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한국 쇼트트랙, ‘괴물 스케이터’가 증명해 낸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딴 금메달만 총 6개. 은·동메달까지 포함하면 총 9개를 획득한 임종언(노원고) 선수의 별명은 ‘괴물 스케이터’다. 한때 임효준(현 린샤오쥔) 선수를 우러러봤던 그는 이젠 임효준도 경쟁 상대로 규정하며 ‘기죽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는 다짐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임종언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강인한 체력이다. 1500m를 5~10번 타도 지치지 않는다는 임종언은 코너에서 빠져나올 때 왼발을 잘 눕혀 밀어내는 덕택에 스케이팅 속도도 빠른 편에 속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니어 대회를 오가며 유망주로 불렸던 그는 올해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며 단숨에 국가대표가 됐다. 남자부 전체 1위로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를 단 임종언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황대헌 선수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고등학생 선수가 됐다.
시니어 무대 시작도 좋다. 10월13일 캐나다 몬트리올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황대헌(26·강원도청)·이준서(25·성남시청)·신동민(20·고려대)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따냈다. 임종언은 10월12일 남자 1500m 금메달에 이어 5000m 계주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사실 그가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생 때 큰 부상을 2번 겪는 부침이 있었다. 2학년 땐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됐고, 3학년 때는 왼쪽 발목 골절로 수술도 했다. 이를 모두 극복한 덕택에 임종언이 시니어 무대에서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금방 이겨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당장은 내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게 1차 목표지만 임종언에겐 더 큰 꿈이 있다. 쇼트트랙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 인성도 좋고, 실력도 좋은 선수로 남고 싶다고 밝힌 임종언의 어깨에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가 달렸다. 다음은 ‘2025 차세대 리더’에 선정된 임종언의 시사저널 인터뷰 내용이다.
시니어 무대 데뷔전 컨디션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평소처럼 루틴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늘 하던 방식대로 몸을 풀고 마음을 정리했다. 대회 전에는 설레고 긴장도 되는데 경기장에 들어서면 떨지 않는 편이다. ‘내 스케이팅을 보여주자’는 생각만 하고 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얻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이니만큼 분위기를 잘 즐기고 오고 싶다.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멋진 경기보다는 완벽한 경기를 하자’라는 마음을 늘 되새기고 있다. 또 개인전뿐만 아니라 계주 경기에서도 꼭 메달을 획득해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괴물 스케이터’라는 별칭이 있는데.
“‘괴물’이라는 표현은 잘한다는 의미이니 기분 좋다. 앞으로는 ‘믿고 보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 말을 듣는다면 경기장에서 흐름을 바꾸는 존재감을 가진 선수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선수생활을 하며 후회됐거나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중학교 2학년 때 다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부모님이 더 속상해하시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제가 힘들어하는 걸 티 안 내려고 했는데 부모님은 다 알고 계셨다. 그래서 오히려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때의 부상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올해는 어떤 한 해였나.
“올림픽 시즌에 시니어 국가대표가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던 해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친해지기도 하고 함께 훈련하는 생활도 하게 되고 모든 게 새롭다. 첫 시니어 대회인 월드투어도 경험하게 돼 제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게 됐다. 부족함을 느낀 만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0년 후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그때면 제가 29살이 되고 두 번의 올림픽을 더 치르게 된다. 세 번째 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러낸 선수였으면 좋겠다. 또 기록이나 메달로만 설명되는 선수가 아니라 ‘쇼트트랙 하면 임종언’이 생각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후배 선수들이 제 이름을 보며 꿈을 꾸고 팬분들이 제 경기를 기대해 주시는 그런 선수로 남는 것이 제 목표다.”
‘2025 차세대 리더’ 100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미리 보다
시사저널-한국갤럽 일반국민·전문가 1000명 설문조사, 해당 분야 전문가 추천
새 시대의 ‘희망·요구·과제’ 상징…‘대한민국 권력 지도’에 새겨질 우리의 자화상
‘차세대 리더’를 선정하는 일은 왜 중요할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서 샛별처럼 떠오른 이들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차세대 리더에 주목하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대중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다.
‘2025 차세대 리더 100’ 선정 과정은 지난해와 대동소이하다. 정치, 경제(기업·IT·스타트업), 사회(법조·환경·NGO·종교·의학·과학·크리에이터), 문화(예술·영화·방송연예·스포츠·레저) 등 각 분야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되는 인물 100명을 추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일반 국민 500명, 전문가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자료로 시사저널 기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적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올 한 해 미디어에 나온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분야별 인물 순서는 무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