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주주 기준 50억→10억 하향, 자본시장 자금 이탈 불가피
해외 사례도 ‘집값 상승’ 경고…정책 재검토 시급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최근 정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지난달 31일 발표 직후, 과세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는 소식에 다음 날(이달 1일) 코스피 지수는 3.88% 급락했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등은 “양도세 부과 범위를 넓히면 이재명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0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이 현행 50억 원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부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주주의 매도로 시장이 출렁이면, 10억 원 미만을 보유한 소액투자자의 주식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변동성이 큰 우리 주식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에서 간과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바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대체관계다. 대주주 기준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아지면, 과세 대상이 된 상당수 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도하고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코인시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를 선호하던 이들이 변동성이 훨씬 큰 코인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간 리스크를 비교하려면 표준편차보다 ‘변동계수(CV)’를 쓰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가격 수준이 다른 시장 간 변동성을 비교할 수 있다.

 *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3년 8월~2025년 7월) 변동계수: 0.025 (국민은행 부동산 데이터허브)

 *코스피 종가 변동계수: 0.078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비트코인 종가 변동계수: 0.387 (코인원 통계)

변동계수 수치가 클수록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코스피는 아파트 가격보다 약 3배, 비트코인은 아파트 가격의 16배 변동성이 크다. 즉, 부동산과 주식의 리스크 차이는 크지 않지만, 코인은 훨씬 불안정하다. 따라서 10억~49억 원 규모의 주식 보유자는 코인보다 부동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6·27 부동산 대책이 또 다른 변수가 된다. 이 대책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해 고가주택 수요를 위축시켰다. 결과적으로 10억~49억 원 규모 자산가에게는 낮아진 가격에 고가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이 대거 부동산으로 이동하면, 대책 이후 진정 기미를 보이던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출처: (재)파이터치연구원
출처: (재)파이터치연구원

이 같은 전망은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파이터치연구원은 OECD 20개국(2013~2019년 자료)을 분석해 ‘주식양도세 강화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분석에는 인과관계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우스만-테일러 추정법’이 사용됐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해외 사례에서도 주식양도세 강화가 주택가격 상승으로 연결된 사례가 확인됐다.

결국,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정부의 방안은 주가를 끌어내릴 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발해 집값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서민 주거안정과 자본시장 발전 모두에 역행하는 조치이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해외사례에서 보듯 주식양도세 강화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진중권 “李대통령, ‘충성파’라 강선우 임명 강행…민심 이반 부를 것” 사제총기로 아들 살해한 아버지, “며느리·손주도 살해하려 했다” 다시 뛰는 ‘완전체’ 블랙핑크, K팝 시장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계엄옹호’ 강준욱 내치고, ‘갑질 논란’ 강선우 임명 강행…이재명식 실용인사? 생후 7개월 쌍둥이 살해한 친모…남편은 “내 탓”이라며 선처 호소 아들 ‘사제 총기’로 살해한 60대…집에선 폭발물 15개 쏟아졌다 사제총기로 아들 살해한 60대 “구속심사 출석하기 싫다” 김건희 소환 통보에 “탄압” 외친 尹…특검 “논박할 가치 없다” ‘알츠하이머병 예방’ 희망 커졌다 [윤영호의 똑똑한 헬싱] 대체 왜?…경찰, ‘인천 사제 총기 아들 살해’ 사건에 프로파일러 투입 ‘여의도 권력’ 위에 ‘유튜브 권력’…한국 정치 뒤흔드는 ‘정치 상왕’ 김어준-고성국 주진우 “신설 중기부 2차관에 김어준 처남 유력?…처음으로 논평 포기” 지켜주긴 커녕…초등생들에 ‘성범죄’ 마수 뻗은 교장의 최후 유튜브에서 띄우고 국회가 증폭시킨 ‘의문의 제보’…늪에 빠진 민주당 “너네 어머니 만나는 남자 누구냐”…살인범은 스무살 아들을 이용했다 [주목, 이 판결] [강준만 시론] 이 대통령의 황당한 ‘권력서열론’ ‘극한 대립·극언 공방’ 정청래 vs 장동혁…갈 곳 잃은 민심, 무당층 1년새 최고치[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달라진 재벌가…이재용 장남 해군 입대가 던진 메시지는? [단독] “탈세 기사 쓰겠다” 쯔양 협박 변호사, 항소심 불복…상고장 제출 [단독] ‘개인정보 불법거래’ 6년 간 90만 건…다크웹 떠도는 한국인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