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이 대통령의 다른 문제들에 비해 체감 파괴력 훨씬 커
대통령 요청으로 잠정 중단됐지만 언제든 재추진할 가능성 남아
지금은 많은 국민이 잊고 있겠지만, 2022년 봄에 치러진 제20대 대선을 결정한 핵심 변수의 하나가 대장동 사건 의혹이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경쟁자였던 이낙연 후보의 캠프에서 흘린 것으로 알려진 대장동 사건 의혹은 이후 일파만파 여론에 영향을 미쳤으며, 만일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제20대 대선의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0.73%라는 박빙 대결 끝에 당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던 것도 대장동 사건 의혹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대장동 사건 재판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위헌적 비상계엄에 따라 조기 퇴진하고, 이어진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은 사필귀정을 외쳤지만, 그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장동 사건 등 각종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진행 중인 재판만 5개였고, 그중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은 상당히 후순위였다. 이른바 위증교사 사건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사건이 비교적 간단하고 법원의 확정판결이 일찍 나올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대장동 사건은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지고, 허위사실공표죄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2심 재판 진행이 지연된 가운데 대선이 치러짐에 따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고, 평상시와 달리(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대통령이 귈위인 상태에서) 곧바로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대장동 리스크’ 없애려 배임죄 폐지 추진
이후 관련 논의는 헌법 제84조의 해석으로 이어졌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새로운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기소만을 금지하는 것인지,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까지도 정지시키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며, 헌법 제정자 및 개정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대선에서 원내 제1 정당의 공천을 받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대립되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맡은 5개 재판부가 모두 헌법 제84조를 내세워 재판을 정지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민주당은 원내 과반의석을 앞세워 무리한 입법을 시도했다. 예컨대, 헌법 제84조의 의미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도 정지되는 것으로 명시하면서 무죄나 면소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야당의 반대 속에 일방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또한 대장동 사건 사법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
이후 다소 소강상태에 있다가, 최근 대장동 사건의 공범 5명이 1심 판결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갑자기 민주당은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화법이라 고쳐 부르면서 이를 곧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배임제 폐지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대해 위인설법이라는 비판이 쇄도하자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으로 민주당은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당장은 입법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통령 재판중지법이 마치 스스로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처럼 인식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떳떳하다면 재판을 기피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정치권력의 오만한 위인설법과 사법부 압박
그러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해 당당하고 자신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멈춘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세 가지 이유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 중단은 단지 잠정적인 것이며, 언제든지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들이 언제라도 현실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각급 법원장들이 관련 재판들이 언제라도 재개될 수 있고 이러한 재판 재개에 이론상이나 실무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러한 재판 재개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일 수밖에 없다.
둘째, 대선 과정에서의 위증교사죄 사건이나 허위사실공표죄 사건에 비해 이제 비로소 본격화되고 있는 대장동 사건의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 법률 전문가들은 재판 계속 중인 모든 사건이 다 중대한 사건들이라 말하지만 일반 국민이 느끼기에는 위증교사나 허위사실공표죄보다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관련 대장동 사건 의혹의 파괴력이 훨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점은 구체적인 정황이나 의혹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인 제20대 대선 당시에 단지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감했고, 만일 그 사건이 몇 달 전에만 공개됐어도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간 당내 경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서도 확인된다.
셋째, 대장동 사건은 그 규모가 큰 만큼 공범이 많다. 최근 대장동 사건의 1심 판결에서 공범 5명에게 법정 구속하는 중형을 선고하면서, 대장동 사건은 당시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과 배임죄 존치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판결문에 들어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장동 사건 재판이 재개될 경우 아마도 중형을 면치 못하지 않겠는가? 정부·여당이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중단하면서 배임죄 폐지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못한 것은 이런 문제들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말한 세 가지 이유 외에도 대장동 사건 관련해서는 그동안 쌓인 의혹만 해도 무수히 많다. 이른바 50억 클럽의 문제, 권순일 판결과 관련해 권순일 전 대법관의 역할 문제, 대장동 사건에서 얻어진 이익이 현재 어디에 묻혀있는지에 관한 의혹 등 대장동 사건은 민주화 이후의 최대 복마전이라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다.
사건의 실체는 아직도 대부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재판의 진행에 따라, 핵심 관련자들의 증언에 따라, 어떤 사실이 어느 정도까지 밝혀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정치권력을 앞세워 위인설법하고 사법부를 압박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한다면 그 후폭풍이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휘몰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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