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출금리 인하·재고관리 효율화로 이윤 최대 17.5% 증대 가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지난해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과 그 여파로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탄핵소추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마저 탄핵소추되어 기획재정부장관이 그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기에 우리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각별한 관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영업자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2024년 기준 약 653만 명(무급가족종사자 포함)에 달하며 이는 전체 취업자의 23%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은 현재 고금리 기조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3만 2000 명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업체 나이스평가정보가 발표한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상환 위험 차주는 14만 6000 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10만 3000 명과 비교하면 41.7%나 증가한 수치다. 이들 위험 차주가 보유한 대출액은 같은 기간 21조 6000억 원에서 29조 7000억 원으로 37.5% 증가했다. 30조 원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대출의 상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다중채무자의 증가세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023년 3분기 기준 172만 명으로, 전체 대출자의 절반이 넘는 51.1%를 차지했다. 이는 많은 자영업자들이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이른바 ‘돌려막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대출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동장부’ 시스템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자영업자는 일반적으로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영업실적을 의무적으로 공표할 필요가 없어 재무제표 기록이 미비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자동장부를 활용하면 객관적인 재무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가 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자동장부 활용률을 현재 27%에서 기업 평균 수준인 40%까지 높일 경우, 대출금리를 현재의 6.3%(2023년 말 기준 19개 은행 평균)에서 5.6%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1.5%의 금리 인하 효과를 의미한다. 더불어 자동장부 시스템은 AI 기반의 매출예측서비스를 제공하여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재고량을 최대 9.7%까지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영업자의 이윤이 1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자동장부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많은 자영업자들이 자동장부의 개념과 혜택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과 같은 지원제도가 있으나, 아직 자동장부서비스는 지원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자동장부 시스템의 도입과 활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자동장부 서비스를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의 지원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자동장부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해 기술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현재의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 같은 실질적인 지원방안의 도입이 시급하다. 자동장부 시스템의 확대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자영업자들의 경영 효율성 제고와 금융비용 절감을 통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58년 가수 인생 마침표 찍은 ‘트로트 가황’ 나훈아 중년 남성이 ‘요산 수치’를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 친딸을 범인으로 단정했던 경찰…재심에서 뒤집혀 결국 미제사건으로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비행기 안의 시한폭탄 된 ‘보조배터리’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계엄 옹호’ 세력 늘었다? 尹 지지율 상승의 함정 ‘운동권 황태자’에서 ‘강성 보수의 리더’로…김문수는 누구인가 尹 운명 결정할 지귀연 부장판사 누구? 이재용‧유아인 거쳐 간 에이스 “증언거부권 방해했다”…김용현 측,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 고발 카페 알바 탈의실에 설치된 ‘몰카’…경찰, 40대 사장 입건 내란 목적의 비상계엄인가…‘尹 파면’ 좌우할 핵심 증언들 ‘김문수 회고록’ 나온다…‘노동 운동’부터 ‘계엄 반대’까지 가치관 담겨 바둑판의 전설, 이기고 지는 데 도리 없는 《승부》 [강준만 시론] 윤석열, 왜 자폭했을까? 그가 역사에서 살아남는 법 김용빈 “저에게 모든 걸 쏟으신 할머니 위해 노래 부른다” 가족을 욕정의 제물로 삼은 광기의 연쇄살인마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단독] 尹 지지자 주축된 ‘국민수사대’, 민주당발 가짜뉴스 언중위 제소한다 이치로가 우상이지만, 이정후는 그와 가는 길이 다르다 활동 중단에 ‘혐한’ 인터뷰까지…뉴진스의 행보 괜찮나 ‘장구의 신’ 박서진 “《현역가왕2》 우승 순간, ‘큰일 났다’ 생각” “10분 늦을 때마다 10만원씩 이자가 더 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