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혁명②] 남녀노소 사로잡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3 08: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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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인터넷 미디어 혁명의 중심에 서다
OTT·인터넷 개인방송 신미디어, 거스를 수 없는 미래

2018년 드라마 최대 화제작인 tvN 《미스터 션샤인》은 미디어 시장의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실감하게 했다. 이 작품의 제작사는 원래 지상파에서 방영하려 했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포기했다. 4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로 한류 시장을 뒤흔든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며 월드스타 이병헌의 TV 컴백작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컸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방송사에 수백억원은 너무나 큰돈이었다. 

이때 미국 인터넷 동영상 업체인 넷플릭스가 나섰다. 해외 방영권을 가져가면서 거액을 지불한 것이다. 바로 《미스터 션샤인》 제작을 현실화시킨 힘이다. 막대한 제작비 덕분에 작품은 세밀한 시대 재현과 영상미를 구현, 해외 시청자들도 감탄할 정도가 됐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끌어올린 셈인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일개 인터넷 동영상 업체의 힘이 기존 미디어 공룡이라던 지상파 방송사를 가볍게 뛰어넘는 모습에 경악했다.

ⓒ 일러스트 신춘성
ⓒ 일러스트 신춘성

콘텐츠 시장의 지배자 넷플릭스

최근엔 또 다른 미국 인터넷 동영상 업체인 유튜브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유튜브가 정치권 최대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바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었다. 단지 예고만 했을 뿐인데도 언론은 연일 이 소식을 전했고, 마침내 영상이 공개되자 일주일 만에 60만 명의 구독자가 몰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이 유 이사장 채널의 대항마로 인식되면서 언론은 이 유명인들의 유튜브 대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튜브 방송이 이렇게 시사뉴스에서까지 크게 부각되자 사람들은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그전까지 유튜브는 일부 누리꾼에겐 친숙한 매체였지만 일반인 전체에 널리 알려진 건 아니었는데, 연일 뉴스에서 유튜브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일반인들도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인터넷 뉴미디어 업체가 기존 방송사들을 위협하며 미디어 시장을 재편하는 ‘인터넷발’ 미디어 혁명은 그동안 넷플릭스, 유튜브 주도로 이어져왔다. 해마다 충격파가 강해졌는데 《미스터 션샤인》과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이슈로 더욱 심화됐다. 2019년엔 이 미디어 혁명의 바람이 태풍이 돼 한국 미디어 시장을 엄습할 전망이다. 방송이라는 미디어가 생긴 이래 최대의 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분야에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처음엔 다른 제작사들의 영화를 대여해 줬고, 다음엔 인터넷으로 송출했다가 급기야 스스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의 대박이 출발점이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의 취향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정교하게 파악해 플랫폼 시장에서 앞서 나갔는데, 콘텐츠 제작에도 이런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성공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전 편을 동시에 공개했고, 이로부터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 보는 시청문화가 전면화됐다. 한낱 ‘인터넷 동영상’에 불과한 《하우스 오브 카드》가 미국 에미상을 휩쓴 것은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룡이 됐음을 알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현금을 태운다(캐시 버닝)’고 할 정도로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2017년 제작예산 5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6조원), 2018년 80억 달러(약 9조원), 2019년 120억 달러(약 13조원) 등 무지막지한 현금이 투입됐다. 이 때문에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됐지만 넷플릭스는 시장 독식자가 되기 위해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미국 시장은 이런 넷플릭스의 야망에 신년 들어 주가 약 20% 상승으로 호응했다. 바로 이런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한국 시장에서 《미스터 션샤인》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인터넷 뉴미디어 업체가 기존 방송사들을 위협하며 미디어 시장을 재편하는 ‘인터넷발’ 미디어 혁명은 그동안 넷플릭스, 유튜브 주도로 이어져왔다. 2019년엔 이 미디어 혁명의 바람이 태풍이 돼 한국 미디어 시장을 강타할 전망이다. 

왼쪽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 영화 《옥자》 ⓒ 넷플릭스
왼쪽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 영화 《옥자》 ⓒ 넷플릭스

칸 초청 거부한 넷플릭스의 배짱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는 2018년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에미상에서 미국 거대 유선방송인 HBO보다 더 많은 후보를 배출해 충격을 준 것이다. 2019년 벽두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넷플릭스 작품이 5관왕을 차지했다. CNN은 “넷플릭스가 할리우드와 월가의 왕으로 군림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가 영화까지 제작했을 때 기존 영화업계의 반발이 나타났고 2017년 칸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 경쟁부문 배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에 칸 측에서 넷플릭스 작품을 비경쟁부문에 초청하려고 하자 오히려 넷플릭스가 칸 거부 선언을 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18년 베니스영화제는 결국 넷플릭스에 굴복, 넷플릭스 작품들을 경쟁부문에 받아들였고 넷플릭스의 《로마》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메릴린치는 넷플릭스를 ‘콘텐츠 시장의 지배자’라고 표현했다. 바로 그 지배자가 한국 침공을 개시했다. 한국은 동아시아 콘텐츠 산업의 중심인 한류의 나라다. 한국 콘텐츠를 지배하면 아시아 시장 전체에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영세한 제작 시장에서 ‘현금을 태우기’ 시작했다.

