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출렁…카톡 검열·내란죄 논란, 민주당 무리수가 부른 자충수
민심과 따로 노는 여야 정치권…가수 나훈아가 울린 경종 되새겨야
하필 탄핵 정국의 와중에 은퇴 공연을 가진 가수 나훈아가 무대 위에서 오른쪽-왼쪽(보수-진보)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포효하듯 부른 노래는 ‘공(空)’이었다. “살다 보면 알게 돼…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 보면 알게 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 이 노래 가사를 보면, 화장실 냄새 풀풀 나는 구치소 독방에서 피눈물을 삼키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득의만면한 이재명 대표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 노래다. 인간은 마치 천 년을 살 것처럼 아등바등하지만 결국은 텅 빈 상태가 된다는 가사다. 윤-이 두 사람이 탄핵 정국에 대처하는 방식과 전략을 보면 무모함과 어리석음, 오만함과 조급함으로 가득 차 있다.
윤석열 진영, 확증편향이 부른 일련의 패착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과오와 실책은 정치적 확증편향성(confirmation bias)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야말로 척결해야 할 반국가세력이며 선관위는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따라서 계엄 선포는 정당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헌재 심판은 기각될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1월15일 체포 당일에도 9000자 분량의 방대한 육필 원고와 영상 메시지를 내고 ‘좌파 사법 카르텔의 무법천지’ 운운하며 “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이지 범죄가 아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끝까지 싸우겠다”는 투지를 공개 천명했다. 이런 자기확신은 지난 27년간의 검찰 생활에서 체득한 과잉 자신감과 군대식 사고방식이 뼛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두 번째로 심각한 것은 ‘모든 것을 부정하고 거부하라’는 식의 ‘법구렁이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재판서류 송달 거부부터 시작해 공수처의 수사권 이의제기에 이어 헌재 재판관의 기피신청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법 집행에서 사사건건 불응하고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윤 대통령과 법률대리인, 그리고 친윤계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의 법이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주장하지만, 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람이 누구인가? 세 번째는 어설픈 감성 전략이다. 관저 앞 강성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우겠다”고 적어 보낸 쪽지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가 하면, 체포 당일 관저를 찾았던 한 영남 출신 중진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얼굴이 형편없더라”며 국민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그는 국민의 심중을 헤아려 보았을까? 네 번째는 국민의힘 친윤계들의 행태다. ‘계엄은 나쁘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모순된 논리로 단단히 무장한 친윤계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불참-탄핵 반대 당론-한동훈 축출-권성동&권영세의 당권 장악-태극기 집회 참여-한남동 관저로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은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다. 극소수 강성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의 눈에는 영 불편해 보일 것이다. 이런 패착의 연속인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이 ‘폭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역설적인 말이지만, 민주당이 ‘부지런히’ 도와주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12·3 계엄 정국을 기점으로 모든 상황이 역전되었다고 보고 마치 정권을 잡은 듯 속도전을 펴다가 자충수를 연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은 정치적 조급증(hurry sickness)이라고 본다. 심리학적으로 조급증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대선을 하루빨리 치르지 않으면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무리수, 자충수, 악수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 대표와 민주당 사람들의 말을 유심히 들어보면 ‘신속하게’ ‘속히’ ‘빨리’라는 말이 유난히 많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조급한 민주당, 잇따른 실책
민주당이 정치 일정을 서두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법 일정을 서두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근 카톡 검열 논란이 그렇다. 민주당의 허위조작감시단은 1월10일 보수 성향 유튜버 10여 명을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했는데, 특히 전용기 의원은 “일반인일지라도 커뮤니티와 카카오톡을 통해 퍼나르는 행위는 충분히 내란 선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단호하게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든지 윤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거나 부정선거론을 전파하면 형사고발 조치하겠다는 엄포였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카톡이 무슨 성역이냐”며 가짜뉴스를 뿌리 뽑겠다고 나서자 ‘민주당발 계엄 내란’이라는 반발에 직면해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은 또 온라인상으로 허위조작 정보 신고를 받는 ‘민주파출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진짜 경찰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했다. 민주당이 범한 대형 자책골은 내란죄 철회 논란이다. 헌재의 탄핵소장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민주당은 주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큰 역풍을 자초했다. 이는 앞으로 헌재와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측이 반격의 호재로 삼아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덕수 대행 등 정부 인사들에게 무차별 줄탄핵을 감행하고, 최근에는 최상목 대행을 향해 “보수 우두머리가 될 망상을 버려라”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쏟아내는 등 ‘승자의 오만함’을 보여 반발을 샀다.
윤석열 진영의 찌질한 대처, 그리고 이재명 진영의 우악스러운 대처가 맞부딪치며 나타난 민심이 최근 40%대를 넘나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라고 본다. 즉, 친윤-보수진영의 결집이 아니라 윤석열을 끝까지 사수하자는 초강성 우파 10%와 윤석열을 버리고 새로운 보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온건 우파 10%, 이재명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는 비명계 10%, 그리고 윤석열과 이재명 둘 다 싫다는 중도층 10%가 뭉친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반윤(反尹)-반명(反明) 여론’을 제대로 간파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대처하는 쪽이 앞으로 진짜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수 나훈아가 고별 공연에서 “왼쪽은 잘했느냐?”는 말을 한데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나훈아가 보수진영 편을 들었다고 비판했지만 여야,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해석하고 싶다. 나훈아가 정치권을 향해 “지금 하는 꼬락서니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일갈한 대목을 여야가 모두 귀담아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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