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롯데카드, 해킹·개인정보 유출 논란 집중 추궁
LX·쿠팡·배민·교촌 등 32명 줄소환…역대급 청문회 될 전망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재계를 둘러싼 논란의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무위는 9월29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5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정무위가 채택한 국감 증인은 32명(참고인 포함 41명)이다. 해킹이나 협력사 갑질,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최근 논란이 됐던 기업의 대표나 총수가 대다수다.
우선 눈길을 끄는 인사가 노진서 LX하우시스 대표다. 시사저널은 8월30일 LX하우시스의 협력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원·부자재 가격과 시공 단가가 급등했지만, LX하우시스는 ‘피해를 보전해 주겠다’는 말만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시사저널 제1875호 ‘[단독] 대기업 갑질의 민낯…LX하우시스 협력사 파산의 비밀’ 참조).
자금난을 견디다 못한 이 협력업체는 결국 문을 닫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피해액 56억원을 보전해 달라는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현수 현글라스 대표는 이날 참고인으로 나와 당시의 억울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할 예정이다.
LX하우시스 측은 그동안 “협력업체였던 현글라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만 짧게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무위 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하도급업체 납품대금 조정 신청 및 협의 절차는 하도급법에 명확히 보장돼 있지만 LX하우시스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 소속)은 “하도급업체에 대한 서면계약서 미교부, 경제적 이익 부당 요구 등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을 포함해 현행법을 광범위하게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또 다른 협력업체 사례까지 묶어 LX하우시스의 갑질 실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SK·LX 총수 등 32명 증인으로 채택
LX하우시스가 33개 공사현장의 공사비를 선급금 형식으로 지금한 점도 의문이다. 현글라스가 원자재를 매입할 자금이 떨어지자 아직 하지도 않은 공사비를 선급금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수십억원 규모의 공사대금 미지급분을 하도급 업체에 ‘대여계약’ 형태로 회계서류를 돌려막기해 협력업체 대표를 채무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에 대한 회계 처리나 공시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정무위 위원들은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권오성 대표도 협력사 갑질 및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증언대에 선다. 현대위아는 지난 6월 7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동반성장 사업설명회 및 상담회를 열었다. 미래 모빌리티 및 방산 분야의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조성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협력사에 대한 갑질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권 때는 공정위에 두 번이나 갑질 사례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국감에서도 정무위 위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해킹 사고가 불거진 KT와 롯데카드, SK텔레콤 등의 사례도 올해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KT는 최근 초소형 기지국이 해킹돼 가입자 몰래 소액결제가 이뤄져 논란을 빚었다. 관련 피해자만 현재 전국 8개 지역에서 218명, 피해액은 1억4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KT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해킹 사고를 인지하고 소액결제를 차단하고도 사흘간 내부 보안등급을 최하위 수준인 ‘5등급(정상)’으로 유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7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해킹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최근 피해 서버를 확보해 수사를 본격화했다. 유출된 고객 정보 중에는 카드번호나 비밀번호, 유효기간, 카드보안코드(CVC), 주민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국민의힘)도 최근 ‘개인정보 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다. 최근 롯데카드나 KT 등의 해킹 사고로 국민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두 회사를 콕 집어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정무위는 10월14일 열리는 개인정보위 대상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영섭 KT 대표와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등을 불러 배경을 따져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보면 그동안 국감의 단골손님이었던 5대 금융지주 회장이나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빠졌다. 대신 해킹이 발생한 롯데카드뿐 아니라 대주주인 MBK의 김병주 회장과 윤종하 부회장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면서 “KT나 롯데카드를 중심으로 한 보안·해킹 이슈가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 회장 등은 빠져
최근 유심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의 경우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감 대상기관도 개인정보위나 공정위(각 10월14일)가 아니라 10월28일로 예정된 비금융부문 종합감사다. SK그룹의 SI(시스템통합) 계열사인 SK AX(옛 SK C&C)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점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김범석 쿠팡 의장과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송종화 교촌F&B 대표, 장보환 하남에프앤비 대표, 이종근 명륜당 대표 등도 10월14일 공정위 대상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회사는 모두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거래나 가맹사업법 위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다”면서 “신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하도급거래 공정을 강조해온 만큼 공정위 차원의 조사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