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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링 오르는 한덕수 SWOT 분석│反明 정서·관세전쟁은 기회 요인
고령 리스크에 빅텐트 무산은 위협 요인…임기 단축 개헌이 ‘승부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4월14일 국무회의 발언) 이미 그때 결심이 섰던 걸까. 미국발(發) 통상전쟁 대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이 같은 표현을 썼던 한덕수 전 총리는 이 발언 이후 약 보름여 만에 총리직을 내려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열리게 된 6·3 조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그의 ‘마지막 소명’은 결국 대선 출마로 귀결된 셈이다.

선거 관리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중도에 사퇴한 뒤 직접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전례 없는 장면에 비판도 적잖게 쏟아진다. ‘심판’이 경기 도중 ‘선수’로 뛰어든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례적 상황이니만큼, 그의 출마는 시작부터 정치적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 전 총리의 출마는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범보수진영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를 ‘구원투수’로 여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한 전 총리가 범보수 주자들을 앞서는 결과도 나타나는 중이다. 물론 그가 본격 등판하기 전까지의 흐름들은 신기루에 불과했을 수 있다는 냉정한 관측도 있다. 이제는 그가 직접 입증할 차례가 온 것이다.

한 전 총리는 과연 대권이라는 ‘별의 순간’에 근접할 수 있을까. 시사저널은 한 전 총리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들여다보는 ‘SWOT 분석’을 통해 그의 등판이 이번 대선 판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전망해 봤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4월2일 경북 영덕군 산불 피해 현장에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4월2일 경북 영덕군 산불 피해 현장에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진영 일각 ‘反明 연대’의 구원투수로 등장

한 전 총리의 최대 강점으로는 관료 출신으로 두 번의 국무총리 재임이라는 두터운 경력, 특히 경제·통상 분야에서 각종 직책을 맡아 수행했던 풍부한 국정 경험을 들 수 있다. 그는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 경제기획원, 상공부, 통상산업부 등을 거쳤고,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요직에 발탁돼 일했다.

대통령실에도 발탁돼 통상산업비서관,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이어 그는 국무조정실장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2007년 38대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2022년 5월 또다시 발탁되며 윤석열 정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국무총리(48대)까지 지냈다. 관료로서는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정점의 커리어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50년 넘게 경제·통상의 실무 한복판에서 경험한 것은 물론 책임을 지는 요직도 두루 거친 한 전 총리의 경력은 그가 이번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한 내적 동기이자 결정적 명분이기도 하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그가 출마하기로 마음먹은 데는 미국발(發) 관세전쟁 대응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게 발동했다. 국제적인 통상전쟁이 본격화하며 한국이 어려운 국면에 처한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관련 내용을 잘 아는 자신의 역할론과 책임에 대해 절실히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첫 총리 재임 시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진두지휘했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주미대사를 지내며 미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전 총리는 미국과의 협상이 가장 중대하게 떠오른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이면서도 향후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 압박 상황에서 한 전 총리의 커리어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강점이자 또 그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강점 역시 한 전 총리의 경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그간 관료로서 여러 공직을 거치는 동안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윤석열 정부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요직에 기용됐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한 전 대행의 출신도 주목됐다. 그는 호남(전주) 출신인데, 진영과 지역에 갇히지 않는 그의 특성들이 범보수진영의 후보로 나섰을 때에도 확장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 총리 측에선 갖고 있다.

5월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5월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로 출전한 심판’ 프레임은 부담

약점으로는 일단 ‘고령 리스크’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한 전 총리는 1949년생으로 75세인데, 국민의힘 경선 주요 출마자 중 탈락한 인사들과 모두 비교해도 가장 많은 나이다. 다만 한 전 총리 측은 나이에 대해선 크게 약점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오히려 나이가 무기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78세)과 단 세 살 차이로 말이 잘 통한다는 점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오히려 한 전 총리의 핵심적인 취약점은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이다. 일각에선 그가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앞세우기도 하지만 결국 3년 동안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피하긴 어렵다. 계엄에선 자유롭더라도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보여준 한 전 총리의 모습 또한 석연치 않게 비친 것도 사실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점,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로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인을 지명한 점이 크게 지탄받았다. 지명한 재판관 후보자 1명이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이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컸다. 해당 지명은 현재 헌재 권한쟁의 및 헌법소원에 앞서 가처분이 인용돼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무책임한 출마’라는 프레임도 그를 위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러 약점을 상쇄할 정도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판단이 한 전 총리를 대선 링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언급한 대로 앞으로도 이어질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한 전 총리의 공간을 계속 넓혀줄 가능성이 크다. 한 전 총리 입장에선 남은 한 달 남짓 동안 관련 이슈가 부각될수록 더 좋다.

개헌론에 힘이 실리는 것도 한 전 총리 측이 바라는 주요 기회 요인이다. 현재 한 전 총리는 자신이 당선되면 임기를 1년에서 혹은 윤 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정도로 짧게 하면서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전 총리의 하나의 발판은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반(反)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대론이다. 이는 사실 한 전 총리를 대선 출마로 이끈 외적 동기 중 하나로 작용한 요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주류들을 비롯한 보수진영 내에서 앞서 거론한 여러 강점을 지닌 한 전 총리를 반이재명 연대론의 주연으로 꼽으면서 등판에 힘이 실린 게 사실이다. 50여 명의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출마 촉구 연판장에 서명하고, 친윤(親윤석열)계 주류들이 국민의힘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전제로 경선 과정에서 움직이면서 이른바 ‘한덕수 대망론’에는 더 불이 붙었다. 한 전 총리의 결정적 약점으로 꼽힐 수도 있었던 정치적 기반의 부족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결됐다. 이는 흡사 2021년 윤 전 대통령의 등판과도 비슷한 맥락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전 총리 측은 출마 선언 일주일 내로 국민의힘 대선후보뿐 아니라 이미 교감해 왔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과 반이재명 연대라는 명분으로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물론 공개적인 명분은 개헌 연대다. 진보진영 일부까지 포함해 개헌에 동의하는 세력을 모두 뭉쳐 개헌에 소극적인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 세력과 맞붙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尹과의 미묘한 거리는 딜레마 

반이재명 연대가 한 전 총리와 범보수진영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꼽히는 만큼, 뒤집어보면 연대가 이뤄지지 않게 되는 시나리오는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친윤 주류와 한 전 대행 측이 현재 그리고 있는 그림은 막상 추진 단계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 5월1일 기준으로 한창 진행 중인 국민의힘 경선에서 어떤 후보가 최종 확정되느냐에 따라 단일화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김문수 후보와 3차 경선에서 경쟁 중인 한동훈 후보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이기기 위해선 어떤 방식도 해야 하지만 일단은 경선에 집중할 때”라며 상대적으로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뿐 아니라 이낙연 상임고문 등과도 실질적인 연대 추진 단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전 대통령 의중)’이 한 전 총리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윤심은 한 전 총리에게 역설적이다. 친윤 주류가 움직이며 한 전 총리의 등판이 현실화됐으나, 윤심이 밖으로 새어나오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프레임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한 전 총리에게 상당히 곤란한 숙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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