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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보호 목적 1989년 창립, ‘사조직’ 논란 속 해체 후 국제인권법연구회로
文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김형연 판사의 청와대 직행 등으로 도마에
尹 탄핵 정국에서 문형배·이미선·정계선·이순형 등 타깃…“정치 공세는 안 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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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연구회가 다시 정국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는 주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이 체포·구속된 적도, 내란 사태로 탄핵소추된 전례도 없었다. 사상 초유의 일이 계속되면서 광장은 분열되었고, 우리 사회에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적대와 혐오만 가득 차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사법권력이 선출된 권력의 정치적 생명을 결정하는 만큼 무엇보다 사법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 탄핵심판을 앞둔 윤 대통령 측과 보수진영은 헌재의 공정성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좌파 카르텔’로 무장된 우리법연구회에 의해 헌재가 장악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두환 정권을 탄생시킨 군 사조직 ‘하나회’에 빗대 ‘법조계 하나회’라는 비난도 서슴없이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의 커넥션부터 사법부 장악, 좌경화 논란, 정치 편향적 판결 등 공정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도마에 올랐던, 10여 년 전에 이미 해체된 것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가 오늘날 탄핵 정국에서 다시 공격받고 있는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법조계와 국회 자료집, 법조 인사들의 설명 등을 통해 우리법연구회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시사저널 임준선 박은숙 박정훈·연합뉴스
ⓒ시사저널 임준선 박은숙 박정훈·연합뉴스

① 우리법연구회는 ‘좌경화’ 권력집단?

우리법연구회는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태동했다. 노태우 정부가 1988년 5월, 5공화국에서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 연임을 계획한 게 발단이다. 그러자 소장 판사 430여 명은 사법부 민주화를 외치며 ‘2차 사법파동’을 일으켰다. 김 대법원장 연임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결성된 우리법연구회는 ‘우리 법을 제대로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목적은 재판 과정 또는 사법 운영에 참여해 법원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주된 논의 사항은 사법 개혁이었다. 노동과 인권 등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이와 관련한 논문집도 발간됐다(시사저널 「법원 내 연구회, 권력집단 되어선 안 돼…순수 모임으로 끝나야」 기사 참조).

우리법연구회 이름을 만든 박시환 초대 회장, 심규철 변호사 등을 시작으로 현직 판사와 판사 출신 변호사의 비공개 가입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자유롭게 모이며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1996년이 되자 현직 판사만 가입할 수 있도록 조건이 변경됐다. 이때부터 변호사는 모임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우리법연구회가 ‘법원 내 사조직’으로 모임의 성격이 바뀐 변곡점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법원에서 개혁적 성향의 이 모임이 ‘진보적인 판사들의 정치적 모임’이라는 시선을 받기 시작한 지점이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우리법연구회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는 않았다.

‘하나의 권력’으로 연구회가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는 참여정부 무렵이다. 이때를 ‘전성기’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박시환 초대 회장이 대법관으로 발탁됐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이광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등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배경으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박 의원은 2002년 판사를 사직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로 직행한 후 노 전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올랐다. 이를 기점으로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요직을 꿰차기 시작했다는 취지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회원 중 한 명인 강 전 장관이 대표적이다. 이광범(현 법무법인 LKB 소속)·김종훈 등은 2004년 탄핵소추된 노 전 대통령의 무료 변론을 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등용한 참여정부와의 연결고리가 끈끈하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광범 변호사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 측 대리인단 중 한 명이다.

 

②명맥 이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챙겨주기’ 인사?

권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우리법연구회가 보수진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도 그 한 장면이다. 강금실·박시환·김종훈 등 주요 창립 회원이 탈퇴하기 시작했다. 결정타는 2009년 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 공개 사태다. 일부 회원의 이탈이 급증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공세도 이와 맞물렸다.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하지 않으면 법원조직법 개정, 법원 내 사조직 구성 금지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며 강수를 뒀다. 정치권의 압박과 여론 부담에 결국 우리법연구회는 2010년 해체 수순을 밟았다.

다만 우리법연구회가 자취를 완전히 감춘 건 아니었다. 이용훈 대법원장 임기 직전인 2011년 8월 국제인권법연구회로 이름을 바꿔 등록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2004년 우리법연구회장에 이어 2012년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2대 회장을 지낸 핵심 인사다.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우리법연구회 일부 회원, 신영철 대법관 비판 세력, 신규 학술단체 가입 회원 등으로 규모를 키웠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편제(회장, 간사, 총무, 기획팀장, 지역별 소모임 체제 등)마저 동일하다 보니 사실상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우리법연구회 후신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졌다.

