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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예산돋보기⑥] 국무조정실 직속 공론화 기구 설치…2031~49년 온실가스 감축경로 로드맵 구체화
내년도 탄소중립위 예산의 28% ‘기후시민회의’에 투입…일반인 ‘500명’으로 구성
與 ‘탄중위법 개정’ 입법 추진 예고…“‘미래 세대’이자 ‘정책 당사자’인 국민 참여 방안”

ⓒ쳇GPT 생성
ⓒ쳇GPT 생성

[편집자주] 정부 예산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예산안 속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속에는 대한민국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다.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게 예산안은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설계도이자 국가의 지도로 평가된다. 예산안을 촘촘히 뜯어보는 일은 그래서 그 어느 일보다 중요하다. 어디에 세금을 ‘더’ 쓰고 ‘덜’ 쓰느냐에 따라 나의 오늘과 내일이 달라진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728조원으로 짰다. 역대 최대의 ‘슈퍼예산’이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미래를 설계했을까. 시사저널이 ‘예산안 돋보기’ 기획을 통해 그 숫자들이 그려낼 미래와 남겨진 숙제를 짚어봤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9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2018년 대비 53~61%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정부에서 그 연장선으로 국무조정실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내년 1월1일부터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명칭 변경)에 18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후시민회의’를 설치할 계획으로 확인됐다. 향후 추진할 ‘2031~2049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경로 로드맵’ 관련 민감한 쟁점들을 시민사회와 공론화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합의를 이루기 위한 취지에서다.

10일 시사저널이 입수한 ‘2026년도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예산안’ 관련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국무조정실 직속 탄소중립위 예산으로 전년 대비 30%(15억1500만원) 가량 증액된 65억6400만원을 편성했다. 이중 증액분 규모와 맞먹는 18억원은 ‘기후시민회의 신설 및 운영’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기후시민회의 운영에 12억5000만원 △대국민 의견수렴 과정에 1억원 △온라인 숙의시스템 도입에 4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기후시민회의는 직업·연령·지역·성별 대표성을 가진 일반 국민 약 ‘500명’을 선정해 구성될 방침이다. 이후 회의 운영 과정에서 ‘국민 대토론회’와 ‘영상백서’ 등을 활용해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경로 로드맵 관련 쟁점 의제를 직접 선정하고 숙의 및 토론을 거쳐 신뢰할 수 있는 공론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또 대국민 의견수렴을 위해 ‘1만 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기획하고, 온라인 숙의시스템도 함께 도입해 ‘대국민 e-러닝 학습’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로드맵을 구상한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기후 현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적극적 국민 참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각오에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미래 세대의 기본권 보장과 공정 전환 등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정책에 담아내기 위해선 결국 정책 당사자인 국민 참여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정부表 NDC’에 재계·시민사회 반발도…“국민 집단지성 필요한 때”

사실 당정이 전날 발표한 ‘2035년 NDC’ 역시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여론이 좋지 않은 분위기다. 당정은 2035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하한선을 2018년 배출량의 50% 혹은 53%, 상한선을 61%로 설정했다. 이에 당초 하한선 48%를 주장한 산업계는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대로 상한선 65%를 주장했던 시민사회는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 태도”라고 질타하는 모습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정부의 NDC 초안에 페이스북을 통해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그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8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담고 있는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점을 언급하며 “헌재가 제시한 원칙은 △전 지구적 감축에 한국이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할 것 △의욕적인 목표로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 것 △과학적·국제적 기준에 부합할 것이었다. 근데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 및 헌재 판결 취지에 맞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줄다리기 속에서 정부 역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시대 화두인 ‘기후 대응’과 국정 과제인 ‘경제 성장’ 중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어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상반된 의견 속에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며 NDC 조율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 만큼 향후 ‘20년’을 책임질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방향타 설정은 정치권만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국민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우 의장이 언급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내년 2월28일까지 국회와 함께 ‘2031년~2049년 온실가스 장기 감축경로’ 입법을 완료하고 후속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만큼 골든타임이 사실상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윤창렬 실장을 필두로 한 국무조정실이 키를 잡고 기후시민회의 플랫폼을 만들면 국민들의 의견을 보다 빠르게 취합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된다.

다만 기후시민회의가 신설된다 해도 여기서 도출된 논의 결과의 실제 정책에 반영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책 반영을 의무화하는 법적 조항이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민회의 논의 결과가 단순 의견 수렴과 공론화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탄소중립위도 지난 8월 기후시민회의 설치 근거 조항을 포함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는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기후시민회의 설치 후속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관련 법안을 개정해서 기후시민회의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에서 (입법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없앴던 기구를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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