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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다 ‘빨리’ ‘많이’ 계엄군 투입…국회 280여명인데 선관위에 297명
김용현 “많은 국민 ‘부정선거’ 의혹 제기…수사 위해 시설 확보 필요했다”
이준석 “尹, 부정선거에 미쳐 보수 절단” 황교안 “천금 같은 수사 기회”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 시사저널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 시사저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가 무섭게 계엄군 10여 명이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 등장했다. 국회보다 훨씬 빨랐다. 이날 선관위 과천 청사와 관악청사,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은 총 297명으로 추산됐다. 규모 또한 국회(280여 명)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쌓이던 가운데,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을 건의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4·10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전 장관은 5일 SBS와 나눈 메신저 인터뷰에서 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 출동 이유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극우 보수 인사와 유튜버들이 제기해 온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계엄군을 통해 강제 수사에 나서려 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처음 선포돼 전 국민을 혼란과 충격에 빠트렸던 계엄의 주 이유가 ‘부정선거 규명’이었던 셈이다.

실제 계엄 선포 당일 계엄군은 선관위에 도착한 즉시 ‘정보관리국’을 집중적으로 향했다. 정보관리국은 선거정보 등과 관련된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하는 곳으로,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한 이들로부터 수사 대상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이미 보수 주류에서 멀어진 지 오래인 ‘부정선거’ 의혹을 진지하게 믿어왔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와 (윤석열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에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을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대화 주제였던 사람이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부정선거에 대해 검토해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어 “(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했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결국 이 미친X들에게 물들어서”라며 “어떻게 보면 본인(윤 대통령)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을 절단 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선 “쿠데타 세력이 선관위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선관위에 있는 데이터 같은 것을 어설프게 조작해놓고 ‘봐라 부정선거다’ 하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극우 음모론’에 빠져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베일에 싸였던 불법 계엄, 내란 음모의 배경은 윤 대통령과 내란 주동자들의 과대 망상이 뿌리였다”며 “극우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황당한 세계관”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극우 음모론에 중독된 윤석열 대통령과 그 일당들이, 자신들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런 자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기고 있었다니 끔찍하다. 이런 자들에게 계속 대한민국을 맡길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꾸준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황교안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야당 의원들이 수준 이하임에도 국회에서 활개 칠 수 있게 된 것은 부정선거를 통해서 당선되었기 때문”이라며 “선거부정의 기록은 선관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천금 같은 부정선거 수사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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