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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맞은 록밴드 YB, 메탈의 진수 보여준다
YB의 첫 시작 알린 롤링홀에서 메탈 향한 새 출항 알려

1995년 데뷔해 올해 30주년을 맞은 한국 대표 록밴드 YB가 메탈 밴드로 새롭게 태어났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뮤지션으로서 서른 살이 되면서 더 거침없고 과감해졌다. 그 자신을 대표하는 장르의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었으니, 그들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어 보인다.

YB밴드 단체사진 ⓒ디컴퍼니 제공

메탈 EP 앨범 ‘오디세이’ 발표

YB는 2월26일 새 EP 앨범 ‘오디세이’를 발표하고 30주년 행보의 포문을 연다. 30년째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 ‘여행자’들은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첫 발걸음을 앞두고 메탈 장르 옷으로 갈아입었다. 너무도 익숙했던 록을 잠시 벗어둔 것이다.

데뷔 초부터 내놓은 히트곡들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다. 2000년대 들어 《이 땅에 살기 위하여》(2004), 《나는 나비》(2006), 《흰수염고래》(2011) 등의 곡으로 희망과 의지를 노래해온 YB가 이번 앨범을 통해 험난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자아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앨범에는 2월5일 발표한 선공개 싱글 《리벨리온》을 비롯해 타이틀곡 《오키드》와 수록곡 《관음자》 《스톰본》 《엔드 앤 엔드》 《데이드림》 등 총 여섯 트랙이 담긴다. 첫 곡의 시작부터 마지막 곡의 마무리까지, 기존 록밴드 YB의 이미지를 벗어나 하이브리드 메탈 장르로 변신한 파격적인 사운드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중 타이틀곡 《오키드》는 내적 갈등의 심화와 변화를 예고하는 곡이다. 죽음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고자 하는 갈망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6분 넘는 러닝타임을 통해 YB만의 분위기와 서사를 담은 메탈의 진수를 보여준다.

주력해온 장르를 벗어난 변신은 그 자체로 연주자들에게는 변주이자 도전이었다. 마음을 몸이 따라주지 않을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이들이지만 윤도현(기타 겸 보컬), 허준(프로듀싱 겸 기타), 박태희(베이스), 김진원(드럼) 모두 국내 최고 베테랑이자 프로답게 보란 듯 또 한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성장을 이뤄냈다. 윤도현은 그로울링, 스크리밍 등 메탈 음악 고유의 창법을 구사해 또 한번 영역의 확장을 이뤘고, 허준은 메탈 음악다운 7현 기타의 속주를 보여줬다. 박태희는 본연의 색과 메탈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며, 베이스로 남다른 깊이를 들려줬다. 또 김진원은 정교하고 정확한 더블 베이스 드러밍과 콤비네이션, 섬세한 심벌 터치로 기존 음악에서와 다른 면모를 뽐냈다.

“우리에게 30년의 여정이 있지만, 텅 빈 도화지에 그려진 YB의 모습이랄까요. 마치 새로운 배가 출항하는 느낌이에요. YB의 첫 시작을 알렸던 롤링홀에서의 공연이 첫 출항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앨범 발매 전인 2월17일 청음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난 YB는 변신한 음악만큼이나 설레는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윤도현은 “이번 앨범을 통해 YB가 모던 메탈, 하이브리드 메탈 장르에 새 도전을 하게 됐다”며 “정통 메탈이 아니기에 메탈을 좋아하는 분들껜 다소 촌스럽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게 바로 저희의 새로운 색깔이란 걸 알아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메탈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윤도현의 암 투병이었다. 이 과정에서 메탈 음악을 많이 들었고, 메탈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윤도현은 “어릴 때 데스 메탈을 듣다가 흥미를 잃어 듣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메탈의 하위 장르가 다양하게 생겨나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며 “메탈을 들을 땐 무아지경이 되는데, 코로나19와 암 투병 때 메탈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선생님께서 ‘술, 담배를 하지 말라’는 말은 해도 ‘메탈을 끊으라’는 말은 하지 않아서 계속 듣게 됐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메탈이 쉽지 않은 길이란 점에서 솔로 프로젝트로 메탈 앨범을 낼까 하다가, 멤버들과 상의한 뒤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디세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태희는 “(윤)도현이가 멤버들에게 정말 진지하게 얘기했다. 그 모습이 멤버로서 정말 고마웠다. 더 늦기 전에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꿈의 음악을 우리와 함께 하자고 했다는 게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애초 재즈 기타리스트였던 허준은 “우리가 많이 안 해본 음악이고, 메탈 음악을 많이 듣지도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메탈을 한다고 했을 때 부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연습들을 많이 하게 돼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앨범이 ‘YB의 미래’라고 표현했다. 윤도현은 “이 앨범을 시작으로 우리 음악의 방향성이 달라졌다. 우리들의 미래를 제시해 준다고 보면 된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계속 이런 음악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음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새로운 길을 찾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메탈이 우리에게 맞는 장르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YB밴드 새 앨범 커버 ⓒ디컴퍼니 제공
YB밴드 새 앨범 커버 ⓒ디컴퍼니 제공

음악 인생 새로운 막의 첫 페이지

이번 앨범은 YB뿐 아니라 윤도현에게 특히 남다르다. 지난해 초, 2년여의 암 투병 및 완치 사실을 뒤늦게 밝힌 뒤 활동을 재개한 그가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통해 관객을 만나면서도 틈틈이 작업해 내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병마에 벼랑 끝까지 갔던 그지만 씩씩하게 병을 이겨내고 그 스스로 맞이한, 음악 인생 새로운 막의 첫 페이지인 셈이다.

그사이 더 각박하고 어지러워졌으며, 갈등 일변도인 세상에 대한 마음은 이번 음악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윤도현은 “코로나와 투병이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메탈 음악이 나를 잡아줬다. 마치 어린 친구들이 게임하듯이 매일 안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메탈에 심취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너무 도를 넘어서는 것 같더라.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거기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는 이야기로 구성하고 싶었고, 그런 가사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이번 앨범에서 기존 록 음악에서 듣기 힘들었던 그로울링에 도전하며 보컬로서의 한계를 또 한번 뛰어넘었다. 임진모 평론가는 “윤도현의 정서는 연약함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선 연약함을 파고드는 파워풀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평했다.

청음회에 깜짝 응원 방문한 선배 록커 김수철도 윤도현의 보컬을 극찬했다. 김수철은 “윤도현은 가사 전달이 정확하고 시원하다. 예전의 윤도현 목소리와 지금 목소리가 파워풀하게 같다”며 “도현이가 몇 년 전에 살짝 아팠다가 완치됐는데,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더 뜻깊다고 생각한다. 다시 윤도현의 살아있는 음악, YB의 살아있는 연주를 만난다는 게 너무 의미가 크다”고 격려했다. 누군가의 눈엔 ‘꽃중년’일지 몰라도, 30년째 노래하고 연주하는 YB는 여전히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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