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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개헌’ ‘반이재명’ 고리 활용해 ‘시대 교체’로 프레임 전환해야
‘尹-李의 동시 퇴출론’ 커질 수도…‘개헌’ ‘통합’ 가치연대로 뭉쳐야 승산

공직선거법 대법원 상고가 유죄 취지 파기환송됨에 따라 ‘이재명 대세론’에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후보 교체론이 불거지겠지만 이미 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명은 버틸 것이다. 현실적으로 고법 재심이 선거 전에 나오기 어려운 상황, 그리고 후보 등록이 코앞이라 후보 교체보다 리스크를 안더라도 이재명으로 계속 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대세론이 꺾일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압도적 여론 지형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 내외다. 한국갤럽 4월 4주 조사에서 60대 이상 제외 전 연령층, 영남 제외 전 지역에서 앞서고, 중도층 54%, 심지어 보수층에서도 21%가 나온다.  

둘째, 보수 분열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6~10%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이준석은 ‘3자 구도 필승론’을 내세우며 완주를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3자 구도는 이재명의 승리 구도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셋째, ‘계엄의 덫’이다. 범보수의 탄핵 찬반 세력이 서로 자신이 반대하는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면 차라리 이재명을 찍겠다고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누가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득표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넷째, 국민의힘 후보의 약세다. 정치 경력이나 중량감이 이재명에 못 미친다. 마지막으로 직선제 이후 대선에서 선거 한 달 전 여론이 뒤집힌 적이 없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 후 브리핑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 후 브리핑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 리스크에도 野 후보 교체는 없다

이렇듯 대세론을 등에 업은 이재명은 파기 환송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강한 선거운동을 할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묘역 참배 등 ‘통합과 성장’ 메시지를 내며 보폭을 전방위로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이재명 불가론’으로 반격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불가론의 배경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수시로 말을 바꾸는 위험한 포퓰리스트. 둘째, 12개 혐의, 5개 재판의 원인이 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요한 근성에서 나오는 정치보복 가능성. 셋째, 행정·입법에 사법까지 장악하는 견제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중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재명은 정치보복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답했다. ‘권력은 잔인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이재명이 중범죄자 처벌로 그칠 거라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민주당은 검찰의 기소청 축소와 공수처 강화를 공약했다.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시진핑이 국가감찰위를 만들어 부패 수사 빌미로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거나 통제해 왔다. 공수처 인사권도 절대 다수 민주당이 가지고 있어 정부, 국회, 사법부를 넘어 군까지 완벽히 장악할 수 있는 대통령 친위대 ‘슈퍼 공수처’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상법 개정, 양곡법 개정, 주 4일제 도입, 대기업 공채 부활 등 기업들이 우려하는 법안 추진을 천명하며 집권하기 전부터 독주를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불가론을 외치지만 막상 대세론을 막을 수단이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하고 있는 것이 후보 단일화와 빅텐트다. 단일화와 빅텐트의 중심에 한덕수 전 총리가 있다. 한 전 총리는 이전부터 이재명의 포퓰리즘을 자주 걱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에 뜻이 없다고 밝혀온 한 전 총리의 출마 결심은 단순한 권력 집착이 아닌 나름 사명감을 지닌 결행으로 보이지만 효과나 실행을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문수는 이미 한덕수와 단일화를 표방했다. 한동훈도 적극적 동의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어놨다. 한동훈 빼고 빅텐트를 할 수도 없고 손해 볼 사안도 아니다. 대선판을 흔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이미 던져진 한덕수와의 단일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많은 이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이미 지지세를 확보한 후보 간 단일화라 성공했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낮아 효과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단일화는 예전과 같은 지지율 합산의 산술적 단일화가 아니라 프레임 전환을 위한 단일화다. 강력한 반이재명 모멘텀에 기반하고, 임기 단축을 감수하는 개헌을 매개로 ‘시대 교체’로 프레임을 전환하는 이슈 파이팅이자 포지셔닝 전략이다. 

한덕수 무소속 출마는 시간이 촉박한 데다 선거조직 구성부터 선거공보, 유세차 등 선거 실무 준비도 문제다. 경선을 통해 뽑은 자당 후보와 무소속의 단일화를 ‘당원 권리 침해’로 고발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당장 새미래민주당에서 국민의힘에 당명 변경을 요청하는 등 짧은 기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다. 추대냐 여론조사 경선이냐를 두고도 논란이 이는데 일방적 추대는 지지층과 조직의 반발이 있어 불가해 보인다. 만약 이미 시작된 단일화와 빅텐트가 멈추거나 파행을 겪으면 이번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이미 시작되었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빅텐트엔 이준석·이낙연 등도 포함돼야

‘이재명 대세론’과 ‘이재명 불가론’은 동전의 양면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일개 기초단체장의 무리한 과정이 만든 불가론이다. 정치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과(過)로 인해 만들어진 게 ‘이재명 불가론’이다. 민간 개발업자 특혜와 정치적 성과를 위한 대북 송금 혐의를 받고 있다. 지역마다 경선 룰을 달리하며 반대 세력을 몰아내고 당을 일극체제로 획일화시킨 전례가 없다. 그건 대통령 박근혜도 실패했다. 30번의 줄탄핵, 방탄을 위한 당헌 개정, 말 뒤집기와 거짓말 논란, 그리고 대법원 유죄를 받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등 모든 게 이재명 불가론을 만든 원인들이다. 

파기환송으로 ‘윤석열-이재명 동시 퇴출론’이 불거질 개연성도 배제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대세론을 꺾을 모멘텀은 만들어야 한다. 단일화와 빅텐트로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전제조건은 첫째, 이재명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집결이다. 할 수 있다면 이준석까지도 결합해야 한다. 둘째, 한덕수 출마에 강한 공적 명분이 부여돼야 출마에 부정적인 중도층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다. 셋째, 단일화의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형식은 반이재명 연대지만 내용은 통합, 개헌, 과도정부 거국내각을 중심으로 가치연대가 되어야 한다.

후보 단일화와 빅텐트에 대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야합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이념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권력 창출을 맨 앞에 놓는다. 오로지 집권만이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고 급격한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념적 원칙이나 순결성보다 권력 장악이라는 실용성을 강조한다. 박정희에게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김대중은 유신 본당 김종필과 손잡았다. 고졸 서민 후보 노무현은 재벌 정몽준과 단일화했다. 강한 대세론을 흔들고 불가론을 확산시키려면 정면승부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란 걸 인식하고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박동원 폴리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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