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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컨벤션 효과…‘한덕수 변수’와 ‘어대명’에 김 빠진 양당 경선
국힘,  反이재명 빅텐트→범보수 단일화로 드라마? ‘尹의 재등장’은 딜레마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이례적 속도전이 李의 사법 리스크 ‘마지막 고비’ 

“양당 모두 경선이 아니라 학예회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보다도 긴장감이 덜하다.”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창 진행 중인 거대 양당의 경선 상황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 같은 조소가 나오고 있다. 정당의 최대 이벤트인 거대 양당의 대선 경선이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나 스스로 흥행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책임을 외면한 채 경선을 흡사 ‘예능’으로 만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MBTI와 밸런스 게임을 주고받았다. 거기에 당 안팎에서는 또다시 ‘용병론’이 고개를 쳐들면서 경선 이슈를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다. 상황은 정반대지만, 흥행에서 멀어진 건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권역별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90%에 가까운 누적 득표율로 압도적 독주를 이어가면서 긴장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당내 분위기가 자초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는 결국 긴장과 흥행이 8할인 드라마와 비슷하다. 양당 모두 본선에서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으나 예고편에서 실망한 유권자들이 본편에 관심을 가져줄지 미지수다. 양당 모두 자충수에서 벗어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4월23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맨 위 사진). 4월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박은숙
4월23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맨 위 사진). 4월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박은숙

반성 없는 국힘 경선, 감동 없는 민주 경선

1차 경선에서 일부 주자가 노골적인 탄핵 반대 발언은 물론 색깔론까지 내놓으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국민의힘은 2차 경선에 ‘찬탄’(탄핵 찬성) 2명(한동훈·안철수 후보), ‘반탄’(탄핵 반대) 2명(김문수·홍준표 후보)이 진출하면서 긴장도가 살짝 높아졌다. 2차 경선이 찬탄 대 반탄 구도로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안 후보의 4강 진입이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정치권에선 안 후보보다는 나경원 후보가 4인에 포함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반탄’ 입장인 나 후보가 강성 지지층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1차 때 일반국민 100% 여론조사 룰로 경선이 치러진 점, 반탄 2강(김문수·홍준표)으로의 결집 등이 예상을 깬 1차 경선 결과의 주원인으로 지목됐고, 안 후보가 1차 경선에서 찬탄 대 반탄 구도를 부각한 게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핵 정국 내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고수해 왔던 안 후보는 1차 경선 막판에 김문수·나경원·홍준표 등 반탄 주자들을 향해 “전광훈당으로 가시라”고 거세게 몰아세운 바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2차 경선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게 됐고, 당 내부에선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면 경선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당내 지도부를 포함해 다수는 찬탄 대 반탄 구도가 흥행 측면에서 나쁠 게 없고, 안 후보의 약진과 같은 ‘언더독 효과’도 오히려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물론 주자들의 수싸움이 더욱 복잡해진 측면은 있다. 특히 안 후보 입장에선 찬탄 입장의 표를 더 가져오는 게 가장 유효한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한 후보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찬탄 대 반탄이란 구도가 약화될 수 있는 건 딜레마다.

그런데 여러 기대감을 상쇄시키는 진짜 요인은 따로 있다. 몇 주째 당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덕수 대망론’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대망론이 계속되면서 당내 경선의 무게감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꾸준히 한 대행의 이름이 거론된다. 특히 최근 한 대행 출마 촉구 연판장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 50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 데 이어 1차 경선 직후엔 수상한 ‘세(勢)의 이동’이 포착돼 주목된다. 한 대행 출마를 염두에 둔 친윤(親윤석열)계의 결집 움직임이다.

탄핵 정국에서 반탄 선봉에 서면서 신(新)친윤으로 자리매김한 윤상현 의원은 김문수 캠프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했다. 그는 김 후보를 돕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반(反)이재명 연대’에 김 후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했고, 이기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결국 한 대행 출마에 힘을 싣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일찌감치 반이재명 연대를 강조하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 등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4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 부근 식당에서 ‘윤어게인 신당’ 창당에 나섰던 배의철 변호사(맨 오른쪽), 김계리 변호사와 함께 식사해 눈길을 끌었다. ⓒ김계리 변호사 SNS캡쳐
4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 부근 식당에서 ‘윤어게인 신당’ 창당에 나섰던 배의철 변호사(맨 오른쪽), 김계리 변호사와 함께 식사해 눈길을 끌었다. ⓒ김계리 변호사 SNS캡쳐

