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계엄 해제 놓고 ‘친한-친윤’ 대립…尹탈당 결론 못내
‘尹탄핵’ 시 ‘친윤 책임론’ 불가피…‘친박 몰락’ 우려하는 듯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폭풍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친윤(親윤석열)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 탈당과 탄핵’이 거론되고 있지만 친윤계는 중지를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친박계의 몰락’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계엄 사태에도…尹에 등 돌리지 못하는 친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비상 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 요구 등 3가지를 계엄 사태의 후속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이 중 내각 총사퇴와 국방장관 해임의 경우 당내 이견이 없었으나, ‘대통령 탈당 요구’를 두고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세 가지 제안을 거론하며 “의총에서 굉장히 많은 의원의 난상토론이 있었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제안에 대해선 대체로 뜻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세 번째 제안(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어서 계속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여당 내 친윤계과 친한(親한동훈)계는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를 두고도 이견을 보인 바 있다.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다음 날 새벽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소속 친한계 의원 18명과 야당 의원 172명이 가결 투표했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국회 진입이 되지 않아 당사에 모여있었다”면서 자신의 표결 불참과 관련해서는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친한계 일각에서는 친윤계 중심 원내 지도부가 본회의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표결을 앞두고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국회에) 못 들어가게 계속 헷갈리게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무조건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우리도 (생각이) 같다. 당사로 가는 건 추 원내대표가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는데 딴 데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내 혼란으로 표결 참여를 못 해 아쉬움이 많다”며 “대부분 의원은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전부 반대기 때문에 다 같이 표결에 참석했으면 그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태 수습을 위한 최고위원회의에도 친윤계 최고위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김민전 최고위원) 친윤으로 불리는 두 분은 나오지 않았다”며 “(불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아예 연락이 안 됐고, 김민전 최고위원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를 든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공판이 예정된 2017년 8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공판이 예정된 2017년 8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 ‘박근혜-친박 몰락’ 재연 우려하나

일각에선 친윤계가 과거 대통령 탄핵 후 몰락한 ‘친박계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 세력은 200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생겨났다. 2012년 박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친박계는 전성기를 맞았으나, ‘박근혜 탄핵 정국’과 ‘인명진 비대위’ 체제 안에서 세를 잃기 시작했다. 이들이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부역자’로 지목되면서다.

이후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계 좌장들은 당원권이 정지되고 2선으로 물러났다. ‘호위무사’로 불리던 이정현 당시 대표는 떠밀리듯 사퇴하고 당을 떠났다.

친윤계가 ‘대통령과의 거리’를 고민하는 사이,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친윤계의 몰락’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엄이 실패로 돌아가며 정국 주도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쥘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계엄 반대를 천명한 한동훈 대표의 당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는 비상계엄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한동훈 대표로 사실상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대통령 지지율 등 민심 추이가 악화되면, 친윤계도 ‘대통령과의 헤어질 결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에도 친박계 18명이 ‘탄핵찬성파’로 막판 선회, 탄핵안은 가결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해산을 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내란죄의 공범이나 부역자가 되지 않으려면 윤석열이라는 정신 나간 인물과 하루라도 빠르게 단절하고 출당시켜야 한다”며 “다른 정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핵 절차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지 않는다면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소멸될 위기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