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근거해 정부가 기업 지원할 첫 단추”…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 등 특별법 발의 계획
‘인재·기술·시장’ 함께 키워 시너지 노려…AI·첨단산업에 필수인 ‘에너지 생태계’ 구축이 목표
‘성장’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SMR(소형모듈원전) 전략 육성’ 공약 추진을 유력하게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믹스’ 기조의 한 축인 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등 ‘첨단·전략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①SMR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로 ‘인재’를 양성하고 ②인재 자원을 통해 국내 고유의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해서 ③‘K에너지’로 브랜딩해 해외시장으로 ‘수출’함으로써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내에서 황정아·허성무 의원은 물론,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언주 최고위원도 SMR 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이라는 전언이다.
‘탄소중립’ ‘전략망 확충’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을 비롯한 당 정책·전략 파트에선 ‘SMR 전략 육성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꾸려졌던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이언주 위원장)와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황정아 위원장) 등 유관 위원회들의 ‘정책·전략 제안 보고서’ 내용을 취합하면서다. 당 정책파트에 소속된 선대위 정책본부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SMR 산업이 (개발이) 어려운 (최첨단) 분야이니만큼 정책 공약화 등을 쉽게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관련해서 내부 검토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보다 작은 용량과 모듈식 설계를 채택한 원자로 발전으로 미래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용지 규모가 작아 도심이나 산업단지 인근 설치가 가능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서다. 또 건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 초기 투자 부담도 적은 편이다.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과 미래 산업의 근간인 ‘전력망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선진국들이 SMR을 차세대 ‘에너지 전환’ 모델로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SMR은 초기 시장이니만큼 국가 차원의 선제적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을 개발 및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중국은 2010년대 초부터 국가 주도로 SMR 개발에 투자해 왔으며, 미국은 2018년부터 민간 차원의 투자를 확대해 왔고, 미국의 원자력발전 업체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경우 SMR 상용화까지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국은 SMR 연구를 늦게 시작한 만큼 ‘기술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또 SMR 특성에 맞는 ‘안전 규제’ 체계도 전무해 상용화까지 수 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민주당 전략위와 과기위 소속 위원들도 최근 산업 현장 방문과 간담회 등을 가지며 ‘SMR 육성 지원책’ 마련에 집중해 왔다. 특히 황정아 의원은 4월15일 원자력산업종사자 현장간담회 자리에서 SMR 특별법 발의 계획을 공식화하며 “선진 원자로에 대한 명확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전문인력 양성 등 기술 발전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기후위기 극복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실용주의로의 빠른 노선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취재에 따르면, 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도 별도로 SMR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큰 틀에서 SMR 개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근거 조항을 만드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SMR 인허가 규제 체계 마련 등의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 전략이나 원천기술 관련 세부적인 내용까지 법안에 전부 방대하게 담기진 않겠지만, 정부가 법에 근거해 SMR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첫 단추’ 역할을 할 것이란 전언이다.
민주당과 선대위 내부에서도 특별법 추진을 비롯해 SMR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이 후보가 우선순위로 강조하는 ‘AI 기본사회’ 인프라 구축부터 ‘반도체 1등 국가’ 실현을 위해선 충분한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한국은 생산된 전력을 연결하는 송배전망이나 데이터센터 숫자가 충분치 않은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부터 최대 산유국인 중동에 대한 기조까지 바꾸며 전 세계적 에너지 공급 상황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K에너지’ 육성 로드맵 전략 짜서 수출까지”
이에 따라 4월30일 출범한 선대위 정책본부도 기존 전략파트에서 검토했던 SMR 특별법 추진 등 에너지 전략 정책을 향후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정책파트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AI를 비롯한 산업 성장 분야는 이 후보가 1순위로 집중하는 주제”라고 강조했다. 정책본부 핵심 관계자는 “SMR의 기술적 성숙도가 완전히 무르익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과학적 근거로 여러 측면에서 ‘실용적’이라는 판단이 정책본부와 이 후보로부터 내려진다면 공약으로 연결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해당 정책이 공약화된다면 이 후보가 최근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공약과 함께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이 후보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들어 반도체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생산) 달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전략파트 관계자는 “그동안의 기조도 중요하지만 이젠 실용적인 접근으로 변해야 할 때”라며 “에너지 믹스론도 이 같은 기조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당내에선 전반적인 ‘K에너지’ 육성 로드맵 설계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취재에 따르면, 당내 복수의 정책파트 관계자들이 꼽은 ‘에너지 전략’의 핵심 3요소는 ‘인재’ ‘기술’ ‘시장’이다. 현재 한국은 SMR은 물론, 일부 재생에너지도 자체 기술 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수많은 국내 인재가 해외 기업으로 유출됐다.
전략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인재가 없으면 기술도 없다”며 “단순히 산업 예산 지원만 하고 관심을 돌릴 것이 아니라, ‘인재-기술-시장’ 삼각 편대를 정밀하게 다루는 체계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인센티브 등을 통해 인재들을 불러들여 수입에 의존하는 신(新)에너지 기술을 국산화한다면, 이를 해외시장으로 수출하는 구상도 가능하다. 이미 한국은 최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협업을 통해 체코에 신규 원전 2기 수주를 확정한 전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언주 위원장은 3월4일 인터뷰에서 “SMR은 세계적으로도 큰 시장”이라며 “한국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SMR을 만들어 전 세계에 제일 많이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