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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완화되고 금리 낮아져도 매매 수요 ‘요지부동’
비상계엄에 불확실성 확대…부동산 시장 영향 줄지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있다. 한국 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8개월의 상승을 끝내고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0.01% 하락했다. 잠정치에 따르면 10월도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감소하고 있는 거래량을 감안할 때 아파트 가격 하락 이유는 수요 감소다.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집값이 하락했다. 이러한 주택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까?

많은 전문가가 아파트 가격 하락 원인을 대출 규제에 따른 가계대출 감소에서 찾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대출이 줄어들면서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출 현황을 보자.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9월부터 감소했다. 지난 8월 6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9월 4조원으로, 10월에는 1조5000억원으로 큰 감소 폭을 보였다. 금융 당국과 은행의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고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줄었다. 그렇다면 향후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면 수요 증가로 또 다른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주택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폭설이 이틀째 내린 11월28일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눈 쌓인 서울 풍경 ⓒ시사저널 박정훈
폭설이 이틀째 내린 11월28일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눈 쌓인 서울 풍경 ⓒ시사저널 박정훈

대출 규제 완화하면 집값 상승? “꼭 그렇지만은 않아”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커지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했고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강제 제한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시가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 구매용 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전례 없는 대출 규제도 시행했다. 그러나 가계대출은 감소하지 않았고 아파트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점이다.

‘대출 규제→가계대출 감소→주택수요 감소→가격 하락’이라는 당연한 공식이 과거에는 통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대출보다 내 집 마련이나 아파트를 사고 싶은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대출을 규제해도 아파트를 사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면 대출이 오히려 증가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가계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이 나와도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으면 주택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낮추었다. 이유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다. 금리를 인하해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2%에서 1.9%로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회복 지연이다.

“경기 침체에 비상계엄까지…불확실성에 발목 잡힌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할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금리를 낮춰준다고 단기에 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심지어 정치적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던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향후 국내 정치는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정치 불안으로 경제는 또 다른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을 시작하자마자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대출 확대와 부동산 세금 인하 정책을 지속해 왔다. 하락하던 수도권 집값이 다시 상승했고 가계대출은 급증했다. 불안한 마음에 무주택자들이 빚을 내서 아파트를 매수하고 주택 가격 상승장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갈아타기를 통해 소위 입지가 좋은 지역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 20번 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가중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도 불확실성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경제를 분석하는 교수로서 강하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무리하게 빚을 일으켜서 집을 살 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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