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 관점에서 ‘차별’ 해석한 홍성수 교수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혐오 표현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를 설파하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펴내며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경제 위기,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차원의 복합 위기가 사회를 위협하고 있고 개인 삶의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자연재해, 전염병 확산, 전쟁, 경제 위기, 대량 실업 등과 같은 사회적 위기가 혐오와 차별을 확산하는 계기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엉뚱한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이 바로 혐오와 차별이다.”
홍 교수는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특히 여성, 이주자,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배제와 혐오의 문제를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차별의 피해자들은 차별을 당했을 때 인격적 모멸감이나 수치심 또는 모욕·비하·멸시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런 일이 앞으로 또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곳에서 자신을 환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차별이 단순한 ‘기회의 불균형’이 아니라 인격적·정체성적 배제의 경험임을 상기시키는 홍 교수. 그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축은 ‘구조적 차별’의 존재다. 명시적인 차별이 사라졌다고 해서 차별이 없는 게 아니며, 구조적인 차별이 드러날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법·제도적 조치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구조적 차별의 현실을 부정하면 정확히 그 반대라고 지적한다.
“차별금지법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해고할 자유, 대학에서 동성애자 학생을 차별할 자유를 금지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뿌리 깊은 차별은 단지 개인의 인식이나 태도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에, 홍 교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된 해법으로 제시한다. 또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대표적인 반론을 제시하는데, 예컨대 “남성이 역차별을 당한다”거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를 규제의 논리가 아닌 자유와 평등의 관계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누구든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디에서 살아가든 차별받지 않을 환경을 만드는 것은 나의 현재가 어떠하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차별을 막는 것은 우리 공동의 미래뿐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