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사원장·서울중앙지검장 등 ‘줄탄핵’ 참패…헌재 기류 바뀌나 촉각 곤두서
野 “확실한 한 방 필요”…‘8인 체제 신속 결론’→‘9인 체제 확실한 결론’ 선회
우원식도 참전해 “최상목, 즉각 임명해야”…권성동 “일종의 강요이자 직권남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월8일 국회에서 속개된 비상 의원총회에서 검찰 규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월8일 국회에서 속개된 비상 의원총회에서 검찰 규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줄탄핵의 결과는 줄기각’. 

‘이재명의 민주당’이 초긴장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돌발 변수가 잇따르자 이 대표와 당내 의원들의 분노, 조급함, 애타는 심정 등이 뒤섞여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메시지로 흘러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위해선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8대0 만장일치 탄핵 인용’을 예상하던 확신이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로 인해 당 안팎에서 조금씩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헌재 심판이 ‘보수 성향’으로 기울지 않게 하기 위해선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라는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8인 체제 속 신속한 결론’에서 ‘9인 체제 확립’으로 여론전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급기야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 띄웠지만 당내 역풍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시그널이 잡힌 가운데 정치권을 요동치게 만든 두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①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②야권의 줄탄핵에 대한 헌재의 ‘줄기각’이다. 두 결과 모두 법리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치권·법조계의 중론이지만 여의도엔 새로운 불이 지펴졌다. 그리고 그 정국의 중심에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올랐다. 민주당은 마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지 않은 최 권한대행의 행위가 국회 권한 침해라는 헌재 결정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파면’ 입장을 내비친 마 후보자를 투입해 탄핵심판의 추를 ‘인용’ 쪽으로 옮기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에선 ‘만장일치 파면’ 낙관론을 펼치다가 윤 대통령의 ‘석방’에 더해 헌재의 선고 기일 지정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됐다. 이에 따라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최 대행을 겨냥해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율사 출신 민주당 의원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3월12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지금도 8명 재판관 모두 ‘인용’의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마 후보자가) 재판에 투입되면 더 완전하고 안전하게 9인 인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 후보자 임명 필요성에 힘을 실은 또 다른 주체는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우 의장은 3월12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헌재 내부 상황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의장은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보류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관 1명이 부족한 체제에서 윤 대통령 탄핵 인용 혹은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면 각 세력 중 한쪽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쏘아올린 ‘마은혁 여론전’에 국민의힘은 즉시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 의장을 향해 헌재 결정문에 임명을 강제하진 않았다면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주장은 일종의 강요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맞불을 놨다. 윤 대통령 석방 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일(3월26일) 이후에 탄핵심판 선고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에 촉각을 세우던 국민의힘도 이제는 마 후보자 임명이라는 변수에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野 ‘심우정·최상목’ 탄핵 계획은 일보 후퇴…장외투쟁 총력전

민주당의 ‘줄탄핵’이 헌재의 ‘줄기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혼란을 키웠다. 헌재는 3월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간부 3인에 대한 탄핵을 모두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약 3년 동안 탄핵소추안을 29건 발의했고, 13건을 통과시켰다. 이 중 결론이 나온 8건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민주당의 탄핵 남발에 대한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앞선 기각 결정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무관하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헌재가 법리적·정치적 판단을 모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상목 대행과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 등 강경책이 민주당에 득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30번째, 31번째 탄핵 카드를 잠시 접어둔 민주당이 택한 것은 장외투쟁이다. 윤 대통령의 석방을 묵인한 심 총장에 대한 탄핵 압박을 중단하고, 야권에 힘을 실어줄 ‘내 편’을 찾아 여론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70여 명이 3월13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주장을 토대로 대검찰청에 몰려가 시위를 벌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을 강행시키기 위해 ‘최상목 탄핵’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최 대행에 대한 탄핵이 심 총장보다 더 중대한 안건이라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최 대행 탄핵의 필요성엔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탄핵안 발의 시점’이 관건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월12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두 사람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안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들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마음은 같지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탄핵안 발의를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언제 발의해야 할지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당은 계속 진행 중인 의원총회에서 그 시점에 대한 협의를 모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말(3월15일) 광화문 집회가 우리 의원들과 국민들의 뜻을 모으는 데 가장 중요한 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도 최근 의원총회를 마친 뒤 시사저널에 “최 대행이 아직까지도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면, 이젠 그다음 서열인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볼 차례”라며 “최 대행이 탄핵되더라도 그가 지금껏 보여준 행정력은 ‘경제통’이란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 긍정적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3월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중도보수론’ 또 엇박자, ‘줄기각’ 두고 원내 책임론도