출범 초기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순수 국제인권법 분야 연구와 학술토론 등을 진행했다. 오래지 않아 모임의 성격은 변질된 듯하다. 회원 수가 늘어나고 소모임이 활성화한 시점부터다. 이때부터 사법권력, 법원 구조, 사법행정권 등에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일이다. ‘양승태 시절’을 겪은 후 나타난 반작용의 결과일까. 국정농단 사건을 발판 삼아 권력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을 대거 기용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대표적이다.

“저의 대법원장 취임 그 자체는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한다”는 김 전 대법원장의 2017년 9월 취임사는 지금도 회자한다. 전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박정화 대법관(우리법연구회),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국제인권법연구회),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우리법연구회), 사봉관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우리법연구회) 등은 요직에 올랐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줬다’는 의혹은 여기서 비롯됐다. 판사 출신 김형연 전 비서관의 청와대 직행은 특히 사법부의 중립성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김 전 비서관과 김 전 대법원장의 인연도 자연스레 도마에 올랐다. 두 사람이 각각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와 회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심과 배석판사로 함께 근무한 연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각별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과거 주광덕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그 연장선에서 “우리법연구회가 완전히 해체된 게 아니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중 일부가 현재도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비공식 등록·활동 중”이라고 공격의 불을 지피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로 이어지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행을 비판한 것이다. “9월 첫째 주말 국제인권법연구회 중책들이 후보자를 찾아가 대법원장이 되면 실천해줄 각종 요구사항들을 전달했다는 괴상한 소문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보수진영은 이런 전례를 토대로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의 ‘이념 편향성’을 문제 삼는다. 진보에 치우친 성향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를 특히 부각하고 나섰다. 그 주된 타깃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됐다. 문 권한대행의 과거 게시글을 꺼내들며 탄핵 결정에 우려를 드러냈다. 문 권한대행은 과거 우리법연구회 홈페이지에 “그동안 대법관 인사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지역·기수·직역별 안배가 이뤄져 왔으나 이제는 성향별 안배도 필요한 시점이 왔다”라거나 “(우리법연구회가) 대법원장을 지지하고 법원의 중요 부분을 구성함으로써 주류의 일원으로 편입된 이상 기존 주류들의 잘못된 행태를 되풀이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박시환 정신으로 함께 나갈 것”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2006년 개인 블로그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게시됐다.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도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과 함께 최고법원을 구성하고 법적으로 제도화된 공론을 통해 이 사회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봅니다. 국민의 다수가 ‘보수’보다는 ‘진보’를 선택했다는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를 볼 때 그런 필요성을 더 한층 느낍니다. 다만, 이 문제는 사법부 구성원의 의견수렴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이 기회에 대법관 임명에 관해 내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사진)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사진)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③ 정치 편향적 판결 했다? 권성동·이재명 등 사례 보니

그러나 성향이 곧 ‘판결 결과’로 이어진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보수진영이 문제 삼는 사례 중 하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사법부에서 특정 이념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이념적 편향성을 띠는 판결을 했다면 문제를 삼는 것이 정상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과거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을 판결한 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기에 특정 이념으로 판결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이 대표는 1심 재판에서 한성진 판사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관 13명 중 7명이 무죄 의견을 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노정희 대법관이 그중 한 명이었다. 보수진영에선 이 판결을 두고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때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문제 삼았다. 이들이 이 대표에게 유리한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도 함께 펼쳤다. 하지만 다수의 법조인은 당시 대법원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타당한 해석이었으며,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박한다.

‘울산 선거 개입’ 사건 항소심 판결도 논란이 됐다. 1심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무죄를 선고한 주심 이상주 서울고법 형사2부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그는 “유죄 의심이 들지만 직접 증거가 없다”며 1심 판단을 모두 무죄로 뒤집었다. 2011년 발족한 대한민국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현재 활동 회원만 480여 명으로 법원 내 사실상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2019년 6월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권 원내대표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는데,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가 이 모임 출신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관 총 9명 중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무려 4명이나 된다”며 “사법부 내부의 일개 좌익서클이 이렇게 다수를 점하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까지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23년 9월20일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판사가 특정 모임 소속이라고 해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2023년 2월13일 권성동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2월13일 권성동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④ 지금도 영향력 과시?…“‘파면’ 불복 위한 밑그림 안 돼”

