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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하이패스’논란이 말해준 신호…위기의 본질은 기술이 아닌 리더십
임원의 ‘감’이 아닌 직원의 목소리에 답…자부심 잃은 조직에 혁신은 없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최근 카카오톡 개편을 두고 “개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친구 탭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야심차게 업데이트를 준비했던 카카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혼란은 개편 이전부터 시작됐다. 개편 방향이 사전에 유출되며 신뢰가 흔들렸고, 개발을 주도한 임원에 대한 불만이 블라인드에 다수 올라왔다. 내부 개발자들의 반대, 임원의 반말 논란 등 잡음은 이미 예견된 참사의 전조였다.

하지만 원래 카카오는 이런 비난을 듣는 회사가 아니었다. 초창기 카카오는 ‘착한 서비스’의 상징이었다. 문자 메시지 요금이 부담되던 시절, ‘메신저’가 아닌 ‘공짜 메시지’라는 관점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물하기’ 기능은 선물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사용자 편의를 높였고, 이모티콘은 무명 작가들에게 새로운 수익 기회를 열어줬다. 광고 역시 강제 노출이 아니라, “사용자가 선택하면 정보, 강제로 보여주면 광고”라는 원칙을 세워 ‘플러스친구’라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기업과 이용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었던 접근이었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100가지 기능 개선 프로젝트’ 같은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이런 카카오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통신사가 카카오톡 차단을 압박했을 때, 오히려 사용자들이 앞장서 통신사를 비판하며 카카오 편에 섰다. 당시 모 통신사 게시판에 달린 “우체국이 이메일 차단하겠다는 소리하고 있네”라는 댓글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카카오 지지의 상징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제 카카오는 “돈벌이를 위해 고객을 귀찮게 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카카오톡 실행 시 광고를 붙이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조차 반발했다. 임원의 막말 논란은 신뢰를 더 흔들었다. 블라인드에는 ‘토스 하이패스’라는 말까지 돌았다. 어렵게 입사한 개발자들이 토스 출신은 코딩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들어온다는 불만이었다. 또 “이제는 카카오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야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서비스가 점점 복잡해지며 사용자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우려였다. 오랫동안 카카오톡을 발전시켜 온 직원들의 의견이 무시된다는 불만도 컸다. 카카오는 이미 직원들의 불만 속에서 신호를 읽었어야 했다. 단순한 하소연으로 치부해버린 것이 결국 사태를 키운 셈이다.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회사가 고객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더구나 카카오는 전국민이 쓰는 서비스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단순한 불만을 넘어 “필요 없는 서비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반대로 기대를 넘어서는 혁신을 보여준다면,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카카오가 다시 사랑받으려면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카카오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5천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할 수 있는 회사다.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장점을 지닌 회사가 일부 임원의 ‘감’에만 의존한 것은 자초한 화였다. 사용자들과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면 어땠을까.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도 발견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용자 경험은 고객의 이익과 편리함을 중심에 두고 설계됐어야 했다. 그러나 친구 탭 개편은 자주 연락하는 친구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고, 연락이 뜸한 지인의 프로필을 억지로 보게 했다. 이는 불편한 관계를 억지로 떠올리게 하는 경험이었다. 숏폼 탭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용자들이 “굳이 카카오톡에서 숏폼을 봐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기능을 억지로 덧붙인 듯한 ‘누더기 카톡’이라는 비난이 자연스레 나왔다. 사용자는 자기와 관련 있고, 유용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것은 법칙이다. 그런데 이번 개편의 중심에는 고객이 아닌 카카오의 이익이 있었다.

카카오는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객에게 편리함과 가치를 주는 서비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만드는 서비스, 그리고 고객이 응원할 수 있는 서비스. 이것이 한때 카카오의 무기였고, 지금 반드시 회복해야 할 가치다.

카카오는 여전히 전국민이 쓰는 서비스다. 이는 엄청난 자산이자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다. 초심을 잃은 서비스는 곧 외면당한다. 고객을 귀찮게 하면 고객은 떠난다. 서비스의 중심에는 반드시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 그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순간,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에서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잃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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