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 6개월 미만 미숙련 근로자, 전체 산업재해의 절반을 차지
노동시간 단축이 숙련 기회를 줄여 오히려 산재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주 4.5일제 시행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지난 16일 이를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발빠른 행보에 사회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코미디언 박명수는 라디오 방송에서 “인구도 줄고 있는데 노동시간까지 줄이면 어떡하느냐”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주 4.5일제를 적극 지지하며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오는 26일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비롯한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2002년 금융노조가 주 5일제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대한민국 모든 사업장이 주 5일제로 전환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며 “앞으로 10년을 내다본다면 지금 당장 주 4.5일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반 논쟁이 거세지만, 정작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쟁점이 있다. 바로 미숙련 근로자의 산업재해 문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재해자 가운데 근속기간 6개월 미만 근로자의 비중은 2019~2023년 평균 48.9%로 가장 높았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근속기간 10년 이상 근로자가 10.8%로 뒤를 이었지만 격차는 크다. 사망재해 역시 근속 6개월 미만 근로자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사망재해 비중은 평균 32.8%였다. 이 통계는 곧 산재 문제의 핵심이 미숙련 근로자에게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미숙련자의 산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미숙련 근로자는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충분한 근로시간이 필요하다. 2017년 세계적 학술지 *컨템포러리 이코노믹 폴리시(Contemporary Economic Policy)*에 실린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에 따르면, 미숙련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이 늘어날수록 피로보다 학습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 즉, 일정 수준의 근로시간 축적이 숙련과 안전에 직결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주 4.5일제는 숙련의 기회를 줄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
만약 주 4.5일제가 시행된 뒤 미숙련자의 산업재해가 늘어난다면,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산재 감축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통령은 중대재해 발생 시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실제로 16일 노동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2030년까지 산재 사망률을 OECD 평균 수준(1만 명당 0.29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결국 통계가 말해주듯, 산재 감축의 열쇠는 근속 6개월 미만 미숙련 근로자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주 4.5일제는 역설적으로 이들의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이다. 따라서 주 4.5일제 논의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의 차원을 넘어, 산재 예방이라는 현실적 과제와 충돌하지 않도록 신중히 조율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