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호 신원종합개발 회장, 부인 폭행 및 포렌식으로 특수상해·전자기록탐지죄 혐의 적용
회사 사외이사는 장용석 전 검사…1조5000억 규모의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 추진 중
와인병으로 부인을 때려 다치게 한 중견 종합건설사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초범도 실형을 피하기 힘든 특수상해죄인 점을 감안할 때 회사 입장에서 사법 리스크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해당 회사는 한때 ‘윤석열 테마주’로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강남권 대어급 토건사업인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박윤희 부장검사)는 10월30일 우진호 신원종합개발 회장(60)을 특수상해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우 회장은 지난 5월 말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30대 부인 A씨의 머리를 와인병 밑동으로 내려쳐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폭행 후 “너 때문에 수갑 차게 생겼다”
A씨는 당시 폭행으로 갈비뼈 4대와 치아 일부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당초 A씨는 폭행을 당한 직후 우 회장을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그날 이후 우 회장은 A씨에게 “너 때문에 수갑 차게 생겼다” 등 위협적인 발언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 회장에게 적용된 특수상해죄는 형법 258조의2에 규정돼 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가 대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만 나와 있다. 같은 유형이라도 상해의 정도가 낮아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는 ‘특수폭행죄’보다 더 죄질이 무겁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특수상해죄는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처벌을 면하기 어렵고 초범도 실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우 회장에게 특수상해죄 외에 ‘전자기록 등 내용 탐지죄’ 혐의도 적용했다. 이는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타인의 전자기록 등을 캐낸 자에게 적용되는 범죄다. 적용 이유는 우 회장이 본인보다 20살 이상 젊은 A씨의 외도를 의심해 그의 노트북을 몰래 포렌식했기 때문이다. 전자기록 등 내용 탐지죄는 판례상 부부 사이라도 성립할 수 있다.
우 회장이 복수의 혐의로 기소되면서 그가 이끄는 신원종합개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983년 설립된 신원종합개발은 ‘아침도시’ ‘어퍼하우스’ 등의 주택 브랜드로 잘 알려진 종합건설사다. 1994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3000억원 넘는 매출액(3098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사의 도급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전국 시공능력평가에서는 올해 115위를 기록해 전년 대비 41단계 상승했다.
2016년 대표 취임 후 시공능력 115위 중견으로 성장시켜
회사의 6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우 회장은 신원종합개발 지분 16.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삼성물산 해외투자심사역 출신의 우 회장은 ‘차우개발’이란 소규모 건설회사를 이끌다 2016년 신원종합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지금까지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우명규 전 서울시장(28대)이다. 우 회장은 신원종합건설 대표이사 취임 당시 우 전 시장을 비상근 사내이사로 앉혔다.
신원종합건설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관련주로 분류된 바 있다. 우 회장이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라는 이유에서다. 또 신원종합건설 사외이사 겸 주요 주주(0.09%)인 장용석 변호사도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그는 윤 대통령과 함께 서울지방검찰청(현 서울중앙지검)에 몸담은 적도 있다. 다만 우 회장은 법조인이 아니다. 신원종합건설과 윤 대통령의 관계성이 부각되며 대선 개표일(2022년 3월10일) 회사의 주가는 전날 대비 30% 치솟은 9230원을 찍었다. 이후 상승가를 유지해 1만4000원대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4분의 1 수준인 34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최후의 미개발지’ 헌인마을 개발중…3월 분양 돌입
현재 신원종합개발이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 사업은 헌인마을 개발사업이다. 구룡마을과 함께 ‘서울 최후의 미개발지’로 꼽히는 이곳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해 있다. 아파트 등이 올라온 주택단지를 제외하면 내곡동에서 유일하게 그린벨트가 해제된 지역이다. 지난 2009년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3500억원을 조달해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토지 매입에 실패해 부도를 맞는 결과로 끝났다. 이후 표류하던 개발 사업권을 2019년 신원종합개발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다시 가져왔다.
신원종합개발 컨소시엄은 헌인마을에 최고급 공동주택 200여 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 사업비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시사저널이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내곡동·세곡동 토지 총 5213필지의 소유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헌인마을 주소지인 내곡동 374번지 일대 114필지(총 면적 7만3069㎡)가 지난해 11~12월 일괄 신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신원종합개발 측이 대출을 통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헌인마을 주택 사업은 올 3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