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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주식 투자자가 원하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주식 투자 경험이 많은 새 대통령은 주가조작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지배구조 문제가 좀 해결될 것 같기도 하다. 코스피지수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정말 5년 안에 5000을 돌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희망들은 그냥 헛된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고치고 나면 다들 속이 시원한 법만 고치고 있고, 정작 더 필요하지만 여러 사람이 불편해 하는 제도들의 개선은 나몰라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7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우리나라 주가가 계속 저평가됐던 이유는 주가가 오르는 걸 회사의 대주주가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배당을 많이 하면 두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첫째, 배당을 넉넉히 하면 그 덕분에 주가가 많이 오르고,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가 크게 늘어난다.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30억원만 넘으면 상속세율이 66%이니 주가가 오르는 건 상속을 앞둔 대주주 입장에서 재앙과 같은 일이다. 

둘째, 배당을 많이 하면 그 배당금이 아버지에게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면 괜히 상속 재산만 늘어난다. 그러느니 그 배당금을 계속 회사에 쌓아두고 있다가 아버지가 사망한 후 회사 지분을 물려받은 아들과 딸이 그동안 쌓여 있던 돈을 한꺼번에 배당받아서 그걸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쓰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한국 상장 기업들의 주가는 잘 안 오른다.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떠나는 것도 두렵지 않다.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내 회사를 무사히 물려주느냐, 마느냐라는 절체절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욕을 먹어서 주가가 내려가면 더 좋다. 

이런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으로 해결됐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앞으로도 배당은 계속 인색할 것이고, 주가는 계속 낮게 유지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주주도 주가가 오르는 게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일단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를 손보는 게 필요한데, 우리는 그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면 아주 불편해한다.

주가조작범도 마찬가지다. 주가를 터무니없이 끌어올린 후에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해 비싼 주가에 주식을 팔아넘기는 게 주가조작의 전형인데, 이건 감시를 강화하거나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줄어드는 게 아니다. 성공만 하면 팔자를 고칠 만한 돈을 버는 일을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공무원들은 막을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가조작범을 발견한 사람도 비슷하게 떼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데, 그게 바로 자유로운 공매도다. 그런데 우리는 공매도가 주가를 내리는 기능을 한다는 이유로 5년 동안 공매도를 하지 못하게 묶어 놓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었다.

공매도가 어렵다면 마지막 보루는 주가조작으로 터무니없이 주가가 오를 때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불시에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법으로 막아 놨다. 대주주가 주식을 팔려면 몇 개월 전에 미리 공시하도록 한 법으로 인해 주가조작범들은 무서울 게 없어졌다.

상속세율을 낮추고, 대주주가 받는 배당금의 세율을 낮춰 주고,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걸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것. 하나하나가 매우 불편한 결정임엔 틀림없지만 기꺼이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그 불편함 때문에 이런 제도의 변경을 계속 외면하면 코스피지수 5000과 주가조작 근절은 그냥 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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