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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 여사 소환 저울질…또다시 ‘특혜 소환’은 없을 듯
‘기소청’ 전락 우려에 뒤숭숭한 검찰…‘특검’에 대비 “묵혀둔 캐비닛 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자연인 신분이 된 김건희 여사를 향해 검찰이 수사망을 서서히 좁혀오고 있다.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측근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이권 개입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김 여사의 서울 서초동 사저 압수수색까지 나섰다. 윤석열 정부 내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여사의 눈치까지 살핀다는 비난을 받았던 검찰이 6·3 대선 정국에서 수사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와 검찰 깃발의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김건희 여사와 검찰 깃발의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尹 파면 후 검찰 ‘법대로 해보자’ 자신감”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서초동 사저 압수수색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단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연인 신분이 된 윤 전 대통령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강제수사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은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압수수색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많이 놀랐다.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것이 검찰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고 파면된 지 한 달도 채 안 됐다. 검찰이 돌변한 듯한 느낌이 든다.” 김아무개 전 검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 평가를 곱씹어보면 그간 김 여사를 향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배경이다. 검찰은 지난해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을 조사하기 위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로 비공개로 불렀다가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청 소환조사’를 강조했던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원칙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법 앞에는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던 이 전 총장의 공언도 공염불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할 때도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대선 전부터 해당 사안으로 떠들썩했지만 검찰은 시간을 끌다가 고발된 지 4년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일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한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부장검사가 야당으로부터 탄핵소추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적절히 수사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서울고검·서울남부지검 등 세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나섰다는 점에서다. 특히 서울고검은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강아무개 변호사는 “대통령이 전직인지, 현직인지의 차이는 김 여사를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파면 이후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해소돼 ‘법대로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검찰은 대단히 영리했다. 권력의 향방에 대한 냄새를 즉각적으로 잘 맡고, 세상이 바뀐다는 눈치를 채면 바로 태세 전환해 반대 세력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고 검찰의 속성을 말했다.

명태균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4월29일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명태균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4월29일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할 수 있는 데까지 수사한 뒤 ‘다음’ 보자”

이 후보가 만약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검찰 조직의 힘을 빼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내부의 절박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민주당 등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검찰은 기소만 담당하는 ‘기소청’ 또는 공소를 유지하는 ‘공소청’으로 분리·축소해야 한다는 검찰 개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중대범죄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등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 전 검사는 “이대로라면 검찰 조직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일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의리를 지키겠지만 대다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수사를 한 뒤에 ‘다음 수’를 생각해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검찰 조직이 기소청 혹은 공소청으로 전락하기 전에 여론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기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김 여사 소환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사저)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물품에 대한 선별 작업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며 “분석이 끝나면 김 여사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김 여사 측에 빠른 시일 내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구체적인 소환 날짜까지는 통보하지 않았다.

소환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도 이번에는 김 여사를 검찰청사에 출석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 변호사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선 주요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마친 만큼 서울중앙지검에서 먼저 소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검찰이 김 여사를 포토라인에까지 세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소환이 대선 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데다 김 여사 측에서도 소환 일정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변호사는 “김 여사 측은 대선 기간에 소환조사에 응하게 되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연기 신청을 할 것이고, 한두 달 정도는 검찰에서도 요청을 받아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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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주변에서는 결국 대선이 끝난 후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혁신당 등은 4월25일 ‘김건희 특검’을 재발의했다. 앞서 김 여사 특검법은 네 차례 국회를 통과했다가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을 5월 법제사법위원회 논의·의결을 거쳐 대선이 끝난 직후인 6월 중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취재에 따르면, 검찰도 ‘특검행’으로 갈 것을 대비해 준비에 나섰다. 특검이 출범하기 전까지 검찰에서 할 수 있는 수사는 최대한 매듭을 지은 다음 인계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전 검사는 “‘기소청’에 대한 방어 차원이자 새 정권이 출범했을 때 인사 영향을 덜 받기 위해 검찰로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사건을 캐비닛에 묵혀뒀다고 비난을 받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어디서 무슨 수사 받고 있나?

김건희 여사를 향한 검찰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얽힌 공천 개입 의혹, 서울고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공천 개입 사건과 관련해 4월29~30일 명씨를 불러 조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총선에서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김상민 전 검사가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현역인 김영선 전 의원이 김해갑 지역구로 옮겼다는 것이다.

명씨는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김 여사가 김(상민) 검사를 좀 챙겨주라고 말하고, 김영선한테 요번에 참고 공기업이나 장관직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타진한 것”이라며 “영부인이 (집권) 2년 차에 전화가 와서 이런 부분을 부탁했을 때 거절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검찰은 명씨 외에도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포항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문 원장은 당시 김 여사가 포항시장 후보로 지목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평택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하위권이었던 최호 당시 예비후보를 밀어줬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고검(박세현 고검장)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4월25일 다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처분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관계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이 2009∼12년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4월30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김 여사 휴대전화와 메모장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김 여사의 수행비서 2명의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아무개씨가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6000만원대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한 정황을 추적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청탁을 시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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