국힘 경선 끝 아니다…“反이재명 단일화가 최종 경선”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으며 ‘윤석열의 호위무사’로 불린 이용 전 의원이 김 후보 수행단장으로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내 일각에선 ‘윤심(尹心)’이 곧 ‘한심(韓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여기서 윤심은 친윤계의 의중, 한심은 한 대행의 의중이다. 한 대행이 출마 의지를 거의 굳혔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흐름은 경선 주자들의 입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대행의 출마를 강하게 비판해 왔던 홍준표·한동훈 후보도 입장 변화를 보였다. 한 대행과의 단일화 등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경선에 안 나온 용병에게 경선 주자들이 쩔쩔매고 있는 형국이다. 용병을 데려왔다가 실패했는데 또 당 밖의 용병만 바라보고 있다는 건 비극”(국민의힘 출신 전직 의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만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주류는 당 경선 이후 이뤄질 반이재명 연대의 과정이 일종의 ‘최종 경선’처럼 인식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와 한 대행은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 범보수진영과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 범진보진영까지도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면 경선 이상의 빅이벤트가 마련되는 것으로 그 컨벤션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2002년 극적인 단일화로 반전의 드라마를 쓴 노무현-정몽준 사례를 재현한다는 그림이다.

민주당 경선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에 이어 ‘구대명’(90% 이상 득표율로 대선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일방적인 승부로 흘러가고 있다. 사실상 결과가 예견된 경쟁으로 대중적인 관심과 긴장도도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단순히 압도적인 지지가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경선 분위기에 당내 주류의 인위적인 조정과 일방적인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이번 경선을 앞두고 경선 룰이 변경된 것은 사실상 이변 없이 이재명 후보를 당의 대선후보로 결정하겠다는 친명계 주류의 확고한 의도로 풀이됐다. 기존에 민주당 내에서 오랫동안 이어졌던 ‘완전국민경선’ 방식은 원하는 유권자 모두가 참여해 1인 1표씩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인 반면, 변경된 룰인 ‘국민참여경선’은 일반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를 50% 반영하는 데 그친다. 당내 일부와 조국혁신당 등에서 주장한 범진보진영 통합 오픈프라이머리 제안도 일축됐다. ‘구대명’을 만들기 위해 시작부터 김이 빠진 것이다.

김경수·김동연 두 경쟁자의 ‘착한 2등 전략’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두 후보는 몇몇 쟁점에 대해선 이 후보와 각을 세우더라도 대체적으로 강한 견제나 검증을 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론회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이번 대선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두 후보자 입장에선 권력의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이해도 있으나 결국 근본적으로는 경쟁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당내 주류가 자초한 ‘일극주의’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민주당 내 주류의 시각은 다르다. 흥행 여부가 본선 승패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취재에 따르면, 당 지도부 등 주류는 오히려 경선에서 본선 경쟁력을 해치는 이슈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무풍지대’ 전략이 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개인 전략에서도 되도록 일정을 줄이고 ‘조용한 경선’ 행보를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의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고, 여론의 지형도 이 후보에게 매우 유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 측에선 2017년 대선 때보다도 더 강력한 탄핵 프레임, 더 압도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4월19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4월19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대 反이재명’ 구도 여부가 핵심 변수

여기에 구도 또한 ‘어게인 2017’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국민의힘에선 2017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당시 홍준표·유승민·안철수 후보가 표를 나눠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반이재명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선 연대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2017년 때와 같은 다자 구도 속에서 더욱 압도적인 승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의 당권을 여전히 계엄을 옹호하는 반탄파가 잡고 있다는 점에서 반이재명 연대 혹은 단일화는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 등이 이에 대해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나쁠 게 없다는 판단도 있다. 김계리·배의철 등 ‘윤석열 신당’ 소동을 일으켰던 변호인들과 식사 후 사진을 올리는 등 이른바 ‘윤심’(윤 전 대통령 의중)이 작동할수록 여론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흐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사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건진법사’ 관련 의혹 등 불어나는 윤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민주당으로선 큰 호재다.

다만 최근 불씨가 살아난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마지막 고비’로 다시 떠올랐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1심에서 징역형, 2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결정으로 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는데, 심리 속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에선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사건을 심리하는 만큼 시간이 오히려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민주당 내에도 많지만, 대법원이 심리 개시 이틀 만에 후속 검토를 이어가는 등 이례적 속도전을 벌이면서 6월3일 대선 전 상고심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혹시 모를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아무리 대법원이 빠르게 선고를 하더라도 2심 무죄 상황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수준의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법원이 스스로 파기 후 형까지 정하는 파기자판이 나올 수 있다는 일각의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 2심 유죄 상황에서, 그것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파기자판은 이 후보 사건에선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 등에선 자유로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파기환송이 나올 경우 여론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다시금 떠오른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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