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이로써 29명으로 늘었다. 야당에서는 ‘부적격 인사라는 국민과 국회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독선과 불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일간신문의 2024년 8월16일자에 실린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윤 전 대통령의 고위직 인사는 임기 내내 ‘인사 전횡’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을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밀어붙인 사례는 불과 2년3개월여 만에 이미 최악 수준에 이르렀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처럼 청문회 도중 자리를 뜬 후 다시 돌아오지 않은 희대의 ‘줄행랑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다 알다시피 이 기사에 언급된 두 인물이 남긴 후환은 깊고도 처참했다. 김용현 장관은 이후 파국적인 불법 계엄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안창호 위원장은 인권을 되레 후퇴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에 줄곧 시달렸다. 이렇게 문제적인 인물들을 국가의 주요 직책에 앉히면서 윤 전 대통령은 끝끝내 국민과 국회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이런 막장 불통 인사가 국정 운영 지지율을 떨어뜨린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의 임기 초반 인사는 국정 운영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국민에게 보내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인사를 통해 함축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일찌감치 실용·통합 정부를 표방하고 그에 맞춘 내각 인선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국무총리 인사를 두고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작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첫 단추 격인 오광수 민정수석 지명자가 차명 재산과 관련한 집중 비판을 받고 5일 만에 사퇴해 흠집을 남긴 것도 개운치 않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을 겨냥해 재산·병역 문제 등을 들추며 ‘메시지 아닌 메신저 공격’에 나선 모습 또한 좋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당사자로서 지난호 시사저널 인터뷰를 통해 “새 정부의 인사 검증 기준이 처음부터 이렇게 낮아지면 앞으로 인사 전반에서 실력, 인품, 도덕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가 임명될 수 있다”고한 주진우 의원의 말은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 자체가 찜찜한 상태로 중단된 채 끝나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국회 내 다수 의석을 지닌 여당의 지원을 받아 무난하게 총리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 번째 산 하나를 간신히 넘었을 뿐이다. 각 부처의 장관 후보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앞으로도 줄줄이 이어진다. 언제 어떤 뇌관이 솟구쳐 나와 터질지 알 수 없다. 벌써부터 일부 지명자를 둘러싼 의혹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44쪽 기사 참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문제점이 제기되는데도 이 대통령이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사를 강행한다면 현재 60%를 웃도는 지지율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도 좋지만, 자신이 선 자리까지 맑고 깨끗한 인물이라면 국민의 믿음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흑묘백묘론 뒤에 가려진 ‘청백(淸白)묘’에 대한 갈구는 이재명 정부라고 해서 결코 달라질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인사의 ‘콘크리트론’도 그렇다. 콘크리트는 제대로 된 재료가 잘 섞여 들어가야만 비로소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인사는 늘 만사(萬事) 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