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현재권력’ 이재명 막강 존재감, ‘경제권력’ 이재용 톱2
‘미래권력’ 김민석-우원식 약진…노무현·박정희·김대중 영향력 여전
‘월드클래스’ 반열 손흥민·한강…‘팬덤정치’ 유시민·김어준 선전
지금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를 읽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6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려진 것들도 중요하다. 지금 한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에서 여성과 청년, 사회적 약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이 뽑은 전체 영향력 ‘톱10’에 여성은 한강 작가 단 한 명뿐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손흥민과 K컬처의 존재감은 자랑스럽지만, 2030세대 청년들이 더 역동적으로 대한민국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호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남성과 기성세대, 정치인만으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라는 그릇에 우리를 다 담아내야 한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들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알게 한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은 우리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지금 한국을 움직이는 이들은 2025년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담은 거울이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권력 지도’에 새겨진 이들은 담대한 도전 끝에 위대한 성취를 이뤄냈다. 지금 2025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들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상징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켜켜이 쌓인 희로애락이 만들어낸 어떤 성취는 시대를 관통하고,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드는 드라마를 선사한다.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이렇듯 바로 동시대의 표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로는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6년째 계속되고 있다.
2022년부터 전문가 조사와 함께 일반 국민 조사를 실시해온 것처럼 올해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했다. ‘국민보다 나은 전문가는 없다’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고, 전문가의 의견과 일반 국민의 선택을 비교해 제시하는 것이 좀 더 입체적이면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선택은 같으면서 또 달랐다. 국민이 꼽은 2025년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톱10’에는 이재명 대통령(지목률 87.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31.0%), 김민석 국무총리(13.2%), 윤석열 전 대통령(11.4%), 손흥민(7.4%), 우원식 국회의장(6.0%), 유시민 작가(5.4%),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5.0%), 최태원 SK그룹 회장(4.2%), 문재인 전 대통령(3.6%)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톱10’에 이재명 대통령(77.4%), 이재용 회장(19.2%),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9.4%), 김민석 총리(7.4%), 고 박정희 전 대통령(6.8%), 고 김대중 전 대통령(6.4%), 윤석열 전 대통령(5.0%), 손흥민(5.0%), 우원식 의장(4.4%), 한강 작가(3.2%) 등을 꼽았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 ‘이재명-이재용’을 ‘톱2’로 선정했다. 순서도 동일했다. 대한민국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위다. 그다음 순위는 작년과는 적잖이 달라졌는데, 정권 교체가 가져온 영향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톱10’에 노무현·박정희·김대중 등 세 전직 대통령을 넣어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진영에 여전히 남아있는 고인들의 영향력을 조명한 반면, 일반 국민은 그 대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은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에서 스포츠계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일반 국민은 최근 출판·언론계를 넘어 정치권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 총수를, 전문가들은 세계적 반열에 오른 한강 작가를 ‘톱10’에 넣었다.
1. 활짝 열린 이재명의 시간, 문재인-박근혜 때보다는 약하다
대통령은 현재권력의 상징이다. 실제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다. 군통수권자 지위도 함께 갖는다. 임기 첫해를 보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그래서 자연스럽고, 또 당연하게 여겨진다. 지금 이 대통령은 힘이 세다.
그 힘은 과연 얼마나 셀까. 비교해 보면 된다. 이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87.0%라는 지목률로 지금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됐다. 이 수치는 얼마나 높은 걸까. 이는 2025년 한국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인물 2위부터 10위까지 ‘톱10’의 나머지 9명이 받은 지목률을 다 합친 수치(87.2%)에 달한다.
전직 대통령들의 임기 1년 차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2022년 전에는 전문가 조사만 실시한 만큼 전문가들의 지목률 수치로 비교했다. 이 대통령은 전문가들로부터 77.4%라는 지목률을 얻었는데, 이 수준은 앞선 대통령들과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2022년 임기 첫해를 맞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70.2%라는 지목률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는 7.2%포인트 차이가 난다. 2017년 임기 첫해를 맞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97.3%라는 놀라운 지목률을 기록했다. 이 대통령과는 19.9%포인트 격차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조사에서 84.2%라는 상당히 높은 지목률을 나타냈다. 2008년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72.7%를,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70.9%를 기록했다.
