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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71만 명 방문’ 발표…유료 입장권 판매, 13만 장에 불과
도의회 행감서 남도국제미식박람회 운영 ‘부실’…송곳 질타 쏟아져

최근 폐막한 ‘2025남도 국제미식산업박람회’의 관람객 수를 놓고 뻥튀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도가 발표한 관람객 수에 비해 실제 유료 입장권 판매가 5.5배 가량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전남도는 71만 명이 방문했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판매된 입장권은 13만8000여장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남도나 주최 측이 숫자에만 연연해 지나치게 ‘관람객 숫자 늘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커진 행사의 몸집에 비해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져 지속가능성을 위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0월 2일 목포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열린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주요내빈들과 ‘장 나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남도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0월 2일 목포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열린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주요내빈들과 ‘장 나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남도

도의원 “납득 안 돼” vs 전남도 “무료·연계행사 방문객까지 합산”

전남도의회 조옥현 의원(더불어민주당·목포2)은 6일 전남도 관광체육국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71만명이 방문했다는 전남도 발표에도 유료 입장권 판매는 13만8000여장에 불과했다”며 관람객 집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유아와 노인 등 무료입장 인원, 행사장 내 무료존 방문객, 평화광장과 원도심에서 진행된 프로그램과 주류 페스타·김밥 페스티벌·소금박람회 등 연계 행사 방문객을 합산한 수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무료 입장자와 유동 인구를 합산하더라도 티켓 판매량과 총방문객 수 사이 50만명 이상 차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산정 기준과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수 시민들도 전남도의 관람객 수 산정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주말의 경우 행사장 주변이 일시적으로 혼잡을 빚었다. 그렇더라도 목포시 인구 20만5000여명(9월 기준)의 3.5배에 가까운 인원이 행사를 관람했다고 보기엔 무리란 것이다.

한 시민은 “초기에는 호기심에 박람회를 보러 갔지만 올해부터 입장료를 내야하는 데다 공간마저 협소해 굳이 힘들게 가지 않는다”며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행사장을 찾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남도와 주최 측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이마저도 긴 추석 연휴 관람객 유입에 실패한 뒤 전면 무료화로 겨우 채워낸 수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다. 운영 미숙과 남도 음식의 산업화 등 전반적으로 행사의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 인증 국제박람회로 도약한 남도 국제 미식산업박람회에는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축제 3일차가 돼서야 시설 설치가 완료되는 등 운영이 세밀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온다. 또 협소한 공간에다 무료존과 유료존이 분리되며 복잡해진 동선 역시 관객의 콘텐츠 집중도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주류 페어링 등 주요 프로그램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미식 콘텐츠’의 잠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남도 음식의 산업화와 관련 행사 이후 남는 것이 없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전남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전남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조옥현 도의원 “남은 것은 불편과 혼란…전면 재점검 필요”

이와 관련 조옥현 도의원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며 “목포시가 재정난 속에서도 예산의 42%, 즉 50억 원을 부담했지만 남은 건 불편과 혼란 뿐이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근거와 데이터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면서 “박람회 방문객 집계부터 정산, 가격, 홍보까지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중부담 구조와 비싼 가격 책정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조 의원은 “입장료를 내고도 ‘유료존’에서 물 한 병 2000원, 커피 5000원, 식사 1만5000원 등 과도한 가격이 책정돼 남도의 인심과 거리가 먼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인근 공공매점의 물과 커피의 판매가격이 절반 수준이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입장권을 사고 축제장 음식을 또 다시 돈을 내고 사먹어야 하는 이중 지출 구조에 가격까지 비싸 관람객들의 반감이 컸다는 것이다. 

운영의 투명성 문제도 지적됐다. 조 의원은 한 행사에 감독 2명을 두고 2억 8000만 원의 인건비를 집행한 점과 미식산업박람회와 같은 장소에서 한 달 앞서 열린 ‘영호남 화합 축전’과 관련해 박람회 건축물을 계획보다 일찍 설치하면서 정산 금액이 조정된 점을 꼬집었다.

홍보비 집행 역시 논란이 됐다. 조 의원은 “약 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목포 내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리플릿조차 보기 어려웠다”며 “목포 시민조차 박람회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면, 9억 원의 홍보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행사 이후 무엇이 남았는지가 핵심이다. 행사 후 K-푸드 레시피가 남았는지, 남도 대표 메뉴가 밀키트로 상품화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지속 가능한 성과 없이 보여주기식 박람회에 그친다면 향후 박람회 개최 여부 자체를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와 목포시가 공동 개최한 남도 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목포시 일원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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