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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 행감사서 ‘부실’ 도마 위…박람회 ‘실효성’ 논란
56억 투입 동네 행사 전락 위기…“단순 농기계 전시 수준”
방문객 절반이 ‘전남 도민’…타 시·도 방문객 ‘25%’에 그쳐

전남도가 2년 마다 개최하고 있는 국제농업박람회가 지역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우선 미래 농업을 표방하는 본래 박람회 개최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단순 농기계 전시’에 그쳤다는 혹평이 터져 나왔다. 방문객 절반이 전남도민으로 드러나는 등 국내외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무늬만 ‘국제행사’라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국제’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은 박람회 운영이라는 지적과 함께 행사의 실효성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농업박람회 주최 측은 가족 친화형 축제와 대규모 수출 성과를 동시에 거둔 성공적인 지역 주도 국제행사 모델이었다는 입장이다. 

10월 23일 오후 나주 산포면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2025 국제농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도
10월 23일 오후 나주 산포면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2025 국제농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도

“성공적 지역주도 국제행사 모델” vs “이름값 못해, 지역행사 수준”

13일 전남도의회 김문수 도의원(더불어민주당·신안1)이 밝힌 전남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는 예산 56억 원을 투입해 지난달 29일부터 전남 나주시 산포면 전남농업기술원 일원에서 7일간의 일정으로 개최했다. 

박람회 주최 측은 이번 박람회가 성공적인 지역 주도 국제행사 모델을 정립했다고 주장한다. 또 K-농업의 수출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증명한 행사로 평가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전남 대표 쌀 ‘새청무’는 4개국과 2000톤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외 바이어 50여 명이 참여한 수출상담회를 통해 총 3304만 달러(약 463억 원)규모의 수출 업무협약(MOU) 27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제농업박람회 관계자는 “2025년 박람회는 가족 친화형 축제와 대규모 수출 성과를 동시에 거둔 성공적인 지역 주도 국제행사 모델이었다”며 “다가오는 2027년 박람회는 단순한 혁신을 넘어 미래 농업에 대한 거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전남 농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세계와의 연결을 보여주는 무대였다”며 “AI와 스마트농업을 기반으로 한 혁신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함께 농업의 가치를 체험하고 공감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름만 국제행사이지 동네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우선 최종 방문객 수가 목표치에 미달한 24만 명으로 집계돼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나마 방문객 대부분이 내국인으로 알려졌다. 박람회 방문객 중 절반이 전남도민이고, 광주 28%, 타 시·도는 25%에 불과했다. 

2025 국제농업박람회 포스터 ⓒ전남농업기술원
2025 국제농업박람회 포스터 ⓒ전남농업기술원

이와 관련 김문수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신안1)은 최근 전남농업기술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국제행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박람회 운영”이라며 “참여 확산과 정책·성과 모두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박람회의 목적은 도시민의 농업 인식 제고와 민·관 협력으로 먹거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관계형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행사 이후 이 같은 목적이 실제로 달성됐는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사 기간 중 2817억 원 규모의 농산물 구매 약정이 체결됐다고 하지만, 실제 이행 실적이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관계형 시장 형성이나 먹거리 네트워크 구축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 지표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2025 국제농업박람회 정책성 등급조사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언급하며 “연구에서 여러 개선 과제가 제시됐지만, 실질적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연구 결과가 정책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농업박람회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며 “단순한 행사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농업 발전과 정책 연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를 위한 박람회가 아니라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국제행사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명확한 목표와 실질적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행란 전남도농업기술원장은 “연구용역 결과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됐으며, 개선을 추진했지만 56억 원이라는 한정된 예산 탓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10월 23일 2025국제농업박람회장을 찾은 송미령 농림장관이 청년창업농마켓에서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재)전라남도국제농업박람회
10월 23일 2025국제농업박람회장을 찾은 송미령 농림장관이 청년창업농마켓에서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재)전라남도국제농업박람회

“성과 의문, 예산 소모성 행사로 변질…근본적 검토 필요”

현장을 외면한 ‘행사 중심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농번기 행사로 농민 참여를 막았고, 미래 농업 표방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외면한 구성으로 ‘농기계 전시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회 류기준(더불어민주당·화순2)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난 10월 29일 막을 내린 박람회 시기가 농번기와 겹쳐 정작 농민들이 참여할 수 없었고, 현장을 외면한 일정과 구성은 박람회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미래 농업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기존 농기계 전시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국제행사라는 이름을 내세우기보다, 실제로 전남 농업에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느니, 농업 기술 개발이나 농가 경영안정 등 실질적 지원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년마다 반복되는 박람회가 목적과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채 예산 소모성 행사로 변질된 만큼,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행란 전남도농업기술원장은 “올해는 예산이 약 56억 원으로, 기존 대비 60% 수준으로 축소돼 기간도 7일로 단축됐다”며 “예산과 기간의 제약 속에서도 정량·정성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미비점은 향후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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