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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에서 대화형 AI로의 대전환, 경쟁력 상실 

과잉규제와 압박에 미래를 잃어가는 토종 플랫폼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있다. 금년 1월부터 9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은 57.3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노력을  하면 이전의 위용(?)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키워드 방식’의 검색은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글’이라는 문화적 방패가 있다는 자신감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앞으로의 검색시장은 LLM(Large Language Model)기반의 서비스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올 것이다. 챗 GPT, 퍼플렉시티(Perplexity)등 LLM 모델은 ‘키워드’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대화방식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는 ‘사용자 의도의 정교화’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 본 정보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맥락에 맞게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이에 맞서는 국내 빅테크 업체의 상황은 어떠한가. 네이버 외에 기대를 모았던 곳이 바로 카카오다. 그러나 얼마전 이프카카오(if kakao)에서 보여준 인공지능 대화형 플랫폼 서비스인 카카나(kanana)는 시장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시장에서는 ‘아이브’의 장원영 목소리로도 이목조차 제대로 못 끌었다고 혹평했다. 발표현장에 놀라움은 없었다. 오픈AI의 챗GPT 4o가 보여줬던 놀라운 기술, 퍼플렉시티의 새로운 검색방식에 감탄했던 대중들을 감동시키지 못한 것이다. 카카나를 통해 카카오가 보여준 미래는 시장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후 카카오 주가는 오른쪽 45도 방향으로 향하지 못하고 평행선이거나 아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카카오 내부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흉흉한 소식도 들린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기업들에게는 시련의 시기, 위기의 시간이다.

시장상황도 만만치 않다. 이미 대한민국 사람들의 일상은 미국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로 차고 넘친다. 유튜브가 카카오톡의 사용량을 넘어가고, 젊은이들은 카톡보다는 인스타그램 DM을 쓰는 게 대세다. 텔레그램, 페이스북도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대단하다. 머지 않은 시간 안에 우리 시장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토종 플랫폼들은 시장재배력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정치가 동네북처럼 괴롭히던 플랫폼 기업들은 기가 꺾이고 눈치를 보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 고위관료가 “카카오는 기업해체 직전까지 갈것이다”라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돈 적이 있다. 풍문으로 떠돌던 그 소문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첨단기술에 치이고, 한국의 사정기관에 목이 졸린 기업들은 이제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위(America First)자다. 미국의 이익이 모든 우선순위 맨 위에 있다. 한 예로 미국의 완전자율주행(FSD)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교통부 장관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가 풀린 완전자율주행차들이 운전자 없이 거리를 운행하게 될 시간이 더 빨라질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규제의 장벽이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한국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고 ‘카르텔’로 지적받은 기초 과학 연구분야는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공부해야하는 아이에게 책과 노트를 빼앗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또한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 뉴스는 이제 너무나 흔한 일상이 됐다. 

대한민국은 규제, 규제, 규제 그리고 사정기관의 압박이 난무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입버릇처럼 규제철폐를 외치지만 제대로 규제를 걷어낸 정부는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다.  오히려 사정기관의 압박은 더 강해진 느낌이다. 사정기관으로부터 펀치를 강하게 맞으면 기업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한 예로 위기설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혐의로 2020년 9월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1심 재판 동안 107차례 열린 재판 중 96차례 참석했으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총수가 “감빵에 다녀오면 ’감‘이 ’빵‘이 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사법적 두려움으로 총수의 성향이 위축되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두려움에 길들여진 기업이 어찌 공격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겠는가?

기업을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너무 쉽다. 기업의 목을 졸라 질식사 시키는 걸 보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것처럼 보인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을 맞이한 지금, 기업에 대한 압박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달려야 할 우리의 대표선수들의 발을 스스로 잘라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업의 목을 조를 때가 아니다. 기업들이 힘을 내고 다시 뛸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줄 때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구글같은 글로벌 회사와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할 시기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변화가 지금 시작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더 뒤처질 것이고 급기야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 21세기에 이완용이 있다면 나라를 팔아먹었을까.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팔아먹을 것이다. 봉건 체제의 개혁과 외세 침략 저지를 목표로 한 중요한 민중 운동인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 관군과 일본군이 힘을 합쳐 동학군을 토벌했던 역사의 아이러니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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