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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론 성패는 ‘트럼프’ ‘단일화’ ‘개헌론’ 세 변수에 달려
‘트럼프와 통화’로 자신감 얻어…대권 결심 결정적 계기

최근 한덕수의 메시지는 묘하다. ‘침묵의 역설’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4월24일 국회 본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에서도, 그 이후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고생 많으셨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한 대행의 이날 시정연설 메시지도 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시정연설의 메시지는 지금이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읽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통상전쟁에서 벗어나게 할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고 내세우고 있다고 읽히기에도 충분했다. 한 대행의 시정연설은 자신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고,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키워드인 ‘경제’ ‘민생’ ‘AI(인공지능)’ ‘미래’ 같은 메시지로 채워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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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2+2 통상 협의’ 성과로 대선 가도 탄력 기대

모두가 한 대행의 입을 쳐다보고 있듯 최근 정국의 화두는 ‘한덕수 변수’다. 범보수진영에서는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띄우면서 ‘한덕수 역할론’을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한 대행 자신도 물밑에서 핵심 측근들과 향후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별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행과 그의 주변 참모그룹이 생각하는 승부수는 ①외교 실적을 쌓고 트럼프의 협상 파트너 이미지 완성(한미 통상협상을 타결시켜 이재명 후보는 할 수 없는 자산 형성) ②단일화 모델(노무현+정몽준 모델 혹은 박원순+안철수 모델로 국민의힘 본선 후보와 시너지를 내는 단일화 완성) ③개헌론으로 이재명 포위(개헌을 고리로 보수는 물론 반명 세력 전체를 포섭) 등이다. 

취재에 따르면, 당초 출마 의사가 없었던 한 대행은 최근 트럼프와 통화가 이뤄질 무렵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가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 의사’를 물어보면서 한 대행도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통상전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경제통’ ‘외교통’으로서 자신의 역할론과 책임에 대해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대행 측은 ‘한덕수 대망론’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를 미국과의 협상으로 보고 있다. 4월24일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통상 협의’ 등에서 성과를 낸다면, 직전 미국과의 협상에서 빈손으로 물러난 일본과 대비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한 대행과 트럼프 간 대화 채널이 다시 마련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 대행에겐 트럼프와 협상할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이자 글로벌 통상 위기를 극복할 ‘대안의 행정력’ 이미지를 굳힐 기회인 셈이다. 한 대행은 4월22일 국무회의에서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물꼬를 틀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만약 한 대행이 출마 전까지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성과를 얻어낸다면, 실제 ‘한덕수 대망론’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의 정치적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취재에 따르면, 한 대행이 최근 진행한 미국 CNN·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인터뷰들은 오래전에 잡혔던 ‘계획된 일정’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정부 실무진과의 소통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외신 인터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한 대행은 4월20일에는 통상적 대선후보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의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는 등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걸음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한 대행의 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칠 두 번째 변수로는 5월3일 발표될 ‘국민의힘 경선 결과’가 꼽힌다. 당초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김문수 후보를 제외하고는 한 대행과의 ‘원샷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다. 이에 한 대행 측은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길 고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한 대행과 발을 맞춰온 바 있다. 한 대행을 측면 지원하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김문수 캠프에 합류한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

한 대행이 조기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자 당초 연대나 단일화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하나둘씩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후보와 홍준표 후보도 최근 한 대행과의 연대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안철수 후보만이 한 대행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4월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HD현대중공업 권오갑 회장(오른쪽) 등과 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정약용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4월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HD현대중공업 권오갑 회장(오른쪽) 등과 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정약용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빅텐트로 판 키우고 개헌론 키워 ‘이재명 대세론’ 흔든다는 전략

한 대행이 만약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이재명 후보에 대항할 필승 카드로 ‘개헌’을 꺼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취재에 따르면, 한 대행이 고려하는 개헌론은 ①반명 빅텐트의 핵심 고리로 개헌론을 띄우고(이재명 후보가 개헌에 소극적인 점을 공략) ②3년으로 임기 단축(고령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7공화국의 문을 여는 명분을 확보) ③대선의 프레임 전환(정권 교체 프레임을 시대 교체 프레임으로 전환) 등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한 대행이 이재명 후보가 받기 힘든 임기 단축 개헌을 매개로 여러 세력의 빅텐트를 이끌어내고, 대한민국을 ‘리빌딩’할 과도정부 거국내각을 꾸려 통상 문제 등 위기 대응으로 나라를 안정시키고, 개헌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열게 한 뒤 옷을 벗겠다고 하면 중도층에 만만찮은 소구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대행에 대한 보수층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4월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 중 ‘정권 연장’에 공감한 유권자 612명을 상대로 범보수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한 대행은 28.7%의 응답률을 얻으며 김문수 후보(19.5%), 홍준표 후보(17.9%), 한동훈 후보(15.7%), 나경원 후보(7.2%), 안철수 후보(2.7%) 등을 앞질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한 대행을 향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는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이재명 후보까지 앞지르며 대선주자 중 검색량 1등을 차지했다. 시사저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튿날인 4월5일부터 20일까지 네이버 데이터랩 통계(일일 최대 검색량 100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 대행은 해당 기간 평균 검색량에서 37로 이재명(36), 김문수(35) 후보를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 카카오 데이터트렌드에선 한 대행이 59를 차지하며 이재명(47)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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