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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영웅들의 독립운동사 《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

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이동해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80쪽|2만원
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이동해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80쪽|2만원

“내가 만약 식민지 조선의 치안 책임자였다면 정말 괴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대책을 가져다 써도 조선 독립을 외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불쑥불쑥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식민지의 삶에서 불의를 느낀 사람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어떤 시기든 상관없이 식민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외침들은 켜켜이 쌓여 독립의 밑거름이 된다.”

역사를 활용해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역사학자 이동해씨가 광복 80주년을 맞는 시점에 신간 《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를 펴내며 한 말이다. 이 책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소개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독립운동사다.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와 판결문으로만 역사에 남은 평범한 식민지 조선인 40인의 독립운동을 들여다본 것이다.

학생, 교사, 지역 유지와 소작인, 점원, 엘리베이터 보이, 비정규직 공무원, 주부, 심지어 좀도둑까지 직업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식민지 조선 땅에서 벌어진 일상 속 저항들. 이 작지만 결연한 저항의 기록은 특정 영웅들의 독립운동만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작은 행동 역시 현재와 역사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에서 시작한다. 이 카드는 1965년 내무부 치안국 감식계 창고에서 유관순의 수감 시절 사진이 발견되면서 처음 주목받았다. 일제는 수형자, 수배자, 감시 대상자의 정보를 카드에 적고 사진을 붙여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잡아들이는 데 활용했다. 

“이제 일제 강점기를 직접 살고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사라졌다. 반대로 보면, 오늘날 사람들 대다수는 ‘나라 잃은 설움’이 뭘 뜻하는지 잘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유명한 독립운동가가 아닌 식민지 조선 땅에서 일상을 살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거대한 항일운동의 서사에서 벗어나, 식민지 조선에서 벌어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저항과 헌신에 주목했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는 ‘쉼 없이’ 독립운동이 펼쳐졌다. 일각에서는 다수의 식민지 조선인이 일제 통치에 순응하며 살았다고 말하지만, 많은 조선인이 통제받는 식민지인의 삶과 일상적 차별 등에 분노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껏 독립운동을 실천했다.

“다양한 신분과 직업을 가진 보통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면 독립운동이 특별한 누군가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제 몸 먹고살기에도 빠듯했던 그들이 무엇에 분노했는지, 그 분노가 어떻게 독립운동으로 표출됐는지 파헤쳤더니, 거창하고 치밀해야만 독립운동이 아니며, 평범한 누구라도 독립운동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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