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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2018년 지선 ‘싹쓸이 패배’→2020년 총선 ‘103석 참패’ 잊으면 안 돼”
보수는 ‘혁신’하면 ‘기회’, ‘경직’되면 ‘위기’…“보수의 혁신, 시간이 얼마 없어”

ARS 조사인 리얼미터 10월 4주 차 정당 지지도를 보면 민주당 44.1%, 국민의힘 37.3%였다. 양당 격차는 6.8%포인트(p)로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였던 7월 2주 차의 31.9%p 격차(민주당 56.2%, 국민의힘 24.3%)와 비교하면 크게 좁혀졌다. 

ARS 조사들을 보면 대략 비슷한 추이다. 조원C&I 10월 2주 차(민주당 42.5%, 국민의힘 39.3%), 코리아정보리서치 10월 2주 차(민주당 42.4%, 국민의힘 36.2%) 조사의 흐름이 유사하다. 10월25~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서울 시민 812명 대상 여론조사도 민주당 38%, 국민의힘 36.7%로 리얼미터 서울 지역(조사 대상 186명) 민주당 41.7%, 국민의힘 40.9%와 양상은 같다. ARS 조사에서는 ‘민주당 하락세’ ‘국민의힘 상승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10월 4주 차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25%로 나타났다. 6월 4주 차 민주당 43%, 국민의힘 23%와 비교하면 4개월간 조국 사면 때 빼고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같은 전화면접 조사인 NBS 전국지표조사 10월 3주 차(민주당 39%, 국민의힘 23%)와 한국리서치 10월 4주 차(민주당 44%, 국민의힘 25%)도 한국갤럽 조사와 흐름이 거의 같다. 10·15 부동산 대책 논란에도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다. ARS와 전화면접 조사를 비교해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거의 같은 데 반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10%p 이상 차이가 난다.

10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연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10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연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與 실책에도 野 득점 없으니 지지율 회복 난망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7월 2주 차에 전 지역에서 크게 뒤지던 국민의힘이 최근 10월 4주 차에는 인천·경기와 제주를 제외하고 크게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56.2% vs 23.8%→41.7% vs 40.9%로 크게 좁혀졌다. 부산·울산·경남은 50.4% vs 35.6%→32.6% vs 45.6%로 역전했다. 무엇보다 이념적 보수층에서 국민의힘이 46.6%→67.7%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이 56.8%→42.3%로 빠졌고, 국민의힘은 23.6%→35.3%로 높아졌다. 반면 전화면접 조사인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6월 4주부터 10월 4주까지 4개월간 거의 그대로다. 중도층 여론도 민주당 41%→46%, 국민의힘 18%→15%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렇게 조사 방법 간에 결과가 다른 건 응답자의 심리적 반응 때문이다. 주로 정치적 수세 진영 지지자들이 면접원에게 응답을 꺼리는 경향성이 더 크다. 자신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소위 ‘샤이(shy)층’은 지지 결정이 늦고 주위 여론에 반응하기 때문에 응답을 꺼린다. 전화면접 무응답층이 ARS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그래서 ARS 조사를 ‘선행지표’라고 한다. ARS에 응답하는 정치 고관여층과 강한 선호층이 먼저 변해 주위에 영향을 미치며 전체 여론이 서서히 움직인다. 결론적으로 국민의힘에서 떠나있던 보수층이 서서히 돌아오고 중도층도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대다수 국민은 ‘관망세’라 말할 수 있다. 

현재 ARS 조사상 국민의힘 회복세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정권의 실기와 민주당의 폭주에 기인한다. 국민의힘 지지가 전화면접 조사에까지 반영되려면 ‘플러스 알파’ 요인이 있어야 한다. 집권여당에 실망한 민심을 담기 위해선 지지할 ‘명분’과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민주당의 폭주, 국정자원 화재, 캄보디아 사태, 부동산 정책 등 민주당 하락 요인이 차고 넘치지만 국정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횡보를 보이는 건 코스피 4000 돌파가 이를 받쳐주고 있고,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잘한 게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책적 성과를 통해 지지를 늘릴 근거가 없다. 오직 가능한 건 정권의 오만과 실정에 설득력 있는 논리로 맞서는 것과 혁신을 통해 중도층을 담아낼 ‘그릇’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한번 무너진 여론은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 탄핵 정국에 돌입하던 2016년 10월 2주 차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28%, 민주당 26%였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대승, 이준석 당대표 당선을 거치며 2021년 7월 2주 차 국민의힘 32%, 민주당 31%로 역전했다. 무려 4년9개월 만이다. 진보진영은 내로남불 비판을 듣긴 하지만 1987년 이후 이념적 색채를 빼고 ‘민주’ ‘정의’ ‘서민’ ‘약자’ ‘개혁’ 같은 담론을 독점하며 지지 모멘텀을 구축해 왔고 선거 때마다 이를 앞세워 상대를 공략한다. 10월29일 이태원 참사 3주기 때 현충일 같은 국가적 제의 때나 하는 ‘사이렌 묵념’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보수진영은 ‘혁신’할 때 ‘기회’가 왔고 ‘이념적 경직성’에 빠질 때 ‘위기’를 맞았다. 2014년 민주당이 당명에 ‘더불어’를 넣고 집권했는데, 2018년 보수는 ‘자유한국’을 넣어 참패했다. 엉망이 된 YS(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 1996년 신한국당은 15대 총선에서 김문수 등 좌파까지 영입하는 혁신공천을 통해 개헌 저지선도 못 지킬 것이란 예측을 깨고 139석으로 선방했다.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거대한 위기에 처한 2004년 한나라당은 소장파들이 전면에 나서 천막당사를 차리고 박근혜를 앞세워 17대 총선 참패를 면했고, 그 여세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연속 창출했다.  

 

보수의 승리 공식, ‘혁신+통합’으로 중도 공략

2016년 탄핵과 대선 패배 후 신임 당대표 홍준표는 뼈를 깎는 혁신보다 정치적 입지만 다졌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을 싹쓸이 당하며 당의 골목조직까지 와해됐다. 이후 황교안 또한 장외투쟁, 삭발, 단식 등 강경노선으로 2020년 21대 총선 103석이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총선 패배 후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명 개정, 구태 정치인 복당 불허, 반대를 뚫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잘못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 이념화된 당색을 지우려 ‘자유우파’ ‘보수’란 말도 쓰지 못하게 하며 2021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대승했다. 희망이 싹트자 당원들도 2021년 6월 젊은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드는 파격적인 선택을 통해 집권의 파고를 드높이며 정권을 탈환했다. 

보수진영은 혁신을 중심에 놓는 통합으로 중도층을 공략해 집권했다. 우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당권을 잡은 장동혁 대표에게 혁신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중도로 다가갈수록 강성 지지층의 공세가 높아질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상대의 실책에만 기대선 지지율 반등은 물론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대처도 어렵다. 

더욱이 이재명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던 미국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됐다. 결과를 떠나 최악은 면한 데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코스피 상승이 당분간 이어져 이재명 정부 지지율 반등도 예상된다. 정권 말기 초토화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국민의힘이 혁신 없이 상대의 실책에 기대기만 해선 지지율 반등이 힘겨울 것이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 싹쓸이 패배가 2020년 총선 103석 참패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지방선거까지 7개월, 시간이 별로 없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박동원 폴리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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