바로 직전의 두 전직 대통령(박근혜·문재인)보다 이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목률을 보이는 이유는 계엄과 탄핵 정국 등을 거치면서 정치적 양극화가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해진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5년 단임제라는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지는 대통령제에서 과연 이 대통령이 내년에는 시간을 거스르며 더 높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 주목받는 미래권력, 김민석과 우원식
권력의 중력은 때때로 시간을 거스른다. 지금 대한민국은 현재권력과 2025년을 살고 있지만 국민은 벌써 미래권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민심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래권력은 두 사람이다. 바로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을 이끌고 있는 김민석 총리와 압도적 여대야소 구도 속에서 국회를 책임지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전문가 평가보다는 일반 국민 평가에서 훨씬 높은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김민석 총리는 일반 국민과 전문가에서 각각 13.2%와 7.4% 지목률을 기록했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톱3’에, 전문가 조사에서는 ‘톱4’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으로는 이재명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셈이다. 민심은 그의 어제와 오늘은 물론 내일까지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계엄과 올해 대선까지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의 활약상, 첫 국무총리로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에 주목하는 것을 넘어 이재명 대통령을 이을 미래권력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총리의 정치적 운명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내각을 이끄는 꼭짓점으로서 유능함과 성과를 증명한다면 미래권력의 길이 열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우여곡절의 정치 항로가 펼쳐질 수 있다. 미래권력으로서의 첫 관문은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 이어 다음 지방선거까지 승리로 이끈다면 그의 영향력은 한층 더 강해질 전망이다.
우원식 의장은 일반 국민으로부터 6.0%, 전문가로부터는 4.4%의 지목률을 얻었다. 일반 국민이 꼽은 순위에서는 6위, 전문가 순위에서는 9위를 차지했다. 우 의장은 지난해에는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 올해 순위가 급상승한 배경에는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계엄과 탄핵 정국을 입법부 수장으로서 원만하게 풀어낸 리더십이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이 일반 국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력을 인정받은 점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국회를 이끄는 정치 원로 역할뿐만 아니라 민심은 그를 여권의 유력한 미래권력 재목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불확실한 경제, 치고 올라온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로부터 두 자릿수 지목률을 얻어 ‘톱2’에 오를 만큼 존재감이 막강하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로부터 각각 31.0%와 19.2%의 지목률을 기록해 양쪽 모두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20.0%와 11.4%를 얻어 일반 국민과 전문가 순위에서 전체 3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한 단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런 결과는 최근 한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적 변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투자와 고용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자 당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 회장이 전문가보다 일반 국민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목률을 기록한 부분에 이런 기대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반 국민으로부터 4.2% 지목률을 얻어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과의 격차(26.8%포인트)는 상당하지만, 이 회장 외 경제인 중 ‘톱10’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최 회장이 유일하다.
4. 사라지지 않은 거인들의 힘…노무현·박정희·김대중은 살아있다
전문가들은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을 ‘톱10’에 포함시켰다. 노무현(9.4%), 박정희(6.8%), 김대중(6.4%). 고인(故人)이 된 이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 여전히 미치는 영향이 크고, 지금 권력을 행사하는 파워엘리트들의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시대의 거인’이었던 이들이 상징했던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산업화(박정희)와 민주화(김대중),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세상과 균형 발전(노무현)이라는 시대의 숙제는 아직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은 현재의 정치적 리더십이 취약하다는 비판도 가능하게 한다. 과거 지도자들에 대한 향수가 강해지는 현상은 미래 한국을 끌고 갈 새로운 리더십이 아직 탄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적 내전’ 상태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정치적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이 과거와 같은 강력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호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5. ‘월드클래스’ 손흥민·한강, ‘거대한 팬덤’ 유시민·김어준
전 세계에 지금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두 상징이 있다. 바로 축구선수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작가 한강이다. 손흥민은 일반 국민과 전문가 조사에서 7.4%(5위)와 5.0%(공동7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 조사에서 스포츠계 인물로 ‘톱10’에 이름을 올린 유일무이한 존재가 바로 손흥민이다. 한강 작가는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톱10’에서 빠졌지만, 전문가 조사에서 3.2%의 지목률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지금 각자 영역에서 월드클래스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 총수의 존재감도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은 일반 국민 조사에서 각각 5.4%와 5.0%의 지목률로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두 사람 모두 ‘톱10’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재명 정부로의 정권 교체 후 여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피커’로서 민심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막강한 자본과 인력을 갖춘 기성 언론이 ‘톱10’에 포함되지 않은 반면, 이 두 사람이 이름을 올린 것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7일부터 7월25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