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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잠룡 중 여론조사 선두, 속내 들어보니…‘기립 사과’ 거부엔 “인민재판 같았다”
金 “노동부 장관직에만 집중”…‘MBC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에 강력 드라이브
‘대선 출마’에 선 그었지만…‘이재명 역전’ 여론조사에 與 의원들 연락 북새통

‘과묵한 대권 선두주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말보단 ‘행동’, 조기 대선보단 ‘탄핵 반대’ 입장으로 강경 보수층의 이목을 끈 ‘김문수 대세론’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조기 대선 전망에 여야 잠룡들이 하나둘씩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김 장관은 ‘장관 서열 16위’ 자리에 머무르며 베일을 벗지 않고 있다. 최근 그의 메시지 역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한탄으로 시작해 탄핵 기각을 촉구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렇게 대선 출마엔 선을 긋고 “노동부 장관직에 집중하겠다”는 김 장관은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등 현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마 의지를 숨긴 그가 언제 대선 행보에 나설지, 여권 내 ‘대권 선두주자’ 자리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김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만약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더라면 그 자리에 드러누워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은) 안 된다고 말렸을 것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무위원의 강력한 반대 의사가 이같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이례적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에 연락을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계엄이 선포된 지 약 6시간 후인 12월4일 새벽 4시30분쯤 계엄 해제를 심의한 국무회의에만 들어갔다.

계엄을 반대한 이유는 명확했다. 평소 김 장관은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어떤 수단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강조해 왔다고 한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계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대통령으로선 계엄 선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갇혀 계신다”며 “과연 그렇게 (계엄을 선포)했어야 했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선 제가 만약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면 강력히 반대했을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다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를 두곤 사법 및 수사기관이 판단할 영역이라는 게 김 장관의 입장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4년 12월11일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무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는 가운데 홀로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4년 12월11일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무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는 가운데 홀로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野 의원들의 사과 요구, 인민재판 같았다”

계엄 선포 후 그의 태도 역시 확고했다. 야당 의원들의 ‘기립 사과’ 요청을 거부한 김 장관의 태도는 탄핵 정국에서도 야권에 굴복하지 않고, 신념을 유지하겠다는 소신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최근 김 장관은 사석에서 당시 야권 의원들이 국회에서 고성을 지르며 국무위원들의 사과를 요구했던 상황이 마치 ‘인민재판’ 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석에서 김 장관은 “강요에 의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합세해 국무위원들에게 했던 행동은 인민재판과 같은 분위기였다. 저는 그런 상황을 과거에 많이 겪어봤지만 국무위원들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과거 김 장관이 보수진영으로 전향하기 전에 노동운동 등에 투신하던 삶을 살면서 경험한 옥살이와 잔인한 고문을 회상한 모습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11일 계엄 사태 관련 국회 긴급 현안질의 현장에서 “계엄을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하라, 국민 앞에 일어나서 사과하라”며 수차례 사과를 요구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응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국무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와중에도 김 장관은 “일어나세요!”라고 소리치는 야권 의원들의 질타를 받으면서 앉아있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도 국회의원을 세 번 해봤고, (민주당처럼) 총리를 발언대로 부른 뒤 질의하는 건 국회의원의 권리인 건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앉아있는 국무위원 전원을 일으켜서 무조건 사과하라, 절하라 강요하는 건 권한을 넘는 직권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장관의 이러한 모습은 강경 보수층의 관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자리까지 급부상했다. 최근 시사저널 의뢰로 조원씨앤아이에서 진행한 ‘가상 대선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은 46.4%의 지지율로 이 대표(41.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김 장관은 “여론조사 결과는 고맙지만 그 때문에 노동부 장관으로서 일상생활이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일단은 대선 출마에 선을 그었다. 그는 해당 여론조사가 보도된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이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전해 왔지만 현재로선 조기 대선 가능성조차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청년 문제에 확고한 원칙”…‘기상캐스터 사망’ 직권조사 검토

그렇다면 ‘노동부 장관 김문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어디일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최근 김 장관은 간부회의를 통해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사망 사건에 큰 관심을 가지며 “그녀의 참담한 죽음에 대해 우리가 소극적, 수동적으로만 행동하는 건 곤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장관은 직권조사 등을 통해 해당 사건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오 기상캐스터는 지난해 9월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약 4개월 후인 지난 1월 그의 유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생전에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노동부는 2월4일 오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근로자성 등을 판단하는 예비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이 MBC에 이번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를 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리자, MBC는 곧바로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진상조사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같은 노동부의 지침은 김 장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부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장관님은 기본적으로 청년 관련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며 “고 오요안나 캐스터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제안한 직권조사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검토 중이지만 나중에라도 직권조사나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기 위해선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확보해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기상캐스터들이 프리랜서여서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비정규직이었어도 노사관계가 정규직 성격은 아니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이번 예비조사에서 계약서 등 자료를 확보하고, 기상캐스터의 구체적인 노무 제공 양태 및 인사 노무상 실질적인 지휘명령이 있었는지 등 각종 요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김 장관이 주목한 또 다른 핵심 사안은 ‘반도체특별법’이다. 앞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2월4일 국회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2월 중으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이재명 대표가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최근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최근 여·야·정 간 협상 급물살을 타고 있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특례 도입은 사회적 부담이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 52시간 특례는 반도체특별법에 규정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8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8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행보 언제쯤…“함께 가겠다” 與 의원들 연락도

김 장관은 현안 관리에 나서면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속내를 당당히 내비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김 장관이 대외적으로는 조기 대선 준비에 선을 그었지만 강성 보수층을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이 곧 석방되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계속 탄핵되고 불행한 역사를 겪어 나가는 건 국민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복귀를 지지했다. 그간 여권에서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는 왜 윤 대통령을 엄호할까. ‘계엄을 반대하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김 장관의 기조는 그의 원칙일 수도, 정치적 셈법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관료가 조기 대선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난감한 입장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실제로 김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망이 두텁다는 후문이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2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인선을 고민하던 시절, 자신이 멘토로 삼는 한 인사에게서 “실무적, 현장 경험이 모두 뛰어난 인물”이라며 김 장관을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김 장관과 식사를 하며 그가 전한 현장 노동자로서의 경험담을 묵묵히 경청하고, 자리가 끝나고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존경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에게 마음이 열린 윤 대통령은 그를 경사노위 위원장에 앉혔고, 노동부 장관으로도 지명했다. 김 장관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이 김 장관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모한테 ‘저 사람이 대통령 했어야 했다’며 농담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정치적 몸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지만, 김 장관은 ‘대선 출마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검토한 게 없다.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기에 조기 대선도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탄핵이 인용되면 그땐 출마선언을 할 것인가’라는 이어진 질문에도 “제가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건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제 스스로의 양심에도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최근 여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면회를 다녀온 데 대한 일각의 비판과 관련해선 “아직 1심 판결도 안 나왔다. 유죄로 추정해서 면회도 가지 않아야 된단 얘기는 너무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말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김 장관의 대선 출마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결과를 확인한 뒤, 김 장관에게 여러 방식으로 연락을 취해 ‘조기 대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돕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대선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실제 김 장관 스스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고민 중이라는 전언도 있다. 이에 탄핵 및 조기 대선 가능성이 더 가시화하면 김 장관이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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