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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7월 한·미 정상회담에 전력투구…“‘전략적 모호성’ 대신 ‘전략적 명료성’ 강조해야”
美에 “관세·안보 패키지 협의” 역제안…7월 내 ‘원샷 빅딜’ 위한 담판 카드 찾아야
트럼프의 관세·방위비 폭탄 청구서엔 ‘전작권 전환·핵연료 재처리’ 요구 검토

8월1일. 이재명 정부와 이 대통령의 초반 국정 성적표의 명운이 이 날짜에 달렸다. 지금 정국은 ‘트럼프가 이재명을 흔드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 ‘관세폭탄’ 통지서를 날리고 있고, 이재명 정부는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을 비롯해 외교안보 라인을 총동원해 전방위 협상전에 나서고 있다. 

관건은 8월1일 전 양국 간의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미국에 통상·투자·안보 현안을 묶은 패키지 협상을 제안했는데,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 국방·안보(조선업) 협력 강화 등을 넘어 국방비 지출 확대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민감한 의제를 포함해 ‘원샷 빅딜’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양국 정상이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박은숙·AP 연합
ⓒ시사저널 박은숙·AP 연합

“주한미군·전작권·중국 전승절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이 대통령은 7월10일 취임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위 안보실장이 2박4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하루 만에 열리는 회의인 만큼 관세협상은 물론 정상회담 안건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양국 간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당장의 현안인 관세협상은 물론 방위비 분담금 조정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중국의 전승절 초대에 대한 양국의 입장 공유 등 매우 민감한 의제들도 물밑 조율을 거쳐 다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입장에서는 내줄 것은 내주더라도 지켜야 할 핵심 국익은 지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동맹으로서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즉, 양국 간 가장 예민한 의제들을 다 펼쳐놓고 물밑(실무진)부터 수면 위(정상 간) 협의가 필수불가결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8월1일까지의 골든타임에서 정상회담 조율을 하는 과정이 결국 협상 결과를 가를 것으로 봤다. 

외교부 북미국장 출신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제 시급한 일은 8월1일 전에 양국 정상회담을 실현시키는 일”이라며 “위성락 실장이 방미 과정에서 만들어 온 조율안을 갖고 여러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게 가장 좋다. 여기서 실패하면 이 대통령은 순식간에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진실의 순간’은 한·미 관계 속 이 여름에 바로 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많은 전문가는 이제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료성’으로 대미 기조를 확실히 바꿔야 꼭 지켜야 할 국익은 지키고 협상이 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한 교수는 “상황이 변했고, 세상이 변했다. 이제 흔히 말하는 ‘자주파’ ‘동맹파’ 등의 말을 할 때가 아니다. 국익만을 기준점으로 삼고 미국과의 처절한 협상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의 초반 국정 성적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지금 이 대통령은 60%대의 높은 지지율 속에 거침없이 국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을 위협할 변수 지뢰는 그간 잠잠하던 ‘외치(外治)’에서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을 향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 등 12개국을 향해 “오는 8월1일부터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을 7월7일(현지시간) 각국에 서한으로 전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일본 정상에게 보낸 서한 전문만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공개하며 양국을 특정 타깃으로 삼았다.

‘트럼프가 이재명을 흔드는’ 정국은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이 한국에 주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번 관세폭탄은 ①수출 산업 주력국인 한국 내 경제 주체들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②이미 진행 중인 경제위기 상황에 기름을 붓는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관세 협상을 잘 마무리짓는다고 해도 ③방위비 분담 문제 조율 등 다음 숙제도 산적하다. 정치권에선 결국 이번 ‘대미 협상’ 점수가 이 대통령의 향후 ‘5년 국정’ 주도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 NSC 주재’ 이 대통령…첫 단추 잘못 끼우면 ‘진실의 순간’ 바로 닥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 대통령은 ‘외교·통상 투톱’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겨 미국에 급파했다. 이들은 ‘실용외교’ 기치를 바탕으로 미국 국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접견하는 등 물밑 관세 협상 작업에 돌입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된 대미 특사단을 꾸려 미국과의 외교 채널 구축도 노리는 모습이다. 내부적으로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통해 시급히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입장에선 대미 협상이 여전히 가시밭길인 상황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를 불참한 데 이어 아직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분명해지지 않았다. 외교 정국에 정통한 정치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선 한국과의 통상 협상 진전 여부를 전제로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만약 통상 협상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한·미 정상회담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 대통령이 대미 협상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을 경우 외치는 물론 내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7월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G20(주요 20개국) 중 상품 수출 의존도에서 여전히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충격이 이어질 경우 국내 제조업 등 주력 산업들은 대부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위기 상황이 더욱 격화되는 셈이다.

또 대미 협상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울 경우 나머지 산적한 쟁점 현안에서도 한국이 끌려다니거나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문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문제를 비롯해 농식품·디지털 등 ‘비관세 무역 장벽 완화’ 등이 꼽힌다. 이 대통령이 해당 현안들에서 연쇄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당장 국내 ‘대통령 지지율’에까지 빨간불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외교 점수에서 낙제점을 받을 경우 정부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다. 단순히 외교뿐 아니라 경제 문제까지 엮여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은 ‘무(無)전략 외교’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 임기 한 달이 지나도록 미국 대통령과 상견례조차 성사시키지 못한 정권의 무능이 만들어낸 참사”라며 “관세 유예기간이 끝나기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이 정부는 실장급 인사를 급하게 보낸 것이 전부였다”고 비판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조선·SMR 등 미국이 원하는 카드 다 제시해야”

정부가 남은 골든타임 동안 관세협상 타결을 이끌어내 ‘외치’와 ‘내치’ 리스크를 동시에 덜어낼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자국 중심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카드를 제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고 미국 요구에 무조건 맞추면 과거 이라크 파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반대 여론이 증폭될 우려도 있다. 이런 딜레마 상황을 의식해 이 대통령도 한·미 양국의 내부 여론을 모두 고려한 ‘세밀한 협상’을 참모진에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첫 협상부터 관세뿐 아니라 미국의 구미를 당길 ‘조커 카드’를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산·조선·LNG에 대한 전략적 협력 등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카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7월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에 조선업 협력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 등의 산업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잘 내게 되면 미국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를 가지고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미 협상 태도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한국이 일본처럼 강경하게 대미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회담과 통화를 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일본 같은 경우는 통상 이익에 있어서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도 공간을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며 “한국도 요구를 당당히 제시하고 서로 호의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협상을 해나가아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현재 한국은 일본과 여러 외교적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강경한 태도의 접근이 마이너스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잦은 소통에도 불구하고 상호관세가 기존 24%에서 25%로 올라가는 낭패를 봤다. 이와 관련해 신율 교수는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이미 수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럼에도 상호관세가 올라갔지 않았나”라며 “반면에 한국은 정상회담조차 한 번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처럼 세게 나갈 경우 더 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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