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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너무 꽉 쥐려다 자기가 먼저 부서진다. 권력에 관한 이 생생한 진실을 우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확인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는 게 좋다. 중국에도 반면교사가 있다. 실각설이 돌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설들이 퍼져가는 것을 보면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 공산당의 완벽한 통제하에 놓인 베이징에서 권력 구조 균열이 감지되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5월8일 전승절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연합뉴스
5월8일 전승절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연합뉴스

권력, 너무 꽉 쥐려다 자기가 먼저 부서져

1989년 ‘톈안먼 사태’나 1991년 옛소련 붕괴 같은 천지개벽의 전조일 수 있기에 예민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 정세에서 트럼프 등장 이상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최고 권력자의 행동거지, 특히 권력 관리나 정치윤리 측면에서 시진핑 실각설이 던지는 교훈을 살펴볼 만하다.

권력은 드러나지 않을 때 힘이 있는 법이다. 칼집에 든 칼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개혁·개방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전략으로 마오쩌둥 사후 대륙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조용히 힘을 기르고, 내실을 다지라는 덩샤오핑의 지혜는 지난 40여 년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키운 정신적 기초였다.

그러나 시진핑은 집권 5년 만에 ‘국가주석 2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에 이어 집권 10년 만인 2023년 종신 권력자의 길에 들어선다. 인민일보는 시진핑을 ‘인민영수(人民領袖)’로 호칭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동등한 반열로 스스로 우상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2연임제 철폐와 인민영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라는 공산당의 꼭두각시 조직에 의해 완수됐는데, 한국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시대 때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허수아비 선출 조직과 흡사하다.

이로써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가르친 ‘권력의 절제’를 배신했다. 그는 국가기구와 군대를 권력의 욕망을 채우는 사조직으로 썼다. 문제는 권력의 질주가 인민의 불만과 피로, 당 내부의 반감을 촉발했고 외부 세계의 경계심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권력이 과도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순간 균열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시진핑은 집권과 동시에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2013년·종신형)를 전광석화처럼 숙청한 이래 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2015년·무기징역), 링지화 전 후진타오 국가주석 비서실장(2016년·종신형),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2018년·무기징역) 등 정적들을 현직에서 차례로 제거했다. 이때 사용된 권력 도구는 한국으로 치면 경찰·검찰·법원 등을 정점에서 지휘·관리하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였다.

 

이 대통령, 윤석열과 시진핑을 반면교사로

시진핑이 잔인한 사법독재를 부추기면서 내건 슬로건은 “호랑이와 파리 모두 잡는다.” 지위고하를 막론한 부패 척결이 명분이었지만 속내는 정치 보복과 충성경쟁 유도. 충성은 곧 생존이었고, 복종은 출세의 조건이 됐다. 결과적으로 권력은 시진핑 1인에게 집중됐으며 비판과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래 최강의 개인숭배 체제를 구축했다. 가장 유용한 도구는 매체였다. 국영방송 CCTV는 2017년 시진핑을 주인공으로 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방영했다. 지도자의 얼굴이 만화 속 영웅이 됐다.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그의 ‘사상’이 실렸다. 매체와 기자들에겐 “당과 시 주석에게 충성하라”는 공문이 내려간다.

시진핑 실각설은 공산당 조직에 기반해 형사사법과 매체 장악을 수단으로 영구집권을 꿈꾼 권력자에 대한 역풍이다. 한국이 중국과 달리 공산당이 없고 자유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와 언론의 자유가 확립된 사회라는 점은 축복이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장악한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부를 흔들고 방송 구조를 자기들 입맛대로 바꾸려 해도 너무 꽉 쥐면 먼저 부서지는 권력의 성질은 변치 않을 것이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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