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윤석열 지지율’에 고심…“탄핵 판결 나면 상황 달라질 것”
친한계 김상욱·고동진·한지아 의원 등은 친윤 세력에 고립 당해
“설 쇠고 2월”…복귀 준비하는 韓, 尹에 분노하고 李 싫어하는 민심 기대
“감기 조심하십시오.”
1월14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텔레그램으로 ‘재기 시점’을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답변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대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야인이 된 한 전 대표는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일상을 사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선 ‘한동훈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내 친한(親한동훈)계 의원들이 반격의 기회를 엿보는 가운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다. 두터운 당심과 인지도를 확보한 한 전 대표가 대선 출사표를 던진다면 정치권엔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12·3 비상계엄’ 후 강성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하면서, 한 전 대표가 재기하기 위해선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심’을 업은 친한계와 ‘윤심’을 업은 친윤계 간의 팽팽한 긴장관계는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무너졌다. 친한계의 구심점이던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잃으면서다. 당내 친윤계는 한 전 대표에게 ‘당론을 어기고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죄’를 물었다. 친한계로 지도부에 입성했던 장동혁·진종오 의원도 한 전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이후 당권은 권성동 원내대표·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친윤 투톱’에게 넘어갔고, 최대 30명 내외까지 세를 넓혔던 친한계는 최근 10여 명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남은 ‘찐한계’(진짜 한동훈계)는 당내에서 별동대처럼 움직이고 있다. 친윤 지도부가 반대하는 ‘내란 특검법’ 등에 찬성표를 던지고, 윤 대통령 체포·구속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면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민심’을 따르겠다는 게 이들의 명분이다. 그러나 ‘단일대오’를 앞세운 친윤계가 제동을 걸었다. 당내 대표적인 친한계인 김상욱 의원과 김예지 의원 등은 당 지도부와 친윤계 중진 의원 등으로부터 ‘탈당 압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급기야 1월13일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친한계와 친윤계 의원들 간 볼썽사나운 비난전까지 전개됐다. 김상욱 의원이 ‘내란 특검법’ 발의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이철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의원들을 계엄 찬성으로 몰고 가지 말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김대식 의원이 연단에 올라 “당이 정한 당론을 따르는 게 당인”이라며 “김상욱 의원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고 격노했고, 친한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의원 등이 “인신 모독”이라며 반발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김상욱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을 떠났고 정 의원과 고동진·한지아 의원 등이 줄줄이 항의 차원에서 함께 의총장 밖으로 나갔다.
코너에 몰린 친한계는 친윤계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의 ‘친명 일극체제’를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던 여당이, 오히려 친한계에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한계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여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친윤횡재·비윤횡사’”라며 “비대위가 쇄신과 통합을 말하지만, 오히려 쇠퇴하고 분열되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이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친한계와 친윤계 의원들은 공식 석상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등 반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계 의원들은 또 ‘시작2’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뒤 정견 및 향후 계획 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여당 지도부의 ‘윤석열 방탄’ 행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재 지지율은 홍준표·오세훈에 뒤처져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과 맞물리며, 정치권의 시선은 ‘한동훈의 재등판’에 쏠리기 시작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가 복귀하면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친윤계가 그 책임론에 직면하게 되면, 당내 탄핵 찬성파인 한 전 대표와 친한계가 ‘보수의 대안’으로 거론될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초청을 받았으나 고사한 뒤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측근과만 소통하며 당 내외 상황 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사저널과 만난 친한계 관계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한동훈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됐던 ‘1월 복귀설’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친한계의 중론이다. △비대위가 들어선 이상 당내 ‘한동훈의 공간’은 없으며 △설 연휴 ‘밥상 화두’가 윤 대통령의 체포로 쏠린 가운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에 국민의힘 최다선(6선) 중진이자 친한계의 좌장 격으로 평가되는 조경태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재기를 ‘설 명절 쇠고 2월 이후’라고 봤다. 그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점이 되면 상황이 달라져 한 전 대표의 발언권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던 김경율 회계사는 1월13일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에 출연해 “한 전 대표에겐 시간이 있다. 결코 조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본인 역량으로 언제든 (대선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이라며 “복귀를 재촉하면 오히려 실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韓은 사법 리스크도, 명태균 리스크도 없다”
한 전 대표의 ‘대권 경쟁력’을 두고는 평가가 갈린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죽지 않은 윤심’이다. 친한계는 윤 대통령의 몰락을 확신하고 있으나, ‘12·3 비상계엄’ 후 추락했던 윤 대통령·여당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강성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가운데 ‘대통령 이재명’을 우려하는 민심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여당 대권 잠룡들의 지지율도 비상계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친윤계 후보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업체 4사가 1월13~15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은 19.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로 선두를 달렸다. 이어 김문수 노동부 장관(13%), 홍준표 대구시장(8%), 오세훈 서울시장(6%), 한동훈 전 대표(5%) 등이 순위에 올랐다. 유보층은 26%다. 강성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 장관이 여권 내 1위 대선후보로 부상한 반면, 한 전 대표는 홍준표·오세훈 시장보다 뒤처지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정치권에선 비상계엄 후 오른쪽과 왼쪽으로 크게 갈라진 정치 지형이 한 전 대표에겐 ‘딜레마’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이재명·윤석열 무죄’를 외치는 보수 유권자와, ‘친이재명·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진보 유권자들이 각각 결집하면서, ‘반이재명·윤석열 탄핵’을 말하는 한 전 대표가 양 진영 모두에서 배척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아직 대안을 못 찾고 있다”며 “다만 강성보수 유튜버들이 김문수 장관을 계속 띄우고 있는데, 진영 내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극단의 대립이 한 전 대표에겐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친한계는 앞서 NBS 조사에서 나타난 ‘26%의 유보층’에 주목한다. 비상계엄에 분노하고,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경계하는 중도·무당층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즉, 한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고 이들의 메시지를 대변하기 시작하면서 지지율 반등이 이뤄지는 상황이 이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이에 한 전 대표 재기의 키워드 역시 ‘탈진영·탈이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은 한 전 대표가 재기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고 혼자만의 의미 있는 시간, 복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국민 여론이 형성되고 보수의 부름이 있을 때가 자연스러운 (재기의) 시점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어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비상계엄 직후 18명 국민의힘 의원과 계엄 해제에 앞장섰다는 점”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직면한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고, 다른 여당 예비후보에 비해 ‘명태균 리스크’도 없다. 새로운 정치, 희망과 기대의 정치를 준비할 수 있는 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