출발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제작비 약 6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액이지만 당시 넷플릭스 제작 예산의 1%에 불과했다. 그다음은 유재석의 예능 《범인은 바로 너》다. 국내 반응은 미약했지만 동남아시아에서의 성공으로 시즌2 제작에 들어갔다. 회당 제작비 20억원의 드라마 《킹덤》도 만들었다.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YG전자》를 제작하고, 《라바》 등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나섰다. 넷플릭스가 방영권을 산 한국 콘텐츠가 2016년 60편, 2017년 100편이었는데 2018년엔 여름 기준 550편으로 폭증해 tvN 《비밀의 숲》도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시장에 소개됐고 뉴욕타임스에 의해 최고의 TV 시리즈 중 하나로 선정됐다.

넷플릭스가 태우는 현금을 제작사들은 환영한다. 제작비가 쏟아지고 해외 진출도 용이해진다. 하지만 한국 업계를 넷플릭스가 완전히 장악하고 나면 종속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서의 ‘코드 커팅(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목도한 우리 방송사 등 플랫폼 업체들은 긴장한다. 넷플릭스가 기존 거대 미디어들을 중소업자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 앞에 닥친 진정한 위기다. 《미스터 션샤인》에 밀려 초라해진 지상파 연말 시상식 풍경은 지상파 추락의 출발점일지 모른다. 신년 들어 지상파 방송사들과 SK브로드밴드가 연합해 토종 거대 OTT를 만들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과연 우리 미디어 업계는 외산 OTT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을까?

유튜브의 공세도 거세다. 넷플릭스가 드라마·예능·영화 같은 기존 정규 콘텐츠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면 유튜브는 소비자가 스스로 만드는 콘텐츠, 즉 개인방송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을 통째로 밀어버리고 있다. 사람이 콘텐츠를 보는 시간엔 한계가 있는데, 그 정해진 시간을 유튜브 콘텐츠가 잠식하기 때문에 기존 미디어 업계 전체가 공멸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파급력을 키워가던 유튜브 시장에 노년층까지 가세했다. 기존 미디어의 보도가 친박 보수 성향 노년층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노년층 시청자들이 유튜브 개인방송을 대안으로 찾았다. 보수 개인방송이 인기를 끌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보수정치권이 유튜브에 진입했고, 그에 대한 반발로 유시민 이사장이 대전에 참전하며 새해 벽두부터 유튜브는 이슈의 중심에 섰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은 정치권 최대의 이슈가 됐다. ⓒ 유튜브 캡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은 정치권 최대의 이슈가 됐다. ⓒ 유튜브 캡쳐

유튜브 공세에 기존 미디어 ‘멘붕’

유튜브는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의 합성어로,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채드 헐리, 스티브 천, 자베드 카림 등 세 청년이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나눠주기 위해 만든 작은 회사였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라는 동영상 사이트 회사를 16억5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에 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우리 누리꾼들은 의아해했다. 동영상 사이트가 뭐라고 조 단위 거액을 주고 산단 말인가? 그로부터 12년 후인 2018년 5월, 모건스탠리는 유튜브의 기업 가치를 1600억 달러(약 180조원)로 추산했다. 구글의 투자엔 이유가 있었고, 우리 업계는 동영상의 힘을 간과했다.

2019년엔 유튜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절대적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노년층 사이에서도 영향력이 커지던 차에 시사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인지도가 범국민적으로 확대됐다. 유튜브 태풍이 본격적으로 밀려오면 기존 미디어들은 벼랑 끝까지 몰릴 수 있다. 요즘 유아들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자란다.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어떤 미디어 지형이 펼쳐질까? 

물론 넷플릭스나 유튜브라는 개별 회사의 명운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승승장구하다가도 얼마든지 암초를 만날 수 있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아마존 등 거대 도전자들에 직면했고 현금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채도 복병이다. 유튜브도 토종 개인방송 플랫폼이나 SNS 기업들의 반격에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개별 회사의 명운과 별개로 OTT와 인터넷 개인방송이라는 신미디어에 의해 펼쳐지는 미디어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미래다. 5G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기반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위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기존 기술에 기반한 방송 미디어 업계의 토대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외국 서비스의 과도한 영향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이 난무하는 인터넷 영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우리 자본의 콘텐츠 역량이 위축·고사해 가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남는다. 싫든 좋든 우리는 이미 인터넷발 미디어 혁명의 태풍 속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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