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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존재감 커지면 대선 ‘野 60% vs 與 40%’ 구도, 약해지면 ‘野 51% vs 與 49%’ 초박빙으로

3월7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됐다. 뜻밖의 결정이었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구속 기간 계산을 시간으로 하는지 날짜 단위(日)로 하는지였다. 다른 하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였다. 법원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해 피청구인 윤 대통령 측에 유리한 해석을 했다. 법원의 판단에도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면, 윤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나올 때 지지자들은 환영했다. 대통령 표정도 밝아졌다. 주먹을 불끈 쥐고 지지자들에게 화답했다. 구속이 취소되자 지지자들의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도 조금은 더 불안해졌다. 탄핵이 정말 기각될까? 헌법재판소가 밝힌 탄핵심판 쟁점은 5가지다. ①비상계엄 선포 과정 ②포고령 1호 ③국회 봉쇄 ④중앙선관위 장악 시도 ⑤법관 체포 시도다. 5가지 사안 모두 현재 밝혀진 것만으로도 ‘위헌’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많다. 5가지 모두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재량 범위를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왼쪽부터)이 3월12일 서울 광화문 인근 천막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김경수 전 지사를 응원하며 손을 모으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왼쪽부터)이 3월12일 서울 광화문 인근 천막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김경수 전 지사를 응원하며 손을 모으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尹 석방, 김문수·홍준표에 유리하지만 결국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정치적 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윤 대통령 구속 취소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미칠 유불리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다. 여당에는 우환 덩어리 하나가 떨어진 것과 같다.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경로는 크게 3가지로 쪼개 볼 수 있다. 

첫째 경로는 이재명 대표에게 더 유리해진다. 이 대표는 3월26일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2심 결과가 다소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희석’되는 효과가 있다. ‘연관 검색어’로 비유하면, 이 대표의 연관 검색어 짝꿍은 윤 대통령이다. 거꾸로 윤 대통령의 연관 검색어 짝꿍도 이 대표다. 1980년대 군부독재의 짝꿍은 학생운동이었다. 학생운동은 군부독재 때문에 활성화됐고, 군부독재가 사라지자 학생운동도 사라졌다. 대립물의 짝꿍 관계는 원래 그런 것이다. 

둘째 경로는 여당 경선에서 ‘탄핵 찬성파’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이다. 이번 대선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딱 하나 꼽으라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탄핵 찬성파’가 되는지, ‘탄핵 반대파’가 되는지 여부다. 오세훈, 한동훈, 유승민, 안철수는 탄핵 찬성파다. 김문수, 홍준표는 탄핵 반대파다. 탄핵 반대파가 여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의 승리는 매우 유력해진다. 탄핵 찬성파가 대선후보가 되면, 2025년 조기 대선은 ‘51대49’의 박빙 승부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강할수록, 그에 반비례해 탄핵 찬성파의 입지는 약해질 것이다. 탄핵 반대파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결과적으로 민주당에는 매우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진다. 

셋째 경로는 윤 대통령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중도층 이반’을 촉진하게 된다. 현재 여론 지형을 보면, 탄핵에 대한 찬성·반대 비율은 대략 6대4, 정권 교체·정권 재창출 비율은 대략 5대4, 정당 지지율 비율은 대략 4대4 구도다.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강해질수록, 민주당 입장에선 탄핵 찬성·반대 구도에서 ‘대선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여당이 윤 대통령과 손절하고 ‘탄핵 찬성파’가 본선 후보로 올라오는 경우엔 현재와 같은 정당 지지율 구도에서 대선을 시작하게 된다. 

중도보수, 탄핵 인용 시 與과 尹 단절 여론 높아

여론조사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탄핵 찬성·반대 구도와 윤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관계 단절이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 알 수 있다. [표①은 한국갤럽의 3월 1주 차 조사로 전화면접 방식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반대 입장을 물었다. 전체 여론 기준으로 탄핵 찬성은 60%, 탄핵 반대는 35%다. 보수층에 국한하면 탄핵 찬성이 29%, 탄핵 반대가 69%다. 중도층에 국한하면 탄핵 찬성 71%, 탄핵 반대 22%다. 보수층 유권자는 탄핵 반대가 70%에 가깝지만, 중도층은 거꾸로 탄핵 찬성이 70%를 상회한다. 서로 상반되는 입장이다. 

[표②]는 미디어토마토의 3월 2주 차 조사다. 4~5일에 진행됐고,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이다. 여기선 ‘헌재에 의해 탄핵이 인용될 경우, 국민의힘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입장은 둘로 구분된다. 전체 여론을 기준으로 보면 ①탄핵은 부당하므로 윤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39.6%, ②탄핵 결과를 수용하고 윤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55.1%였다. 편의상 ①을 ‘탄핵 부당+관계 유지파’로 표현하고, ②를 ‘탄핵 수용+관계 결별파’로 표현하자. 

국민의힘 지지층에 국한하면, ①탄핵 부당+관계 유지파가 72.7%다. 압도적으로 많다. 흥미로운 것은 적극 보수와 약간 보수의 입장 차이다. 적극 보수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입장이 완전히 일치한다. ‘약간 보수층’은 수치가 확 달라진다. ‘약간 보수층’에서 ‘탄핵 부당+관계 유지파’ 비율은 46.4%다. ‘탄핵 수용+관계 결별파’ 비율은 46.0%다. 둘은 사실상 동률이다. 적극 보수층은 여당 지지층과 같은 성향을 보이지만, 약간 보수층은 여당 지지층과 성향이 많이 다르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하나 더 있는데, 유권자 비중이다. 적극 보수층은 1048명 중 167명이다. 비율로 표현하면 15.9%다. 약간 보수층은 1048명 중 242명이다. 비율로 표현하면 23.1%다. 약간 보수층 유권자가 적극 보수층 유권자보다 더 많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2017년 대선 이후 탄핵 반대파가 지도부일 때는 선거에서 연패했다. 탄핵 찬성파가 지도부가 됐을 때 국민의힘은 승리하기 시작했다. 2021년 4·7 재보선과 2022년 대선이 그랬다. 

현재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은 물론 ‘계엄의 바다’에 빠져 있다.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인해 ‘윤석열의 수렁’이 하나 더 생겼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정치인이다. 여당이 가야 할 길이 아주 멀고도 험한 길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징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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