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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치닫는 탄핵심판…“내란몰이 탄핵 공작” vs “尹, 싹 잡아들이라 했다”
“대통령,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곽종근·조성현 증언에 尹 측 “거짓말” 맹폭

#1. 조지호 경찰청장은 주저했다. 출석을 거부하다가 세 차례 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모습을 드러낸 조 청장은 2월20일 10차 변론기일에서 ‘주요 인사 체포 명단’과 관련해 형사재판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의 증언 일부에 힘을 보태는 유의미한 증언을 내놨다. “여 전 사령관의 요청(위치 추적)에 협조를 안 해줬느냐”는 김형두 재판관의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포고령 위반 가능성이 있는 명단을 알려줬고, 비상계엄 당일 밤 10시30분경 조 청장에게 이를 공유하고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는 여 전 사령관의 진술과 궤를 같이한다.

#2. 여 전 사령관은 그러나 ‘홍장원 메모’에는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6분경 통화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장에 대해 “따질 게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태용 국정원장 역시 보좌관의 손을 거친 메모의 신빙성을 두고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2월4일 출석한 바 있는 홍 전 1차장을 다시 부른 이유다. “필요한 증인만 부른다”는 원칙을 드러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역시 이를 수용했다. 두 차례 심판정에 선 홍 전 1차장은 여러 공격적인 질문에도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이 맞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3.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1차장의 증언을 강하게 의심했다. 나아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은 ‘오염’됐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야권의 회유 때문에 나왔다는 취지다.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답변을 거부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게 악재는 곽 전 사령관 하나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 공작’ 주장이 나온 시기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는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의 증언이 나오면서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을 추궁하다 “앞뒤 자르고 질문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정형식 재판관의 지적을 받아야만 했다.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윤 대통령 측 공세 유발한 결정적 장면 세 가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종점을 향하고 있다. 지난 1월 첫 정식 재판을 시작으로 변론기일이 열 차례 진행됐다. 지난해 12월27일과 올해 1월3일 두 차례 준비기일까지 더하면 모두 열두 번 재판이 열렸다. 핵심 인물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대부분 마쳤다. 헌재 재판관 8인(정원 9인 중 1인 공석)은 사건 초기부터 수사 기록과 국회 회의록 등 증거를 확보해 증언과 비교 대조하고 있다. 증언뿐 아니라 증거 기록이 윤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예정이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 의혹을 더하는 검찰 진술 등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애써왔다. 윤 대통령 측의 ‘민감한’ 반응이 나온 대목을 되짚어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이 담긴 ‘홍장원 메모’가 대표적이다. 홍 전 1차장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두 번 출석한 유일한 증인이다. 2월20일 10차 변론기일에서도 2월4일 5차 변론기일과 비슷한 장면은 연출됐다.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 ‘방첩사를 도와라’라고 지시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통화에서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는 홍 전 1차장의 주장을 무너트리려는 윤 대통령 측의 시도가 계속됐다. 특히 홍 전 1차장이 작성했다가 보좌관에게 다시 작성케 한 메모의 신뢰도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명단을 다른 목적으로 작성한 것 아닌가요.”(윤갑근 변호사, 이하 윤)

“정보기관이라 여러 정보를 알려고 하는 게(습성이) 있는데….” (홍장원 전 1차장, 이하 홍)

“증인이 며칠 전 어느 방송에 출연해서 ‘명단이 크로스체크(재확인)됐다’는 표현을 썼는데,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명단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뭐죠?” (윤)

“여인형 명단이 따로 있습니까?” (홍)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1차장이 수사기관에 메모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 등 석연치 않은 상황을 지목했다.

“경찰에 왜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제시했습니까?” (윤)

“검찰과 경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았는데, 대부분 다 경찰도 디지털로 해서…”. (홍)

“수사기관에서 이 메모지를 확보한 경위를 보면 증인에게 ‘제출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제출할 수 없다’고 해서 기록에 첨부한다고 돼 있는데요. 왜 제출 안 했습니까?” (윤)

“굳이 안 낸다고 했던 기억이 없는데요.” (홍)

“꼭 보여줘야 합니까. 조서에 ‘당분간 제가 사용해야 해서 임의제출은 어렵겠지만’이라고 돼 있습니다. 어디에 사용하려고 했습니까. 민주당에 제공하려고 한 것 아닙니까.” (윤)

“이때는 이미 정보위를 통해 명단이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홍)

홍 전 1차장은 비상계엄 당일 밤 1차 메모를 작성했고, 다음 날 보좌관에게 2·3차 메모를 작성케 했다. 일주일 후인 지난해 12월11일 검찰 조사에서 3차 메모에 가필(加筆)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 조사 직전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메모를 촬영해 보내줬다고 증언했다. 12월6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이후 박 의원이 연락해 와 “설명을 못 들었다”며 명단을 달라고 했다는 게 이유다. 그는 “정보위 회의 당시 명단의 존재를 알렸지만 의원들이 요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홍 전 1차장의 개인적 의혹도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홍 전 1차장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일곱 차례에 걸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대북 공작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는 박 의원에게 설명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윤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의 메모를 제시하며 “인사 청탁이나 했다며 홍 차장을 질책했다는 부분이 있다”며 몰아세웠다.

