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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검찰 개혁 4법’ 문제…헌법·행정법상 근거 없고 대통령·총리의 수사 개입 길 터
중대범죄수사청, 미국 FBI처럼 법무부 아래 둬야…피해자에 고통 주는 범죄자 천국 만들진 말아야

이재명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 내정되고 민정수석에 봉욱 전 대검차장이 임명됐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임명 9개월 만에 사임하고 검사장급 주요 보직 인사가 단행되면서 초미의 관심사인 검찰 개혁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통한 ‘검찰 개혁의 완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검찰 폐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4대 검찰 개혁 법안’도 발의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금년 추석 전 검찰 개혁 완성을 공약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검찰 해체를 목표로 하는 검찰 개혁의 모든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했던 최악의 정치검찰 폐해는 완전히 청산되어야 한다. 정치검찰 논란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검찰의 직접수사에 있다. 역대 모든 정권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수단으로 검찰 수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 왔고, 일부 정치검사가 이에 야합하며 권력을 추구해 왔던 것이 비판의 본질이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권에 수사의 칼날을 겨누는 순간, 인사로 수사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 제한,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가 검찰 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민형배·김용민 의원, 한 사람 건너 강준현·김문수 의원(왼쪽부터)이 6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법안, 공소청 신설법안 등 검찰 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민형배·김용민 의원, 한 사람 건너 강준현·김문수 의원(왼쪽부터)이 6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법안, 공소청 신설법안 등 검찰 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실무와 현장에서의 대혼란 불가피

4대 검찰 개혁 법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되는 국가수사위원회다. 이 위원회가 경찰(국가수사본부)과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특별사법경찰을 지휘·감독·감찰할 수 있도록 했다. 집권 정치권력이 모든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중국식 공안통치’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검찰청법상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만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수사위원회는 이런 제한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정부조직법 제2조의 중앙행정기관으로 설립되기 때문에 같은 법 제11조와 제18조에 따라 수사기관은 국가수사위원회를 통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수사 개입의 수단은 자료제출 요구, 현장방문, 청문회, 수사관에 대한 질문검사 등 수사기관에 대한 광범한 행정조사권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국가수사위원회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한다.

수사의 생명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다. 국가수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집권 정치권력이 직접 수사에 개입하는 외국 사례는 없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직무감찰권과 달리 헌법상 근거 없이 같은 국가기관에 대해 지휘·감독권과 감찰권을 행사하고 과태료까지 부과하도록 한 것은 행정법의 기본원리에도 반한다.

통제받지 않는 경찰권력의 비대화도 문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행안부 장관은 물론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경찰청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 제2의 경찰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도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도록 했다.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이다. 

경찰 독립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4개 검찰 개혁 법안은 ‘정치검찰’이 ‘정치경찰’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사법 통제 없는 13만 명 거대 경찰국가의 탄생이 이재명 정부 검찰 개혁의 진정한 목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법이론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와 형사사법제도가 전혀 다른 영미법계 극소수 국가의 사례가 있을 뿐이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대륙법계 검찰이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토대다. 검찰제도는 1895년 제1호 법률인 재판소구성법에서 ‘검사와 사법경찰’의 수사권에 관해 규정한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100년 넘게 시행되어 왔다. 수사는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절차’다. 준비절차인 수사와 본절차인 기소는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미국은 물론 1986년 검찰(Crown Prosecution Service)제도가 처음 도입된 영국도 중대범죄수사청(SFO)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아니라 수사지휘와 직접수사의 분리가 정답이다. 검찰의 문제는 전체 사건의 1~2%도 되지 않는 특수부의 직접수사에 있다. 경찰 수사를 지휘하며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해왔던 형사부 기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야당도 납득해야”라는 정성호 입장은 다행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고 수사지휘를 부활해 준사법기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은 검찰의 지휘와 통제하에 수사해야 한다. 이것이 대륙법계 검찰제도의 표준이다. 독일에서는 이를 가리켜 “검찰은 손발 없는 머리, 경찰은 머리 없는 손발”이라고 부른다. 

검찰이나 경찰 어느 한 수사기관도 권력 남용이나 폭주가 불가능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은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법무부 산하 특별수사청으로 설치해야 한다. 미국 연방범죄수사국(FBI)과 마약수사청(DEA)도 연방 법무부 소속이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는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희망을 동시에 책임지는 존재”라고 했다. 개혁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수립 이후 70년 넘게 형사사법제도의 토대가 되어왔던 검찰을 충분한 검토 없이 해체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 개혁” “야당도 납득할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입장은 다행스럽다. 

매년 200억원 넘는 예산을 쓰면서도 처참한 실패로 드러난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와 형사사법 시스템의 난맥상을 불러온 검경 수사권 조정(이른바 ‘검수완박’)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개혁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실무와 디테일이 철저히 뒷받침돼야 한다. 윤석열 정권 몰락의 단초를 제공한 의료 개혁 실패도 과학적 분석과 디테일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민주당의 4대 검찰 개혁 법안은 수사실무와 현장의 대혼란이 불가피한 졸속 법안이다. 수사의 장기화와 복잡한 절차로 인해 범죄 피해자는 고통받고 범죄자 천국으로 가는 최악의 민생침해 법안이 될 위험성도 크다. 좋은 형사사법제도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신속하고 범죄 피해자를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사법, 인간적인 사법, 현대화된 사법,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는 사법을 통해 국민을 위한 사법으로 거듭나는 것이 이재명 정부 검찰 개혁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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