과연 ‘마은혁 임명 총력전’ 속 ‘최상목 탄핵’ 카드는 민주당에 득일까. 그간 탄핵안을 ‘최후’가 아닌 ‘제1’ 수단으로 활용해온 민주당에선 이런 질문을 두고 내부적으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추가 탄핵안 발의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원내지도부가 정국을 좀 더 입체적으로 판단해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찬대 원내대표는) 실질적으로 (최 대행·심 총장의 탄핵을) 추진할 생각이다. 당내 공감대를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만 (탄핵 추진을) 안 하려고 하지 않고, 마음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추가 탄핵안 발의는) 당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가 지금 싸우고 있다’는 액션을 보여주는 데엔 의미가 있을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과연 당의 목표인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결정과 탄핵심판이 보수 쪽으로 틀어지는 것을 견제할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나. 전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이 대표의 논리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겨냥해 시도 중인 ‘우클릭’ 정책을 두고 이미 오락가락 행보라는 따가운 시선이 나오는 가운데, 정무적으로도 강경책을 밀어붙인다면 중도층이 등을 돌리 수 있다는 비판이다. 현시점에서 최 대행과 심 총장에 대한 탄핵을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결과일 뿐이며, 이는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으로 강성 보수층의 결집을 더 고착화하고 있는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소추한 당시 당 지지율이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주당 내부에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당의 신뢰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중도보수층이 바라는 건 단순히 정책적인 것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라며 “민주당이 또 탄핵을 강행해 강성으로 밀어붙인다면 (중도층도) 그게 과연 이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과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같은 시국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추가 탄핵이나 단체 도보행진 등 진영논리에 편승하거나 강화시키는 행동보단 격앙된 지지층을 차분하게 만들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내부에선 제1 목표인 ‘윤 대통령 신속 파면’ 과정에서 스텝이 꼬이자 원내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당이 윤 대통령 석방을 아예 예상하지 못한 점, 또 지금처럼 탄핵 일변도로 나가는 점에 대해 박찬대 원내대표도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가 사퇴했던 것을 준용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원내지도부가 제기한 심 총장의 탄핵 필요성을 두곤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3월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심 총장이 잘못했다, 저도 분도한다. 하지만 이게 탄핵할 사안인가”라고 짚었다. 우 전 의원은 “탄핵하려면 위헌·위법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법률 위반이 아니라 잔수를 두고 잔머리를 굴린 것”이라며 “판사의 판결 결과에 따라서 (즉시 항고 포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위헌이 아니다. 그러니까 탄핵 심판으로 가면 기각된다. 냉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강수를 뒀을 때 지지율이 떨어졌지 않는가”라며 감정적인 조치를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마은혁은 누구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61·사법연수원 29기)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 임명이 헌법적 의무라고 결정했음에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왜 그를 임명하지 않는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이 추천한 마 후보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 서울북부지법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마 후보자가 소개한 자신의 과거 이력에 따르면, 그는 법조계 진보 성향 연구모임으로 꼽혔던 우리법연구회와 법원 노동법 관련 연구회 등에서 활동했다. 이 외에도 마 후보자는 법관 재직 전에 노동운동 조직인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에선 마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점을 꼽으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잘 아는 분인데 마르크스-레닌주의자였고, 인민노련의 핵심 지도부였다”며 “그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 적 없는데 이런 분이 헌법재판관을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헌법재판관 전체가 사상적으로 오염된다. 판결 전체에도 불신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