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검, ‘석방 임박’ 김용현 전격 기소하며 포문
판사 출신 민중기 특검, 특수수사 베테랑들로 특검보 구성
VIP 격노설 진앙지 겨눌 이명현 특검 “실체 진실 뒤바뀐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점으로 하는 내란·김건희·순직 해병 ‘3대 특검’이 본격적인 사정 정국을 열어젖혔다. 조은석 내란 특검이 임명 엿새 만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전격 추가 기소하면서 수사와 신병 확보 경쟁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총 577명 규모의 3개 특검을 지휘하게 된 조은석(내란), 민중기(김건희), 이명현(채 상병) 특검은 종착지에 있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겨냥해 ‘수사혈전’을 벌일 방침이다.
한밤에 단행된 특검 ‘1호 기소’…치고 나간 조은석
조은석 내란 특검은 ‘예상대로’ 세 특검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했다. 조 특검은 임명 엿새 만이자, 본격 수사에 착수한 당일인 6월18일 밤 곧바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기소했다. 3대 특검 가운데 ‘1호 기소’가 갖는 상징, 석방이 임박한 김 전 장관의 퇴로를 신속히 막겠다는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까지 조 특검의 전략적인 수사 설계에서 나온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조 특검은 파견 검사 42명을 선정하고, 경찰에서도 총경급 간부 31명을 파견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가로 6월19일 특검보 진용도 완성됐다. 박억수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박지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교수, 김형수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 박태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장우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특검보로 조 특검을 보좌한다. 경찰 출신인 장 특검보를 제외한 5명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조승사자’ ‘수사의 달인’이라는 별칭답게 조 특검은 검찰 재직 시절 “범죄자가 검사를 지나치게 하지 말라”는 신조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그가 법무연수원장 시절 교육 보조 자료로 저술한 《수사감각》의 부제이기도 하다. 책에는 초동수사에서의 증거 확보 중요성과 방법, 거물급 피의자와의 심리전, 결정적인 자백과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식, 수사부터 공소유지를 총망라한 ‘노하우’가 담겼다.
조 특검이 강조한 ‘수사 감각’은 윤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내란 특검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조 특검과 윤 전 대통령은 ‘결정적 국면’마다 얽히고설킨 관계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조 특검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조 특검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 수사, 2014년 세월호 수사 당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경감하려던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던 사례 등 검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했던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검찰총장에 발탁된 것은 윤 전 대통령이었다.
검찰 지휘부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외압을 폭로해 좌천을 거듭하던 윤 전 대통령에게 기사회생이 된 국정농단 수사의 출발점이 바로 조 특검이었다는 사실은 최근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화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조 특검은 국정농단 의혹이 규명될 수 있도록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조 특검은 이후 ‘표적 감사’ 의혹 등으로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반윤(反尹)’ 인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친정인 검찰청사에서 특별검사와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하는 운명적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조 특검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서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는 ‘외환유치’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자극해 국지전 등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은 아직 사실 관계나 핵심적인 물증이 확인되지 않았다.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과 계엄을 전후한 드론작전사령부의 역할 등 현재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혐의를 입증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검에 특검 사무실을 꾸리는 것도 외환죄 관련 수사 과정에서 국가 안보와 군사상 기밀이 누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비화폰 삭제 지시 등 혐의로 경찰의 3차 출석 통보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이 ‘불응’으로 버티기에 들어감에 따라 신병 확보 시기와 방식을 빠른 시일 내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조 특검의 수사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특검이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내란과 관련해 전현직 검찰 인사들이 연루된 각종 의혹을 ‘털어주기’ 형태로 정리하고, 검찰 특별수사본부 인력을 특검에 그대로 이식하는 만큼 ‘검찰주의자’로서의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 특검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6월13일 “사초(史草)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직을 수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내란 수사가 ‘역사의 기초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김건희 의혹 총망라해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수사외압’ 폭로했던 이명현은 尹 정조준
김건희 여사의 16개 의혹을 검토하게 될 민중기 특검은 가장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의 명운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파급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대상과 갈래는 제각각이지만 종착점은 김 여사다.
특검은 명태균·건진법사와 관련한 공천 및 이권개입 의혹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한 인지 사건을 총망라해 수사한다.
사법부 내 요직을 거치고 노동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민 특검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전국법관대표회의 제도개선특별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 ‘사법농단’ 의혹 사태 당시 진상조사를 이끌었다. 민 특검은 직접 수사 경험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특수수사 등에서 잔뼈가 굵은 검사 출신 김형근·박상진·오정희 특검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4명의 특검보 가운데 판사 출신인 문홍주 특검보를 제외한 3명을 특수수사 경험 등이 풍부한 검찰 출신으로 중용했다.
특검보 인선을 마무리한 민 특검은 지병을 이유로 입원 중인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 및 신병 확보 방안부터 검토할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녹취록 수백 개가 특검 수사를 목전에 두고 쏟아져 나온 만큼 기존 검찰 수사팀의 ‘부실 수사’ 의혹으로까지 판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
민 특검은 이를 감안해 특수수사부터 선거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의 파견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채희만 대검찰청 반부패2과장, 송봉준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 한문혁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5부장, 정선제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3부장, 인훈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장 등 5명의 중간간부급 검사가 수사팀에 합류하며, 이 중 4명은 6월2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임시사무실로 출근해 업무에 돌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란 특검은 수사가 8부 능선을 넘은 상태지만, 김 여사와 관련한 각각의 의혹은 특검 수사로 드러나게 될 것들이 아직 무궁무진하다”며 “수사가 진행될수록 특검 정국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김건희 특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검법에 따라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는 민 특검은 6월20일 법무부에 28명의 검사 파견을 요청했다.
순직 해병 외압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은 임명 직후부터 “실체적 진실” “수사 열정과 의지”를 강조하며 차질 없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이 특검은 “박정훈 대령 사건 자체가 ‘격노설’에 의해 실체 진실이 바뀌어 억울하게 기소된 사건”이라며 ‘VIP 격노설’의 진앙지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참모들을 정면으로 겨냥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출신인 이 특검은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간 군 법무관으로 근무했다. 군 검찰을 지내며 병역비리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하는 문건을 작성해 파문이 일었던 ‘이명현 보고서’의 당사자다. 1998년 제1차 병역비리합동수사본부 국방부팀장을 맡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 특검은 수사외압 의혹의 ‘키맨’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으로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직전에 대통령경호처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전화를 건 인물이 윤 전 대통령인지 여부에도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다른 2개의 특검이 특검보 인선과 검사 파견을 속속 진행하는데 비해 채상병 특검은 아직 인선 뼈대가 갖춰지지 않았다. 이 특검은 6월18일 특검보 후보자 8명을 추천했고, 이 중 이 대통령이 4명에 대한 임명을 재가해야한다. 이 특검은 6월20일 ‘준비 속도가 느린 것 아니냐’는 물음에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