패배주의다.”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국회에서 이미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5년 후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국민들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불상사를 막을 것이라 본다.”
2차 경선은 ‘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로 이뤄진다. 당세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불리하진 않을까.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선 초기라면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이재명을 이길 후보’에 표가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2인 후보에 들 자신이 있다.”
당내 일각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행은 출마하면 안 된다. 권한대행이면 국정 난맥상을 돌보고 민생경제를 살리고 외교협상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외교협상 중에도 미국과 관세로 ‘빅딜’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럴 때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우리나라가 그 빅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스스로의 강점을 꼽는다면.
“이 후보와 비교해 크게 앞서는 점은 ①무결한 도덕성 ②정치력 ③IT·의료·경영·교육 등 수많은 분야에 대한 경험 ④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이 그 위치에 걸맞은 모범을 보이는 행위) 실천력 ⑤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험 등이다. 일단 전과 4범에 재판을 수차례 받은 이 후보에 비해 저는 정치 경력 12년간 어떤 문제도 없었다. 또 저는 현역 정치인 중 유일하게 38석 거대 정당을 만들어본 사람이다. 이 후보가 그 정도 정치력을 보여준 적은 없지 않나. 특히 저는 정치 입문 전에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고 2020년 항체도 없을 당시 대구에서 목숨 걸고 코로나 의료봉사를 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인데, 이 후보가 그런 실천을 보여준 적이 있나.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 당선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해야 하는데, 저는 지난번 인수위원장을 경험하며 당시 국가기밀도 보고받고 국정과제도 만들어봤다. 아마 이 후보는 이 작업을 하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다.”
‘이재명표 공약’ 중 가장 문제라고 보는 것은 무엇인가.
“정부가 ‘한국형 챗GPT’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공약이 제일 엉터리다. 챗GPT처럼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민간이 맡아야 하는 것이지 공공이 담당할 영역이 아니다. 공공이 맡아야 하는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정착된 분야인데 혁신을 해본 경험이 없어 모르니 이런 공약을 낸 것 같다.”
그렇다면 ‘안철수표 AI 공약’의 핵심 내용은.
“저만의 AI 공약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인재 양성’ 네 분야로 나눴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재 양성’이다. 국내 기업에 취직하면 연봉 1억원을 받는데 해외로 가면 3억원을 받으니 인재가 계속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스톡옵션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2차 경선에서 내세울 ‘킬링 콘텐츠’는.
“지난 대선에서 냈던 ‘10대 공약’ 대부분이 윤석열 정부에서 실현되지 못해 유효한 상태다. 해당 공약들이 이번 대선에서도 킬링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당선된다면 인수위 없이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내각을 구성할 시간이 부족하진 않겠나.
“우리나라에 인재는 많고, 저는 그 인재를 구할 인맥이 많기 때문에 내각 구성에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다. 특히 저는 의사와 사업가로 일하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 않나. 보통사람보다 몇 배 이상의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과 단일화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한쪽은 범죄 혐의자였고 다른 한쪽은 정치 초보 검사였다. 그런데 제가 3김 시대 이후 최초로 거대 정당을 만든 정치력을 보여줬는데도 지지율 1등이 안 되는 걸 보고 ‘제3당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범죄 혐의자보다는 나은 검사와 단일화를 했다. 이처럼 차악을 뽑아야 하는 구도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제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는데, 그다음 대통령도 전과자인 데다 재판을 받는 사람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이제는 그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특정 당에 대한 좋고 싫음보다는 누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를 국민들이 봐주시길 바란다.”
■ ‘탄핵의 강’ 건너자는 안철수의 4강행 이변 드라마
‘당세’의 나경원 꺾고 ‘중도 확장성’ ‘본선 경쟁력’ 보여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진행된 첫 국회 탄핵소추 표결에서 보수진영 의원 중 ‘홀로’ 자리를 지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그는 8년 만에 당을 찾아온 탄핵 국면에서 ‘자성’과 ‘정면승부’를 주장한 소신파 대선후보다.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좌초시킨 그는 이번엔 자신이 직접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며 대선판에 우뚝 섰다.
이번 안 후보의 4강 합류는 ‘이변’으로 평가된다. 당초 1차 경선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한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 만큼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안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나경원 후보에게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같은 예상을 깨고 김문수·홍준표·한동훈 등 쟁쟁한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계기로 안 후보가 다시금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도 감지된다. 1962년생인 안 후보는 의사, 안랩 CEO, 대학 교수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2012년 대선에 출마해 화려하게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38석’ 돌풍을 일으키며 제3지대 정당으로서 역대급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 의석을 대부분 석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실패도 있었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직전 대선까지 큰 선거에서 사퇴, 단일화로 중도하차를 반복해 왔다. 유일하게 지난 19대 대선만 완주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잦은 당적 변경으로 혁신 이미지가 소모됐고,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후에는 존재감이 이전보다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안 후보는 여전히 자신의 강점인 ‘중도 확장성’을 무기로 이번 대선 정국에서 다시금 돌풍을 꿈꾸고 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체 지지율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열세지만 중도층 지표에서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지금의 정국에서 국민의힘 유력 경선 후보들이 ‘탄핵의 강’을 제대로 건너지 못한다면 안 후보에게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