윤 대통령 측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월4일 김계리 변호사의 추궁 과정 또한 눈길을 끌었다. 김 변호사는 “경질되기까지 이재명, 우원식, 박지원, 기타 민주당 의원과 전화, 카카오톡,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연락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홍 전 1차장은 “변호인께서 제 통화 기록까지 다 조회하셨던데 이미 알고 계신 거 아니냐”고 되받았다. 회신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김 변호사를 향해 “한 번 회신 오면 확인해 보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홍 전 1차장의 인사조차 받지 않았다. 홍 전 1차장의 주장을 직접 무력화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1차장의 증인신문이 끝나자 발언권을 얻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홍 전 1차장한테 전화한 건 계엄 사무가 아니고 간첩 검거와 관련해서입니다. 국정원에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이야기는 전임 김규현 원장 때나 조 원장 때나 늘 합니다.” 흥분한 듯 양손을 크게 휘젓거나 책상을 내려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왼쪽),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왼쪽),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국회의원 끌어내라” 증언 신뢰성 흔들다 제지 당해

“정확하게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안 됐다고 하니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라’고 했습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2월6일 6차 변론기일 정형식 재판관 신문 中)

“기본적으로 실상황에서는 공포탄 지참하지는 않으나 이번에는 챙기라고 했습니다. (중략) 지난해 12월4일 0시40분 어간 ‘내부에 들어가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서) 부여받았습니다.”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 2월13일 8차 변론기일 정 재판관 신문 中)

또 다른 증언도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의정활동 방해 의혹을 거론한 핵심 인물들이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진우 전 사령관도 이런 지시를 받았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전 사령관은 심판정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곽 전 사령관뿐 아니라 부관 역시 공통된 증언을 내놓자, 윤 대통령 측이 이들 증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기 위한 질문을 반복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9일 검찰 진술부터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치인 유튜브 등에서 ‘인원’과 ‘요원’ ‘의원’을 섞어 쓴 곽 전 사령관의 말을 문제 삼았다. 최종적으로 ‘끌어내라’라는 대상이 ‘국회의원’이 된 데는 민주당의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0일 국회 국방위 휴정 시간에 민주당 의원과 전문위원에게서 회유를 당하고 말을 바꿨다”며 당시 사진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곽 전 사령관은 반복되는 질문을 일축했다. 그의 이야기다.

“군 생활을 하면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 말을, 차마 (지난해 12월9일 제출한 검찰 자수서인) 거기에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어를 순화해서 썼습니다. ‘문을 부수고’를 ‘열고’라고 했고, ‘끌어내라’라는 것을 ‘데리고 나와라’라고 언어를 순화해서 쓴 겁니다. (대통령에게서 전화를 받을 당시 상황은) 정확합니다. 그때 기억이 제 머릿속에는 화면 왼쪽에 TV가 있었고,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국회의장 등이 들어오는 상태였습니다. 이게 제 머릿속에 각인됐고, ‘의결정족수가 다 차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의원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반격은 이어졌다. “대통령에 대한 체면, 예의 때문에 검찰 조사에서는 과격한 용어를 쓰지 않았다면서 왜 국방위원회와 방송에 나갔느냐”는 질문이다. 또 “위중한 상황에서 딱 한 번 전화해 지시를 내렸다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냐”는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이에 대해 “언어를 정확하게 안 쓰면 ‘왜곡했네’ ‘말이 틀렸네’ 해서(할 것 같아서) 그대로 솔직하게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묵살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짧은 순간에 707특수임무단이 (국회 본청에) 들어가는 걸 멈추게 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재판관의 지적을 받는 장면도 포착됐다. 조성현 단장의 신문 과정에서다. 조 단장은 2월13일 변론기일에서 이 전 사령관이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지만 임무를 하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5~10분이 지나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니, 특전사령관과 소통해 보시라”라고 건의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후 전화를 걸어와 “특전사가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있으니 너희는 외부에서 지원해라”라고 지시를 변경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철회했다는 취지다. 여기서 ‘지원’의 의미에 대해 “국회의원을 특전사 인원이 끌어내면 통로를 형성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그러나 “증인도 국회에 못 갔고, 사령관도 국회에 못 가서 빙빙 도는 상황에서 ‘끌어내라’ 했다는 것이 앞뒤가 맞는 말이냐” “외부에서 지원하라는 지시를 증인이 엄청 더 확대해서 국회의원을 끌고 나오면 본청 입구를 사람들이 막고 있으니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한 것 아니냐”는 등 공격적으로 물었다. “왜 거짓말하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자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 변호인에게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검찰에서 진술할 때 맥락을 끊고 질문하니까 마치 증인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해해서 답한 것처럼 그러는데, 이거(조서)를 띄워보라. (조서 내용을 읽은 후)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맥락을 끊고 외부에서 지원하는 의미가 뭐냐고 하면서 답을 그렇게 강요하듯이 질문하시면 어떻게 해요?”

반면 윤 대통령 측의 태도 변화가 나타난 지점이 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이 세 차례 출석 요구 끝에 심판정에 나온 10차 변론기일에서다. 그는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인사 체포조’ 운영을 지시했는지 등과 관련한 핵심 증인이다. 앞서 수사기관에서 여 전 사령관이 주요 인사 명단을 공유하고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그러나 이날 증언거부권으로 일관했다. 비상계엄 당일 오후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과의 ‘삼청동 안가 회동’ 내용, 국회 봉쇄 목적의 경찰 투입, ‘주요 인사 체포’ 관련 방첩사와의 협조 등 쟁점과 관련해 대부분 함구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악화한 건강 상태를 토대로 진술의 신빙성을 물은 윤 대통령 측의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경찰에서 구속영장 발부 후 갑자기 폐렴 증상이 와서 그때부터 급속도로 나빠졌다”면서도 “섬망 증상이 올 정도는 아니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5일부터 1월7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출석뿐 아니라 검경, 구치소, 병실에서도 조사를 받았다. 병실에서는 여덟 차례 약 41시간 조사를 받았다. 이는 전체(51시간32분)의 약 80%에 해당한다.

조 청장은 다만 “비상계엄 당시 내란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의 질문을 받고 “내란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러지 않았겠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여 전 사령관의 요청에 협조를 안 해줬느냐”는 김형두 재판관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주요 인사들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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