우리법연구회가 태동한 지 40년 가까이 흐른 2025년. 지금 대한민국은 정국의 변환점을 앞두고 우리법연구회를 재소환했다.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의 체포·구속을 주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과 서울서부지법 영장판사,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정원 9인 중 1인 공석) 중 3인이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포함) 출신이라는 게 이유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순형 서부지법 판사가 이 모임 출신이라는 사실을 토대로 영장 발부 과정에서의 ‘내통 의혹’을 키웠다. 문형배 권한대행을 비롯한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3인의 성향은 무엇보다 관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헌재 재판관 중 37.5%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셈이다. 이들은 6인 이상이 의견을 모으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파면)할 수 있는 현행법상 특정 결과를 내는 데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제기만 보면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정국의 방향을 가를 수 있는 핵심으로 보인다. “전체 법관의 10~15%밖에 안 되는 ‘우리법’ 판사들이 법원을 과대 대표하고 있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법연구회가 해체되기 직전 회원 수는 2010년 기준 129명으로, 현직 판사 3000여 명 중 약 4.3% 규모다. 이에 견줘보면 이번 탄핵 사태의 ‘열쇠’를 쥔 이들 중 상당수가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것은 맞다. 십여 년 전 해체됐다는 우리법연구회의 영향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복수의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존재하지만 법원 내 사조직이 특정 방향으로만 결론을 내는 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개별 판결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라는 견해로 좁혀진다. 정치적 잣대로 법을 해석하는 것은 법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형사 사건 전문인 곽준호 변호사는 “사법부의 판결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법조기관장을 지낸 한 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가 요직을 차지하면서 사모임이 하나의 권력집단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주요직에 남은 이들 모임 출신들을 문제 삼지 않다가 지금의 시국에 돼서야 우리법연구회 문제를 꺼낸 건 혹여라도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하기 위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기에 특정 판결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가해질 때마다 사법부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이 사법부를 향해 무분별한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것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준필 박정훈·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시사저널 박은숙 최준필 박정훈·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우리법연구회 출신 주요 인사 10인의 면면 살펴보니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조인들은 사법부와 입법부를 넘나들며 권력의 정점에 섰다. 사법 정의를 구현하고, 법률 제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정 진영에 힘을 보탰다는 정반대의 견해도 존재한다.

먼저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시환 전 대법관이 있다. 그는 소수자 보호와 진보적 판결로 평가받는다. 노동 사건과 사회적 약자 보호와 관련된 판결을 다수 남겼다. 근로자 해고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강조한 판결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강금실 전 장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이다. 취임 이후 검찰 개혁과 인권 보호 강화를 목표로 활동했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논의를 공론화했다. 법조계의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평가받는다.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대폭 요직에 진출한 시발점으로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목된다. 판사 출신인 그는 정치권에 진출해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추미애 전임 장관에 이어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 안정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했다. 강경한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법조계 평가가 엇갈린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사법 개혁과 인권 보호에 관심을 두고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는 검찰 견제와 사법 개혁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그 역시 민주당의 공격적인 ‘검찰 힘 빼기’ 과정에서 일각의 비판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헌법재판소장을 지내며, 기본권 보장을 강조하는 판결을 다수 내렸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대표적이다. 노정희 전 대법관은 성평등과 인권 보호에 기여한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 대법관 임명 후 여성과 아동 인권, 성범죄 관련 판결에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 전 대법관은 ‘김명수 체제’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2018년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면죄부를 준 데 대해 보수진영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문제적 인물 중 하나가 이정렬 전 부장판사다. 이 전 부장판사는 현직 대통령을 비하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201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물을 올린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법원장에게서 서면 경고를 받았다. 판사 재직 당시 소신 있는 판결과 법원 내부 개혁을 주장했다는 평도 받는다.

판사 출신인 오충진 변호사는 사법 개혁과 법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남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재판관 후보 시절 오 변호사의 주식 문제가 드러난 지점이다. 이 재판관은 당시 주식 과다 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오 변호사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전적으로 한 주식거래”라며 “주식거래에 대해 이해충돌과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헌법재판관 임명 전 주식을 처분하고 국민들 요구에 부합하겠다”고 했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인물도 있다.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다. 이 부장판사는 형사·민사 사건에서 중요한 판결을 남겼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법 정의 구현에 기여했다는 평도 있다. 최근 탄핵 정국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군사·보안상 장소’는 예외로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다시 말해 법 해석을 자의적으로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일부 과격한 지지층의 ‘서부지법 사태’로 이어졌다.

이광범 변호사는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 중 한 명으로, 법조계에서 공익 소송과 정의 실현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 측 대리인단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급성장한 법무법인 LKB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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